노래실력이 뛰어나지 못하다는 이유로 방출된 전 보컬 김종서의 재영입이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작용한 시나위의 최고 걸작 앨범. 김종서는 이 음반에서 찌를 듯한 하이 톤 보이스의 진수를 보여주며 임재범의 둔탁한 샤우트 창법이 풍기는 카리스마에 젖어 있던 기존의 팬들을 완전히 사로잡아 버린다. '새가 되어 가리', '들리는 노래'등에서 정점에 달한 그의 목소리를 확인할 수 있다. 무명 싱어에서 일약 한국 헤비메탈 씬의 보물로 솟아 오른 김종서의 뒷편에는 당대 최고의 키스톤 콤비 강기영(베이스)과 김민기(드럼)가 자리하고 있었다. 썩 훌륭한 녹음 상태가 아님에도 그다지 사운드가 흐트러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전적으로 그들의 공로다. 강기영과 더불어 앨범 전반의 작사, 작곡을 담당한 그룹의 지휘자 신대철의 제어력이 빛을 발하는 인스트루멘탈 '연착'은 그때까지 국내 메탈에 눈 높이를 맞추지 못하던 이들의 이목마저 거두어들인 명곡이다. 전곡이 흠잡을 데 없으나 '해 저문 길에서', '빈 하늘'등이 그밖에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할 트랙이다. 이 음반의 발표로 시나위는 동료 밴드들에 한 보 앞선 채 헤비메탈의 맹주로 부상했으며, 주류의 반대편에서 은거하던 지하세계의 마니아들을 규합하게 된다. 이 앨범의 히트로 동료의식을 소유하게 된 이 마니아 층들은 이후 음악 지형의 다양화에 크게 기여하게 되며, 1990년대 초까지(물론 메인스트림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국내 메탈 융성의 최대 지원세력이 된다. 이래저래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이 앨범의 유일한 상흔(傷痕)은 유신정권의 산물인 건전가요 '아!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