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에서 찬연히 그 유산을 남기고 사라졌던 밴드는 이 앨범에서 보컬은 맡은 손성훈에 의해 1994년 12월 다시 그 생명이 이어졌다. 자유라는 밴드에 몸담기도 했던 신대철은 손성훈의 솔로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그와 친해졌고 손성훈의 제안으로 과거 전사라는 그룹에서 몸담았던 베이스 주자 정한종과 제로 G, 무중력, ZZ와 같은 밴드에서 드럼을 쳤던 신동현이 합세했다.

이들이 모여 만든 음악은 청명한 메탈의 기타 울림과는 대조적인 기타 노이즈와 펑크의 합종연횡인 얼터너터브 사운드로 귀착되었다. 펑크적인 울림보다는 손성훈의 거칠게 포장한 목소리와 그런지(Grunge)한 사운드의 느낌만을 차용했지만 90년대 댄스 음악 1기의 시대가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으로 그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이들의 재결합은 시소게임에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평가받을 만 했으며 주류의 서태지와 아이들 외에도 이런 시도가 당시에 또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팀의 재결성을 열렬히 환영했던 헤비메탈의 수절자들 에게는 많은 외면을 받기도 했지만 다음의 싱글 앨범에 다른 버전으로 수록된 '매맞는 아이'와 팝적인 감성이 녹아 있는 '내가 원하는 거'는 나름대로 영역 확보에 공을 세운 곡들이고 그룹 도어스(Doors)의 곡을 리메이크 한 'Waiting for the sun'이나 손성훈 솔로 곡을 듣는 듯한 '혼돈의 끝', 'Misfit to society'등은 침몰한 거인의 영혼을 다시 불러오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완성도의 측면에서 비평적으로 호의를 얻지 못했지만 신대철의 기타가 그룹의 품안으로 들어가 팀웍의 단면을 보여줌으로써 그의 성숙을 느끼게 하는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