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이 헤비 메탈 밴드 시나위의 정점이었다면 이 앨범은 얼터너티브 시나위의 최상의 상태에 대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집의 불안했던 모습과 어느 정도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미니 앨범을 거쳐 발표된 이 작품으로 시나위의 파격적인 변신은 비로소 본궤도에 진입하게 된 것이다. 또한 새로움의 본질 속에 여전히 시나위 고유의 톤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신대철이라는 밴드의 또 다른 이름에 대한 신뢰를 더욱 두텁게 한다.

무엇보다 앨범 최대의 미덕은 16곡 모두가 각기 개성 있는 모습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니 앨범의 신곡들을 모두 재 수록하여 녹음 상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이 3곡 중 표절 시비에 휘말린 '죽은 나무'는 완전히 다른 편곡으로 선보임으로서 사태를 일단락 시켰다.

거친 톤과 부드러운 톤의 공존이 잘 어우러진 '해랑사', 김바다의 강인한 보컬이 눈에 띄는 '내버려둬', 앨범의 가장 강력한 순간인 '덤벼', 서태지의 은퇴와 더불어 인기 몰이(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에 성공한 대중적인 넘버 '은퇴선언', 시나위의 광대한 사운드스케이프가 펼쳐지는'어머니의 땅'등에서 두 번째 앨범이후 음악적으로 절정에 다다른 시나위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제 이들에게 남겨진 것은 이 멤버 그대로 오랫동안 호흡을 유지하며 대가의 길을 걷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