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지 사운드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5집 앨범의 실패 이후 신대철은 상당한 부담감에 시달렸을 것이다. 비록 파격적인 시도이긴 했으나 완성도의 측면에서는 확실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보컬 손성훈의 성대 결절로 인한 탈퇴는 밴드의 앞길에 불안스런 그림자를 던져주었다. 그러나 새로 영입한 김바다의 보컬을 축으로 하여 이전 곡들의 수정본과 신곡들로 채운 이 작은 앨범으로 이들은 헤비 메탈 특유의 솔로 플레이를 자제하고 밴드의 본질로 향하려는 음악적 욕망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냈다.

헤비 메탈 사운드를 얼터너티브라는 옷으로 갈아 입힌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밴드의 음악적 변신의 정당성을 웅변하는 듯하며(자!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도 할 말이 있는가! 식이다) '죽은 나무'는 아마도 청자들이 앨범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을 제공할 것이다. 표절 시비에 휘말린 불운한 경력도 있지만, 6집에서의 재 수록 버전은 비난하는 모두를 일순간에 침묵시켰다. 보너스 트랙 격인 '매맞는 아이'는 김바다의 파워풀한 목소리를 라이브로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비록 녹음 상태에 대한 불만은 남지만, 데모 버전으로 만든 미니 앨범임을 고려한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1년 뒤 발표된 6집의 대성공은 아마도 이 앨범의 교두보 역할이 없었다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