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제껏 SM 사단에서 터뜨린 보이밴드들 중, 동방신기만큼 실력을 갖춘 팀도 없을 것이다. 물론 있지도 않은 사회의식을 하드코어 성향의 음악에 섞어 내놓은 다음, 달콤한 사랑 노래로 중고생 소녀들의 가슴에 불을 질러놓는 어불성설의 수법이야 여전할 것으로 보이며, 실컷 재미를 본 후 적당히 나이가 차면 솔로로 찢어지고 탤런트로 돌변하는 등의 미래야 뻔할 듯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보이밴드로써의 숙명일 뿐. 음반만 놓고 보자면, 이 다섯 명 꽃미남들의 하모니가 꽤 조화롭다는 것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알앤비 발라드 트랙들도 모두 흠 잡을 데 없는 히트 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섯 명 모두의 실력이 출중해 이들을 중심으로 다섯 팀을 구성하려 했으나, 재정의 압박으로 한 팀이 되었다는 소문이 낭설은 아닌 듯 하다. 다섯이 불러내는 화음은 탄탄하고 안정되어 있다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싱글 'Hug'가 이미 피어올린 인기는 더욱 활짝 만개할 듯한 예감이다. 미소년 보이밴드로써의 정점을 찍고 있다고나 할까. 소녀 팬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지 않을만한 곡이 별로 없다. 타이틀로 첫 트랙을 차지하고 있는 '믿어요'부터 'Hug'를 능가하는 선율을 자랑한다. 'Hug'가 고등학생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었다면, '믿어요'는 좀 더 차분한 모습으로 사랑을 노래한다.

HOT, 신화의 전성시대를 불러왔던 형태의 하드코어 댄스를 시도한 'TRI-ANGLE'을 제외하면, 거의 전곡이 달콤한 알앤비 팝발라드의 사탕발림으로 가득하다. 특히나 외국인 작곡가로 보이는 Tommy La Verdi, Daniel Pandher, Ear의 이름이 크레디트에 올라있는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의 상큼한 미드템포와 가슴 설레는 멜로디가 호소 적이다.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하모니를 뽐내는 'Whatever they say'의 아카펠라도 마찬가지. 'Hug'에 이어 두 번째 싱글의 히트를 장식했던 'The way U are'도 보이밴드다운 해석으로 흥을 돋우고 있다.

동방신기의 또 한 번의 도약이 불 보듯 뻔한 음반이다. 화려한 작곡가 명단이 보증해주는 잘 짜여진 곡들과 훈련을 잘 받은 듯한 미성의 노래 실력들이 증명한다. 싱글, 스토리북 등 다양한 마케팅 방식으로 신세대들을 공략하는 이들은, 이로써 대세는 '동방신기'로 흘러가고 있음을 과시한다. 이들의 수명은 장담 못하지만, 보이밴드로써의 메리트를 한껏 살린 매력적인 음반임은 확실하다.

-수록곡-
1. 믿어요 (작사 : 박창현 / 작곡 :　박창현)
2. Thanks to (김수정 / 이상인)
3. TRI-ANGLE by 동방신기, BoA, The Trax (유영진 / 유영진)
4. 내 여자친구가 되어줄래 (배화영 / Tommy La Verdi, Daniel Pandher, EAR)
5. Whatever they say (김영후, Daniel Roman / 김영후, Willam Pyon)
6. Million Men (유영진 / 유영진)
7. 지금처럼 (Kenzie / Kenzie)
8. I never let go (이윤재 / 이윤재)
9. 꼬마야 (윤정 / Ken Ingwersen, Jon Rydingen, Jeff Franzel, Marjorie Maye)
10. 넌 언제나 (장경아 / 박정원)
11. Hug (윤정, 박창현 / 박창현)
12. My little princess (있잖아요...) (배화명 / 황성제)
13. The way U are (태훈 / Daniel Pandher, Robert Zuddas)
14. TRI-ANGLE (동방신기 Version)

프로듀서 : 이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