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의 면면을 따져보면 비틀스 초심자를 위한 최고의 입문서다. 비틀스하면 떠오르는 시대의 송가이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팝송 'Let it be'를 비롯해 'Get back', 'The long and winding road'를 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레논의 'Across the universe'도 비틀스의 곡들로 사회 문제를 풀어내 흥행한 영화의 제목인 유명한 곡이다. 당시 폴 매카트니는 세계적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이 “우리 시대의 슈베르트다.”라 극찬할 정도이며 이미 음악세계를 완성한 존 레논은 차치하더라도 그간 조용한 막내이던 조지 해리슨 역시 두 개의 태양에 필적할만한 안정적 화력을 뽐낸다. 멤버들이 각자의 그림을 그려나갈 무한한 도화지를 제공하는 것은 링고 스타 특유의 결속성이다.
대중은 만족시켰으나 역설적으로 비틀스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다. 존 레논은 어떤 곡을 만들든지 매 순간이 고문인 지옥이었다며 '이상한 앨범'이라 격하시켰다. 조지 해리슨 역시 'I've got a feeling' 녹음 중 연주를 지적하는 매카트니와 다툼 끝에 스튜디오를 나가버렸는데 앨범 제작과정을 담아 아카데미를 수상한 영화 Let it be에 찍힌 유명한 일화다. 이후 그는 수려한 흑인 키보드 연주가이자 밴드와 친분이 깊은 빌리 프레스턴(Billy Preston)을 참여시켜 분위기 쇄신을 노렸으나 결국 < Electronic Music >, < All Things Must Pass> 등 자신이 선구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솔로앨범에 집중한다. 링고 스타 역시 멤버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고 생각해 전면으로 나오려는 시도 없이 움츠려든다.
폴 매카트니는 초반부 자기중심적 앨범 작업에 꽤나 만족했다. 하지만 그 역시 불화에 지쳐 떠난 제5의 비틀 조지 마틴(George Martin)의 자리를 메운 필 스펙터(Phil Spector)가 마스코트 소리의 벽(The wall of sound)을 앞세워 'The long and winding road'를 현악기, 여성 코러스를 첨가한 편곡을 감행하자 곡이 난도질당했다며 앨범의 발매를 막으려고도 했다. 당시 매카트니와 반목하던 레논과 해리슨이 반대급부인양 각자의 'Across the universe'와 'I me mine'의 편곡은 맘에 든다고 두둔하며 각자의 솔로앨범을 필 스펙터에게 맞긴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매카트니는 불화에 맞서 곡마다 에니그마를 숨겨놓으며 예전의 비틀스로 돌아가자며 힐난한다. 첫 곡 'Two of us'에서 운명의 짝 린다 이스트먼(Linda Eastman)의 감동을 포크의 온기를 담아 유려하게 풀어내나 “우리에겐 앞으로 걸어갈 길보다 긴 기억이 있어.(You and I have memories longer than the road that stretches out ahead.)”라며 해체 가능성을 암시한다. 'I've got a feeling'은 레논이 작업하던 곡 'Everybody's had a hard year'과 합쳐 완성했지만 단합 없이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에 숨길 수 없는 아쉬움이 보인다. 애플레코드사의 옥상에서 기습적으로 감행한 마지막 콘서트(The rooftop concert)의 스완 송인 'Get back'에서 조조(Jojo:존을 상징)를 애타게 부르는데 화답을 바라는 간절한 모습도 그려져 아픔을 준다.
슬프게도 멤버들은 “나는 관심 없다.”는 식으로 일관한다. 링고 스타의 곡은 단 하나도 없으며 해리슨은 'I me mine'이라며 물질세계에 대한 집착을 비판하는 와중 매카트니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무관심함은 특유의 블루지함을 풍기나 앨범에 어울리지 않는 가면을 쓴 느낌이 드는 'For you blue'로 증폭된다. 레논은 대표곡인 'Across the universe'로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철학적인 가사에 농축시켜 세상에 천명해버린다. 녹음 과정에서 스튜디오 밖 소녀들을 데려와 무지갯빛 우주를 유영하는 듯 아름다운 하모니를 완성하는데 팬이 레코딩에 참여한 비틀스 처음이자 마지막 곡이다. 'Dig it'은 레논이 즉흥 연주 중 의식의 흐름으로 비비 킹(B.B. King), 사모했던 여배우 도리스 데이(Doris Day),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 맷 버스비(Matt Busby) 등 당대 여러 인물들을 나열하는데 마지막 부분 가성으로 “들어라! 천사가 다가온다(Hark!, the angels come)”는 부분은 가스펠 분위기를 풍기는 전설적 'Let it be'의 서막.
'Let it be'에서 매카트니는 결국 이 모두 다 공허한 외침임을 깨닫고 순리에 몸을 맡기자며 관조적으로 노래한다. 깨달음을 선사하는 “Mother Mary”를 대중은 곡의 찬가적 특성과 연계해 성모 마리아를 떠올렸으나 인터뷰에서 어린 나이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 매리가 꿈에 나와 한 말이라고 밝혔다. 그 'Mary'가 어떤 'Mary'인지 상관없이 각자의 마음에 'Mary'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평생 귀감이 되고 감동을 주는 팝 역사상 최고의 위치에 영원히 자리할 곡이다.
전 세계 음악 애호가는 'Let it be'를 듣고 흥얼거리며 자라는 호사를 누린다. 이는 'Let it be'가 매카트니의 숨겨진 명반인 데뷔작 < McCartney 1 >이 아닌 비틀스의 마지막 앨범인 < Let It Be >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딱정벌레들은 비록 연소과정에 있어 불타올랐지만 껍질을 뚫고 나온 나비들의 날갯짓 역시 거대한 바람을 휘몰아친다. 아무도 만족하지 못했어도 모두를 만족시킨 비틀스가 창출한 또 하나의 거대한 인류문화유산이다.
- 수록곡 ?
1. Two of us

2. Dig a pony
3. Across the universe

4. I me mine
5. Dig it
6. Let it be

7. Maggie Mae
8. I've got a feeling

9. One after 909

10. The long and winding road
11. For you blue

12. Get ba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