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본 조비에게도 음악은 자아 찾기의 방편이었을까?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관통해오며 티니바퍼(Teenybopper)와 바비삭서(Bobby-Soxer)를 양산해내는 것이 본 조비식(式) 자아 찾기라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캐러멜 팝과 관능적인 록의 뜨거운 스킨십으로 소녀들에게 감동을 하사했고, 위안을 안겨줬기에 음악인으로서의 임무는 완수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조비는 아직도 배가 고픈 것처럼 보인다. 세기가 바뀌고 멤버들의 나이가 불혹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그들은 코 묻은 지갑을 노리고 있다. 아니다. 이제는 세월이 흘렀으니 과거의 소녀들도 오피스 걸이 되었을 텐데, 땀이 베어있는 신용카드를 노리고 있다고 해야되겠다.
본 조비의 여덟 번째 스튜디오 음반인 신보의 설계도는 달콤한 발라드와 다이내믹한 업 템포 록 사운드로 정확히 이등분 되어있다. 정제된 록 사운드에 현악 사운드가 덧 입혀지고, 그 위를 존 본 조비의 무드 잡은 목소리가 오버랩되는 발라드 트랙이 깔리면, 다음으로는 강성도 아니도 그렇다고 빈약하지도 않는 중성의 경쾌한 록 사운드가 터져 나온다. 1984년 데뷔작 <Bon Jovi>때부터 바뀌는 않고 있는 그들만의 음악 특구이다.
'Hey joey'의 애수로 시작하여 'Misunderstood'의 상승감, 'All about loving you'의 갈망을 돌아 'Hook me up'의 터프함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네트워크만 접해도 본 조비의 음악 순례는 충분하다. 게다가 첫 싱글로 발표된 'Everyday'에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후원자인 안드레아스 칼슨(Andreas Carlsson)이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사실을 캐치한다면 밴드가 바라는 자아 찾기가 뭔지 명확해진다.
세계인의 단합과 일치를 노래한 'Undivided', 타인에 대한 사랑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라고 이야기하는 'All about loving you' 등을 내세우며 9.11 테러 사건이 가져온 메시지를 담아냈다고는 하나, 별다른 인센티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물론 본 조비 사운드는 원래 그러하니 하고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있다. 그러나 음반은 전체적으로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성공을 거뒀던 전작
신보를 통해 본 조비는 자신들의 자아 찾기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다. 20년 가까이 해온 캐리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감동과 위안을 줄 요소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으로 해석되어진다. 그러나 갈수록 그 속에 진실이 아닌 어떤 '의도'가 감춰져 있다는 것이 드러나는 것만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수록곡-
01 Undivided
02 Everyday
03 The Distance
04 Joey
05 Misunderstood
06 All About Lovin' You
07 Hook Me Up
08 Right Side of Wrong
09 Love Me Back To Life
10 You Had Me From Hello
11 Bounce
12 Open All 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