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케미컬 부라더스는 자신들이 이런 상황을 타개할 메시아로 비치는 것을 거절한다. 비록 이들의 음악 속에 록적인 '빅 비트'가 느껴짐은 사실이지만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밴드는 록의 대체품이 되기를 거부한다. 자신만의 길을 갈 뿐. 외부의 소리가 아닌 내면의 이끌림을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이 명제는 슈퍼스타의 지위에 등극한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Behold....they're coming back....'
위의 의미심장한 문구로 시작되는 케미컬 부라더스의 통산 4번째 풀 렝스(full-length)앨범이 도착했다. 일렉트로니카의 근본이 리듬 메이킹에 있음을 깨우쳐준 데뷔작과 이들을 전 세계적인 테크노 명사로 탈바꿈시킨 2집, 그리고 테크노라는 장르의 유서 깊은 역사를 총괄한 3집으로 음악적 사이클을 한바퀴 순환한 뒤 새로운 출발선에 당도한 이 듀오에게 본작
타이틀 곡 'Come with us'부터 정면돌파를 감행한 밴드의 의지가 단호하다. 정신 없이 휘몰아치는 바이올린과 전자음의 홍수 속에서 독립적인 시퀀스들이 교대로 등장하며 몰아치는 사운드를 전개한다. 열정적인 클럽 댄스 파티에 어필할 소지가 다분하다. 에쓰닉(ethnic)한 비트가 일품인 첫 싱글 'It began in Africa'는 제목 그대로 다채로운 리듬의 원류가 바로 아프리카였음을 일깨운다. 이미 2000년 여름에 발표되어 전 세계 클럽 씬을 달군 전력의 소유자다. 이어지는 'Galaxy bounce'는 블록 버스터 영화 <툼 레이더>에 삽입되었던 곡으로 펑키한 비트가 몸을 들썩이게 한다. 찰랑거리는 효과음과 몽환적인 신서사이저 음색이 결합되어 우주적인 사운드가 펼쳐지는 'Star guitar'는 드림팝(dreampop)의 전자 음악적인 변용(變容)처럼 들린다.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에 대한 공통의 애정이 영향을 미친 듯 하다. 'My elastic eyes'는 디스토션이 잔뜩 걸린 베이스 라인을 반복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통해 '약물 없는 사이키델리아'를 구현한다.
이 외에도 케미컬 부라더스의 단골 게스트인 베쓰 오튼(Beth Orton)이 참여한 일렉트로닉 포크 넘버 'The state we're in', 밴드의 초기 시절에 대한 오마주(Hommage)인 'Denmark', 전(前) 버브(Verve)의 리차드 애쉬크로프트(Richard Ashcroft)가 실로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려주는 'The test' 등을 통해 외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새 길을 개척해낸 밴드의 단호한 면모를 읽을 수 있다. 여전히 이들은 클럽하우스의 변함 없는 리더이자 일렉트로니카 군단의 최정예 멤버이다.
-수록곡-
1. Come With Us (Rowlands/Simons) - 4:57
2. It Began in Afrika (Cooperman/Fairstein/Krissen/Rallo/Rowlands/Simons) - 6:16
3. Galaxy Bounce (Ingram/Rowlands/Simons) - 3:27
4. Star Guitar (Rowlands/Simons) - 6:27
5. Hoops (Alexander/Rowlands/Simons) - 6:31
6. My Elastic Eye (Estardy/Rowlands/Simons) - 3:41
7. The State We're In (Rowlands/Simons) - 6:26
8. Denmark (Rowlands/Simons) - 5:07
9. Pioneer Skies (Bachelet/Camison/Rowlands/Simons) - 4:04
10. The Test (Ashcroft/Niemen/Rowlands/Simons) - 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