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더 많은 장르를 녹여냈다는 점이다. 전까지는 록발라드라고 해도 그 성향이 짙게 나타나지 않고 결국에는 하드록 쪽으로 방점이 찍혔다면 이번에는 그 방향성이 더 자유로워졌다. 낮고 거친 기타 리프는 헤비메탈의 질감을 뽐내고 있으며 그 사이를 메꾸는 유려한 보컬과 선명한 멜로디 라인은 영락없이 훌륭했다. 전에 없던 끝내주는 기타 속주는 또 어떤가. 미국에서 800만 장의 판매고를 올리고 그들의 역대 커리어 상 최고의 성적은 이유 있는 결과였다.
물론 곡을 쫀쫀하게 이끈 커버데일도 대단하지만 역시 존 사이크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한때 게리무어가 활약하기도 했던 록 밴드 씬 리지(Thin Lizzy)를 통해 이름을 알린 그는 모든 곡의 공동 작곡가로 참여하며 음반에 헤비메탈을 녹여냈다. 'Here I go again'의 솔로 녹음만 남겨두고 강제로 해고된 탓에 밴드의 성공을 함께 누리지는 못했지만 흥행에는 분명 그의 공이 컸다. < Saints & Sinners >의 블루지한 수록곡 'Here I go again'은 록으로 다시 태어나 빌보드 정상을 밟았고, 연이은 록발라드 'Is this love'는 빌보드 2위에 오르며 약진했다. '공동 작곡'의 위력이 차트로 나타난 순간이었다.
이미 능력을 인정받은 멤버들의 견고한 연주 역시 매끈했다. 헤비메탈의 골자를 따르는 'Still of the night'는 닐머레이(Neil Murray)의 베이스와 만나 빈틈없이 단단한 사운드를 만들었다. 늑대의 하울링 소리를 따라 하며 강렬하게 포문을 여는 'Bad boys'는 프랭크자파, 제프백, 데이비드 보위와 함께 했던 드러머 앤슬리 던바(Aynsley Dunbar)의 거친 타격감으로 중무장한 곡이다. 이처럼 앨범은 보컬, 멜로디, 연주력의 3박자를 고루 갖추며 기세를 펼쳤다.
앨범으로 커버데일은 딥퍼플(Deep Purple)의 그늘에서 벗어난 음악적 캐리어를 인정받는다. 물론 독주 체계에 끊임없이 밴드 구성원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하드록에서 헤비메탈로의 변화를 훌륭히 담은 앨범. 1980년대 하드 사운드의 범 대중적 관심에 이 음반은 크게 한몫 보탰다. 이후 이것을 뛰어넘는 작품이 나오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앨범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명반으로 남았다.
-수록곡-
1.Crying in the rain
2.Bad boys

3.Still of the night
4.Here I go again

5.Give me all your love tonight
6.Is this love

7.Children of the night
8.Straight for the heart
9.Don't turn aw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