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클랩튼의 출현과 함께 록역사는 별도로 '록기타의 역사'를 써야 했다. 60년대 말 혜성처럼 떠오르면서 '기타의 신'이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획득한 그는 록연주의 무게중심을 기타로 옮겨놓았다. 그는 데뷔시절 이래 흑인음악 블루스에 투신하여 록의 조상이 블루스임을 인식시키는 록역사의 기념비적 업적을 남겼다. 그의 블루스에 대한 '수절'은 90년이 흐른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자신을 데릭, 백 밴드를 도미노스라 하여 1970년 결성한 그룹 이름으로 이듬해 발표한 이 앨범 역시 블루스가 전편을 관통한다. 그것을 록의 강렬함으로 엮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수록곡의 핵은 두말할 나위 없이 타이틀곡인 '레일라'. 슬라이드 기타의 대가인 듀언 올맨(1971년 사망)을 초빙해 당시나 지금이나 누구를 능가할 수 없는 기타예술을 선보인 이 곡은 에릭 클랩튼 연주 경력의 최고 절정으로 기록된다.

그러나 '록 클래식'이라는 평과 무관하게 당사자 에릭의 입장에서는 조지 해리슨의 아내인 패티를 흠모하다 퇴짜맞은 실연의 고통을 토해낸 곡이었다. 이 곡을 비롯해 '사랑은 왜 이다지도 슬픈 거야(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 등은 좌절로 인해 목숨을 담보하고 치는 듯한 격정이 두드러진다.

그는 하지만 이 앨범 이후 록의 폭발성과 인연을 끊고 느긋한 연주로 일관, 보수적인 70년대 록의 상징적 존재로 탈바꿈한다. 따라서 이 음반은 70년대 분위기에 감염되지 않은 에릭 클랩튼의 힘찬 록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앨범이기도 하다.

그렇다해도 그의 앨범의 무수한 기타 솔로가 말해주듯 그는 예술성에 헌신했지 60년대 록이 확립한 사회성에는 눈감았다. 어쨌든 기타예술만을 찾으려는 사람에게는 명실상부한 명반으로 최근 리믹스된 CD로 재발매되었다.

-수록곡-
1. I Looked Away (Clapton/Whitlock) - 3:03
2. Bell Bottom Blues (Clapton) - 5:01
3. Keep on Growing (Clapton/Whitlock) - 6:20
4. 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 (Cox) - 4:56
5. I Am Yours (Clapton/Nizami) - 3:34
6. Anyday (Clapton/Whitlock) - 6:34
7. Key to the Highway (Broonzy/Segar) - 9:37
8. Tell the Truth (Clapton/Whitlock) - 6:37
9. Why Does Love Got to Be So Sad? (Clapton/Whitlock) - 4:41
10. Have You Ever Loved a Woman (Myles) - 6:51
11. Little Wing (Hendrix) - 5:32
12. It's Too Late (Willis) - 3:48
13. Layla (Clapton/Gordon) - 7:02
14. Thorn Tree in the Garden (Whitlock) - 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