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코베인을 떠나 보낸 이듬해인 1995년 데이브 그롤이 자신만의 공동체를 구성할 때만해도 사람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못했다. 정확히 말해 편파적이었다. 그들은 푸 파이터스의 CD가 나올 때마다 커트의 이름을 들먹였고 너바나의 잔영(殘影)을 언급했다. 허나 1999년의 3집
이는 무엇보다 자아 정체성을 찾기 위한 데이브 그롤의 피나는 노력 덕택이었다. 얼마 전 매니아 층으로부터 전폭적 지지를 얻어낸 바 있는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Queens of the Stone Age)의 신보에 드러머로써 오랜만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데이브 그롤은 그만의 소리 브랜드를 일궈내기 위한 음악적 모험을 서슴지 않았다.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나머지 동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이 밖에도 데이브 그롤의 보컬과 코러스 선율의 조화가 일품인 'Low', 발군의 리프 제조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Time like these', 흥겹게 질주하는 'Overdrive' 등을 통해 한층 폭넓어진 사운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더 이상 데이브 그롤의 푸 파이터스가 아닌 푸 파이터스의 일원으로서의 데이브 그롤인 것이다. 그들이 '진정한 밴드'로써 거듭났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다.
뮤지션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음악적 종주권(宗主權)을 확고히 다진 밴드 최고의 걸작이다. 푸 파이터스는 이제 비극적 숙명과도 같았던 그런지의 요람을 벗어나 더 넓은 사운드 보고(寶庫) 속으로 힘찬 비행을 시작했다.
-수록곡-
1. All My Life
2. Low
3. Have It All
4. Times Like These
5. Disenchanted Lullaby
6. Tired of You
7. Halo
8. Lonely as You
9. Overdrive
10. Burn Away
11. Come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