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의 초반기 작품은 이들의 중, 후반기 앨범들을 주로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상당한 당혹감을 던져줄 것이다. 사이키델릭 록을 주축으로 글램 록과 하드 록의 파랑(波浪)이 제법 난해하고 미래지향적인 음원들을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환각적인 분위기와 혼돈스러운 사운드로 물결쳤던 데뷔작의 맥락을 이어받고 있는 퀸의 2집은 한 발 더 나아가 웅장한 우주적 스케일을 연극적인 보컬과 프로그레시브 록 연주라는 매질 속으로 통과시키고 있다. 프레디 머큐리는 피아노뿐만 아니라 고전적 양식의 피아노인 하프시코드까지 사용하며 곡들의 분위기를 한층 몽환적이고 심오하게 조성했다. 아트 록 사운드가 본격 도입되었음을 알 수 있는 한 부분이다. 앨범의 틀도 프로그레시브의 전형인 컨셉트 형식을 취해 앞면인 '화이트'사이드와 뒷면인 '블랙'사이드로 구성되어 있다.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의 장엄한 서곡 'Procession'부터 육중해진 퀸 음악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아트 록의 요체는 '블랙'에 실린 'The march of the black queen'에 실려 있다. 변화무쌍한 연주와 불협화음이 춤추는 이 곡 하나만으로도 이 음반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독창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Father to son', 메이의 나직한 보이스와 잔잔한 연주가 좋은 궁합을 이루는 'Some day one day', 감동적인 발라드 'White queen'정도가 그나마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다. 좀더 집중해서 귀를 기울인다면 'fairy Feller's master-stroke', 'Orge battle'과 같은 의외의 수작들도 낚을 수 있을 것이다.

마니아가 아닌 일반 팬들이 듣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퀸의 역사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본작은 필수 체크 항목이 될 것이다. 'Bohemian rhapsody',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등의 싱글 히트곡들만으로 유추 불가능한 퀸의 심층구조가 담긴 음반.

-수록곡-
1. Procession - 1:12
2. Father to Son (May) - 6:12
3. White Queen (As It Began) (May) - 4:33
4. Some Day One Day (May) - 4:21
5. The Loser in the End (Taylor) - 4:01
6. Ogre Battle (Mercury) - 4:08
7. Fairy Feller's Master-Stroke (Mercury) - 2:39
8. Nevermore (Mercury) - 1:17
9. The March of the Black Queen (Mercury) - 6:03
10. Funny How Love Is (Mercury) - 3:14
11. Seven Seas of Rhye (Mercury) - 2:48
12. See What a Fool I've Been [Original B-Side] (May) - 4:32
13. Ogre Battle [Remix] (Mercury) - 3:30
14. Seven Seas of Rhye [Remix] (Mercury) - 6: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