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익숙한 이름이 된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온, 토니 블랙스톤 등 당대의 디바들은 록과 힙합의 소란스러움과 기성세대 배타성에 위축되지 않고 재래식 스탠더드 팝만이 선사할 수 있는 탁월한 가창력을 부각하며 팝 신을 군림했다. 확실히 90년대 중반은 '디바들의 세상'이었다. 그 넷 디바중에서도 미모가 뛰어나 남성들로부터 가장 환영받은 머라이어 캐리는 단연 보옥(寶玉)이었다.
데뷔 이래 10년간 변함없이 매년 한 곡 이상의 차트 넘버원 곡을 배출한 유일한 여성 아티스트,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5천만 장에 육박하는 천문학적인 앨범 판매량의 소유자라는 타이틀만을 얘기해도 충분하다. 머라이어 캐리는 여가수 사상 최초로 열다섯 곡을 빌보드 차트 1위 자리에 올려놓았으며, 그 곡들이 정상에 머문 기간은 모두 합쳐 62주였다. 그것은 비틀스를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가 수립한 수많은 기록의 시발 그리고 팝시장 대권 장악의 진원은 1990년에 발표한 데뷔작
왜 구원자였던가. 당시 CBS는 80년대 말 아리스타(Arista) 레코드사에 신나는 재미를 안겨준 휘트니 휴스턴에게 맞설 여가수가 필요했다. 즉 휘트니 휴스턴을 누르고 CBS에게 1등의 위신을 세워줄 최적의 구원자가 머라이어 캐리였기 때문이다. CBS사장 토미 모톨라(Tommy Mottola)는 머라이어 캐리의 음악을 절실히 원했고 나중 진행과정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자로도 머라이어 캐리를 원했음이 밝혀졌다(토미 모톨라는 3년 뒤인 1993년, 캐리를 6월의 신부로 만들어준다). 두 사람의 '원대한' 지향이 화학적으로 융합된 것이다.
음반은 90년대가 그녀의 품 안에 담긴 세상이라는 걸 알렸다. 머라이어 캐리의 인생을 뒤바꾼 역사적인 첫 싱글 'Vision of love'가 4주간 1위를 차지하며 곧바로 순조롭게 스타트를 끊었다. 철저한 기획 속에 추진된 프로젝트라 어느 정도 예상한 결과였지만 대중의 반응은 좀더 뜨거웠다.
일단 '제 2의 휘트니'라는 홍보 문구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도 머라이어 캐리는 휘트니 휴스턴과는 현저하게 다른 '차별화 포인트'로 대중설득을 기했다. 오페라 싱어였던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 팝 보컬리스트 이상의 고음역(하이노트)을 능수능란하게 드나들었고, 강인하게 폭렬하는 머라이어 캐리의 보컬 파워는 오랜만에 쏟아진 가뭄의 단비처럼 음악 팬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파고들었다.
히트퍼레이드는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후속곡 'Love takes time', 'Someday', 'I don't wanna cry'가 순차적으로 차트 정상을 탈환했다. 데뷔작에서 무려 네 곡의 넘버원을 쏟아낸 것이다. 특히 'Love takes time'은 본래 두 번째 음반을 위해 준비해둔 곡인데 데뷔 앨범이 나오기 직전, 주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서둘러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했다는 일화를 남긴다.
그밖에 유럽에서만 싱글 발매되어 업 템포의 멜로딕한 무드로 어필한 'There's got to be a way'와 다소 어색한 감이 있지만 그녀가 직접 랩을 시도해 에어플레이 차트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던 'Prisoner', 아름다운 러브 발라드 'Vanishing', 천상의 고음 어택으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All in your mind' 등도 앨범의 질을 상승시켜준 곡들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컬의 맛과 깊이를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이 흠이었지만, 평단으로부터 완성도 높은 데뷔작으로 호평 받으며 11주간이나 차트 1위에 머물렀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래미조차 가수 일생에 단 한번뿐인 최우수 신인상(Best New Artist)을 수여하며 그녀의 재능을 인정했다.
이후에 발표한 앨범 <Emotions>, <Music Box>, 그리고 결정타 <Daydream>으로 이어지는 최강 디바의 성공 신화는 바로 이 1집
-수록곡-
1. Vision of love
2. There's got to be a way
3. I don't wanna cry
4. Someday
5. Vanishing
6. All in your mind
7. Alone in love
8. You need me
9. Sent from up above
10. Prisoner
11. Love takes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