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사 간부들의 근엄한 회의석상에서 그는 살아있는 비둘기의 머리를 물어뜯었다. 순간 그 자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약과였던지 얼마 후 가졌던 공연에서 그는 관객이 던져준 박쥐를 물어뜯었다. 미치지 않고는 도저히 못할 짓이다. 엽기에 대한 상상이 아닌 엄연히 실화인 이 사건의 주인공은 헤비메탈 뮤지션 오지 오스본이다. 스스로도 자신을 야생의 광인(Wild madman)이라고 부른다.

종교계에서 볼 때는 '제발 없어졌으면' 하는 사람이다. 1990년 미국의 존 오코너 추기경은 오지 오스본의 노래 '자살 해결'(Suicide solution)을 들먹이며 “그를 위시한 헤비메탈이 청소년들을 사탄숭배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자 오지는 “오코너 추기경이 전 세계 록 팬들의 지성을 모독했다”며 거꾸로 그를 비난했다.

오지 오스본은 그렇게 기성세대와 제도권의 갖은 압박과 공세를 견뎌냈다. 서바이벌게임의 진정한 승자라 할만하다. 지금도 영향력은 막강해 그가 기획한 정기공연 '오지페스트'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팬들이 오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음악과 더불어 바로 그 광기, 악마성 그리고 당당함 때문이다. 그들은 거기서 기성의 틀에 대한 회의와 반란이란 유서 깊은 록과 메탈의 코드를 읽어낸다. 그래서 그를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신주단지 모시듯 섬긴다. 서로 잘 모르다가도 '오지' 얘기를 해서 통하면 그 날로 '메탈동지'가 된다.

근래에는 나이 탓인지 종교에 귀의했다는 소문, 착한 아버지가 됐다는 설을 뿌리는 등 모범생기질을 드러내 메탈매니아들의 실망을 낳고있지만 그래도 그는 여전히 '메탈의 지존이자 이단'이다. 그런 그가 오는 22일 내한공연을 갖는다. 그를 한국 땅에서 본다는 것은 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참 세상 많이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