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첫 싱글 'American idiot' 은 펑크(Punk)로써 부시 정권에 대항하고자 한다. 그리고 도대체 록 음악이 사회 변혁에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가를 깨닫게 한다. 마치 맨 땅에 헤딩하듯이 질러대는 음악은 자축적인 난장을 조장하고, 공동체적 단결 혹은 패거리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런 집단적인 쾌감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이래서야 되겠냐고 외친다. 여기에서의 관건은 얼마나 강한 힘을 보여줄 수 있는가이다. 그래야만 이성 보다는 감정이 동요하기 때문이다.
이는 공연장의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록 공연장 안에서는 사회와는 분리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다. 권위는 꼰대스러운 것으로, 천하고 경박하고 본능적인 것은 쾌감이 된다. 축제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단지 '음악 따위'일 뿐이기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사회에 편입되지만 이미 시선은 달라져있다. 더 이상 미국을 정상적인 사회로 바라보지 않는다. 클래시(Clash)는 이렇게 말했다. “분노하라, 분노하는 것은 힘이 될 수 있다”
더불어 눈에 띄는 곡은 'Jesus of suburbia' 와 'Homecoming' 이다. 'American idiot' 이 속전속결의 게릴라전이었다면, 두 곡은 정반대이다. 9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총 5개의 곡이 연속적으로 등장하는데, 서로 다른 짧은 곡들을 마치 테크노 믹싱처럼 한 곡에 담아놓았다. 이런 점에서
'Jesus of suburbia' 와 'Homecoming' 은 '드라마' 형식을 가진다. 아마도 '썩어버린 미국 사회' 라는 거대한 주제를 3분에 담아내기에는 버거웠을 것이다. 따라서, 쌓아두어 응축된 감정들을 사건적으로 풀어서 설명하고, 듣는 사람이 차근히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거꾸로 수렴, 종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워낙에 비약적이고 속도감 있는 진행 때문에, '실험성' 따위는 생각할 틈이 없다.
매 앨범마다 마지막 트랙에 등장했던 어쿠스틱 발라드는 다소 모습을 바꾸어 앨범 곳곳에 배치되었다. 'Boulevard of broken dreams' 'Give me novacaine' 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분노하고, 환멸하는 가운데 드러나는 애정을 발견할 수 있다. 드러나 버린 표정이 더욱 진실하듯이, 앨범 곳곳에는 비련의 드라마가 비춰진다. 그들은 “세상을 보호해야만 한다!”고 외친다.
'American idiot'은 빌보드 모던 록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여전히 그들의 네임 밸류가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준다. 이러한 위상에도 불구하고, 메이저에 우뚝 선 밴드의 입장에서 부시 정권을 백치(idiot)로 규정짓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펑크의 순수성은 이미 없어졌다 할지라도, 그들에겐 인디 록이 할 수 없는 조건들이 주어져있다. 그린 데이는 소수가 아닌 수백만의 대중들을 향해 파고든다. 자유를 위시한 방종의 땅에서, 표현의 자유를 무기로 저항하는 것. 제국주의의 세계적 유통망을 타고 스스로를 엿 먹이게 하는 것. 참으로 아이러닉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것이 메이저 펑크의 또 다른 가능성이다.
수록곡
1. American Idiot
2. Jesus of Suburbia
Ⅰ. Jesus of Suburbia
Ⅱ. City of the Damned
Ⅲ. I Don't Care
Ⅳ. Dearly Beloved
Ⅴ. Tales of Another Broken Home
3. Holiday
4. Boulevard of Broken Dreams
5. Are We the Waiting
6. ST. Jimmy
7. Give Me Novacaine
8. She's a Rebel
9. Extraordinary Girl
10. Letterbomb
11.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12. Homecoming
Ⅰ. The Death of ST. Jimmy
Ⅱ. East 12th ST.
Ⅲ. Nobody Likes You
Ⅳ. Rock and Roll Girlfriend
Ⅴ. We're Coming Home Again
13. Whatserna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