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트메이커' 윤명선 인터뷰

by 임진모

2007.04.01

장윤정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장윤정을 슈퍼스타로 만든 곡 '어머나'의 작곡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윤명선. 그는 '어머나'를 발표한 이후, 가요계에서 최고의 상종가를 치는 인기 작곡가 중의 한 명이 되었다.

사실 그는 '어머나'라는 뽕짝 트로트를 만든 성인가요 작곡가이기 이전에 가수 매니저이고, 음반제작자다. 현재 JYP를 이끌고 있는 박진영, 한 때 유망 록 신인으로 주목 받았던 김사랑 등이 그의 매니지먼트 지원을 받았던 대표적인 가수들이다. 그는 현재 신선한 보이스로 주목받는 여가수 마골피의 제작을 맡고 있다.

그를 만나서 나눈 이야기들은 상당히 의외였고, 당황스러웠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뽕짝' 작곡가 정도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 만나본 그는 재즈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클래식까지 넘보고, 베이비페이스와 알리샤 키스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며, 음악에 대해 심리학적으로 생각할 줄 아는 치열한 이론가였다.

많은 인터뷰가 끝내고 나면 대화를 나눴다는 인상이 남는 반면에, 윤명선과의 인터뷰는 줄곧 경청하고 배우고 나온 그런 기분이었다.



'어머나'의 작곡가로 알려졌는데요, 원래는 매니저였다고 들었습니다.
가수 이주원, 김신우, 장동건, MC 김승현, 김사랑, 박진영, 진주 등의 매니저를 맡았습니다.
저는 작곡보다는 사실 더 매니저로서의 자신을 찾고 싶어요. 작곡은 너무 폭이 좁아요. 작곡은 곡을 발표해서 지켜보는 입장이지만, 매니저는 현장에서 같이 느낄 수 있거든요. 그리고 감동과 카타르시스가 더 강해요.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매니저는 참 아픈 직업이에요. 제가 조금 작곡가로서 대우를 받다가 다시 매니저로 돌아왔을 때, 이 직업을 버려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에요. 그런데 그 어려운 고비만 넘기면 또 적응이 되니까요.

현재 마골피는 반응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온라인 쪽은 싸이월드에서 9일째 1등 했었어요. 멜론에서는 7등이고요. 길거리에서도 많이 나오더군요.

마골피를 제작한 건 어떤 이유에요?
지금은 딱 하나에요. 순수하게 돌아가 보자. 순수해보자. 음악을 멋있거나 막 있어 보이게 힙합처럼 어깨 흔들고 그런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한번 가보자. 깨끗한 목소리를 가지고 소박하게 가보자. 들판에 있는 어느 목장처럼.

어떻게 발굴했어요?
우연히 오디션에서 봤어요. 처음엔 주변에서 다 반대했죠. 그런데 저는 그 친구의 목소리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멋이 덜 들어가 있기 때문에요. 그래서 그 친구를 선택했죠. 제작은 꼭 6년만이네요. (주목받은 이유를 묻자) 순수함인 것 같아요. 표시 안 나게.

그럼 지금 우리나라 음악계에는 좀 순수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 거겠네요.
그렇기보단, 너무 멋있죠.

'어머나'를 작곡한 분이 이승철의 '서쪽 하늘', 마골피의 '비행소녀'도 작곡한 것을 사람들은 의외로 여길 것 같습니다.
제가 해군 홍보단을 나왔어요. 거기에 있을 때 바로 맞선임이 김건모, 위에는 김용만, 지석진, 밑에는 추가열, 심현섭 있었죠. 저희는 최고의 음악부대였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어요. 다들 세계 최고의 세션을 카피해서 연주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때 들은 음악들이 리 라웃너(Lee Ritenour), 팻 메시니(Pat Metheny), 오티스 레딩(Otis Redding), 조지 벤슨(George Benson), 알 재로(Al Jarreau) 등 거의 모든 장르를 망라했어요. 음악을 그때 다 배운 거 같아요. 그만큼 다양하게 접했기 때문에, '어머나' 같은 트로트도 하면서 다른 곳도 왔다갔다 하는 거 같아요.

홍보단 시절은 섬 주민들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어요. 그 때는 맞으면서 트로트를 배웠어요. 섬 주민들을 기쁘게 하지 못하면 안 되니까요. 우리나라의 80개 섬을 1년 내에 낙도만 찾아다니면서 돌아다녔어요. 그때 바다 위에서 음악을 배웠고, 진짜 음악이 뭔지를 자연과 함께 더불어서 배웠어요. 도움이 되었고 중요한 순간이었어요.

그럼 거기서 음악이 뭔가라고 알았을 때, 음악은 대중과 호흡해야만 진짜 음악이라는 걸 느꼈던 건가요?
저는 음악이 꼭 대중과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 100%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대중들이 제 음악을 좋아하고, 제 음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되짚어보고, 자기 개인적인 이유로 듣게 되는 것이 상당히 흐뭇하죠. 하지만 음악가에게 10% 정도는 음악적인 차원에서 자기만의 완전한 영역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도 지금 발표할 수 없는 곡이 100곡 정도가 되거든요.

지금까지 곡을 준 가수들을 명단만 봐서는 한 계열로 분류할 수는 없고 장윤정 '어머나', 이승철 '서쪽 하늘', 김장훈 '허니', 이루 '까만 안경', 마골피 '비행 소녀', 슈퍼주니어 '로꾸거', 박진광 '파도', 심수봉 '진실 그 사랑' 등 아주 폭이 넓습니다. 제작자의 그와 같은 다양한 의뢰를 가능케 하는 건 윤명선의 무슨 힘인가요.
제가 개개인의 가수들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알고 있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 아티스트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다중성이 저한테 있을 거라고 봅니다. 팝송, 클래식, 심지어 국악까지, 들으면 노래를 부른 사람과 작곡가의 심리적인 것이 느껴져요.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같은 거요.

그럼 굳이 성인 쪽 음악을 하게 된 이유는 뭐죠.
처음부터 성인 쪽을 한 건 아니고, 원래는 젊은 쪽을 했어요. 김현정, 장나라 등이요. 그런데 그때는 가수들이 너무 바빠서 저를 믿어주질 못했어요. 저는 프로듀서로서 제가 원하는 방향, 제가 원하는 편곡,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는데, 가수들이 음악보단 엔터테이너다보니까 음악 쪽에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작았던 거죠.

그래서 우연히 성인 쪽을 기웃거렸는데, 성인 쪽은 너무 잘 믿어주는 거예요. 저에 대한 믿음과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그 사람들의 많은 시간과 믿음을 가지고 작업을 한 번 해보자 했어요. 젊은 쪽에서는 그게 어렵죠. “한 프로 안에 끝내야 됩니다.” 이런 주문을 해요. 그런데 성인 쪽은 제가 원할 때까지 계속이에요. 그리고 사실 저는 트로트란 말을 별로 안 좋아해요. 힙합, 알앤비, 발라드가 아니면 포크까지 다 트로트로 들어가 버리니까요. 트로트란 말 대신 새로운 용어가 나와야 할 것 같아요.



윤명선 작곡의 포인트가 궁금합니다.
일단 저는 곡을 쓸 때, 아침 9시에 써요. 가장 제 본능이 깨끗할 때, 지쳐서 여러 가지 세속적인 뭐에 얽히지 않고, 자고 나서 몸과 마음이 깨끗했을 때, 집중력이 좋을 때 써요. 저는 그럴 때 멜로디가 솟아요. 그리고 저는 한 번 쓸 때 10곡 이상을 써요.

코드워크의 핵심은 뭔가요.
저는 정 코드를 써요. 텐션을 잘 안 써요. 그걸 쓰면 곡을 자꾸 꾸미게 되니까요. 그건 편곡에서 이뤄져야 되는 거라고 봐요. 물론 장르에 따라서는, 이를테면 내가 이 곡을 재즈로 바꾸겠다고 하면 텐션을 좀 넣죠. 저는 단순하게 했다가 확장시키는 식으로 곡을 씁니다.

노랫말은?
곡을 쓸 때 5분 정도면 영상이 다 잡혀요. 제 머리 속에 그림이 다 그려지죠. 그래서 노래를 쓰면서 이건 어떤 상황이라는 게 그림이 그려지고, 작사는 그냥 그 상황을 설명해요. 저는 하나의 프레임을 표현하려고 해요. 영화의 일시정지 된 한 단면. 그 단면을 표현하려고 노력하지 전체를 담으려고 노력하진 않아요.
또 저는 곡을 쓸 때 10분 이상을 안 넘겨요. 항상 5분 정도면 한 곡이 끝나요. 긴 시간 동안 써본 곡은 장나라의 '물망초' 정도밖에는 없어요. 작업 과정은, 일단 풀로 한 번 가고, 한 번 모니터하고, 어디를 고쳐야 하는 구나 생각한 다음에, 녹음하고, 고치고, 그리고 끝내요.

슈퍼주니어의 '로꾸거'가 화제인데, 어떻게 그 곡을 쓰게 되었고, SM과는 어떻게 선이 닿았나요. 그 아이디어를 윤명선씨가 직접 제안했다는 생각도 들던데요.
'로꾸거'는 “차가 거꾸로 간다”, “사회가 거꾸로 돌아가는 거 같다”, 같은 반대로 가는 모든 현상을 로꾸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도했어요. 제 기획은 아니고요, 이수만 선배님 생각이에요. 제가 한 3년 전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김경욱 전 SM 사장님께 트로트를 하나 가져가서, “이렇게 편곡해서 동방신기가 부르면 대박입니다. 합시다!”라고 했는데 제작을 안 받아줬어요. 상당히 아쉬운 마음을 갖고 헤어졌죠. 그런데, 이번에 SM에서 '슈퍼주니어 티'를 한다고 해서 기뻤습니다.

'로꾸거'는 윤명선씨 작품 중에서 덜 끌린다는 일부 팬들의 지적이 있던데.
아, 그거 일리 있어요. 멜로디가 폭이 좀 작다고 해야 되나요. 멜로디보다는 가사에 중점을 두고 쓴 곡이에요. 음악보다는 가사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가사에 멜로디를 좀 맞춘 경향이 있죠.

윤명선의 곡을 대중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작곡가들은 앰프 앞에서, 피아노 앞에서 음악을 하지만 저는 매니저 출신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대중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볼 수 있었어요. 대중과 가수의 바로 중간에 있었던 거죠. 이런 음악이 나갔을 때 대중들이 어떤 반응을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할까요.

국내 음악계를 어떻게 생각해요?
작품자 즉 작사 작곡자들이 용기를 좀 더 가져야 될 것 같아요. 저는 일단 MP3나 빅 사이즈의 가수가 없다고 하는 여건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자들에게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봐요. 큰 가수 옆에는 항상 훌륭한 디렉터, 프로듀서가 있었어요. 가수는 하늘이 내린 극소수의 가수 빼고는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봐요. 그게 매니지먼트거든요. 어떤 가수들에게 시원하게, 불안하지 않게 “이쪽 길로 가십시오.” “저쪽 길로 갑시다.” “지금 전부 이 길로 가니까 우린 이 길로 갑시다.” 이렇게 확실히 보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프로듀서가 필요해요.

예전에는 작품자들이 다 싱어송라이터 경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다 따라가는 경향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은 이끌어가는 것보다는 맞춰가는 한 부품같이 되어버렸거든요. 세계적으로도 그런 이끌어가는 용기가 좀 약해진 거 같아요. 요즘 세계 음악들을 들어봐도, 예전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게 되는 거 같아요.

음악계로 인도한 가수나 앨범은 어떤 건가요?
앨범은 유재하와 산울림. 팝 음악 중에서는 퀸(Queen)이요. 퀸을 정말 좋아했어요. 플리트우트 맥(Fleetwood Mac)도 좋아했고요.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은 건 대학교 3학년, 정확히는 2학년 말부터죠.

유재하를 들은 느낌은?
그냥 완전히 상상 속의 어떤 그림? 말이 필요 없죠. 딱 듣는 순간, 참 아름답다. 너무너무 아름다워서 음악을 듣는 게 아니라 문학 같았어요. 아.... 그냥 바로 샀죠. 제가 대학교 1학년 때에요.

내가 좋아하던 안 하던, 인정하는 뮤지션이 있다면.
김동성 선생님을 좋아해요. 그 분이 바이올린 연주하시는 걸 진짜 너무너무 아름답게 봤어요. 그냥 헤드폰 거꾸로 끼고 바이올린을 촥~ 치시는데, “이 자체가 음악이구나.” “와, 저런 분을 아이들한테 설명을 못해주는 게 참 안타깝다” 싶었죠. 저는 젊은 쪽보다는 연륜이 있는 분들 음악을 좋아해요.

가수 중에서는?
이미자 선생님이요. 이미자 선생님은 울림통이 드럼통이었다가 바늘로 순식간에 바뀔 수 있는 분이에요. 정말 놀랍죠. 옛날에 활동하셨던 분들이 제가 봤을 때는 다 로커에요. 이미자 선생님도 굉장한 로커죠. 선생님께서 만약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을 팠다면, 굉장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심수봉 선생님이 엔야(Enya)나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 쪽을 팠다면, 정말 거대했을 겁니다. 현인, 황금심, 김정구 선생님 같은 분들의 음악도 들어보면 대단해요.

앞으로 내가 좀 도전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다면?
재즈가 뭔지 한 번 보여주고 싶어요. 정말로 대중들에게 히트시킬 수 있고, 대중들에게 들려질 수 있는 재즈요. 재즈가 사실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그 나라의 뽕짝이잖아요.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해보고 싶어요. 그 다음에는 팝페라에요. 만약 클래식 분야에서 저를 이해하고 도와주실 분이 있다면, 클래식과 여러 장르를 덜컥거리지 않게 결합해보고 싶어요. 여러 장르가 한 노래 안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바뀌는 그런 것을 해보고 싶어요.



난해하게 인식되어 있는 장르라도, 난해하게 들리지 않게 하려고 하는 것이 윤명선 음악 비전의 핵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마골피는 '비행소녀'가 든 싱글을 냈는데 앨범은 언제나 들을 수 있나요.
풀 앨범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요. 그 전에 디지털 싱글이 한 번 더 나올 수도 있고요. 오프라인이 너무 많이 죽어서, 곡을 한 번에 많이 풀면 들려지지가 않아요. 작년에도 제가 의뢰는 한 몇 백 개 오는데 여섯 곡 밖에 녹음 안 했어요.

본인의 곡 중에서 가장 잘 썼다고 생각하는 곡은?
영웅시대 주제곡이었던 박진광의 '파도'에요. 뜨진 않았지만, 제 개인적으로 제 본능을 가장 많이 담았어요. 제가 그때 처한 마음을 가장 잘 반영했죠.

좋은 대중가요는 멜로디라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노랫말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멜로디요. 멜로디가 51%고요, 작사가 49%인 것 같아요. 좋은 멜로디는 이미 그 안에 작사를 갖고 있어요.

내 인생의 모멘트가 있다면?
저는 지금 성공했을 때보다도 김사랑 하다가 망했을 때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작곡가로서 이렇게 성장도 하고, 작곡가 상도 받고, 영예도 얻었지만, 크게 관심이 없어요. 저는 등산을 좋아하니까 등산복 입고 그냥 편하게 돌아다니고, 보고 하는 게 좋아요.

제가 마지막으로 바람이 있다면, 매니저들이 자기 자리를 빨리 잡는 거예요. 왜냐면, 가수들을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부모님 빼면 매니저거든요. 그런데 근래는 매니저들이 가수를 사랑하는 마음을 여건상 못 가져요. 가수가 소모품이 안 되려면 가수를 사랑하는 매니저를 얻어야 해요. 가수의 생명이 1, 2년이면, 매니저의 사랑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매니저가 가수를 정말 사랑하면 가수는 계속 발전할 텐데, 기업이 들어와서 매니저를 붙여주고 그러니까 가수와 융합이 되질 않죠. 매니저가 자기 가수 노래하는 걸 눈 크게 뜨고 또렷이 쳐다보는 거하고, 무대 끝나고 내려오는 것만 기다리는 거랑은 하늘과 땅 차이죠. 아마 조금 더 있으면 매니저가 얼마나 중요한 위치인지 깨닫게 될 거에요. 진짜 자기(가수)를 아껴주는.

질문 : 임진모
정리 : 이대화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