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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ee
릴리 알렌(Lily Allen)
2018

by 정연경

2018.07.01

조지 부시를 향해 엿을 날리고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상의를 노출하던 ‘악동’ 릴리 알렌을 생각했다면 ‘Three’의 진중함에 조금 당황스러울 테다. 단출한 피아노 반주를 거들 뿐인 스트링 사운드와 모빌 소리 같은 몽환적인 효과음이 전부인 노래에서 릴리 알렌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단연 가사다. 언제나 바쁜 엄마에게 떠나지 말라며 호소하는 3살배기 딸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노랫말이 슬프다. 딸의 입장을 상상했을 뿐 이는 고스란히 그가 자식에게 느낀 죄책감일 테니까. 외로운 바람 소리, 장난감에서 나오는 듯한 멜로디는 집에 홀로 남겨진 아이의 시선을 그려낸다.


자기 자신밖에 모르던 그가 자신 이외의 존재에게 애착을 느끼고 진심 어린 마음을 담았다. 릴리 알렌은 이제 악동이 아닌 어엿한 어른이다.

정연경(digikid8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