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가요 싱글

by IZM

2019.12.01



2019년을 대표할 올해의 싱글 10곡이다. 따스한 위로와 즐거움, 냉철한 시선과 너른 시각으로 숱한 이들의 감정을 대신 노래한 노래들이다. 2010년대의 마지막 한 해를 상징하는 10곡을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백예린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그간 발표한 히트곡 'Bye bye my blue'나 '우주를 건너'보다도 훨씬 자신의 이름을 강하게 아로새긴 활약이었다. 올 상반기 백예린은 두 번째 미니 앨범 < Our Love Is Great >의 수록곡들을 줄줄이 음원 차트에 올리며 '음원 퀸'의 면모를 부각했다. 그중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는 핵심. 세련된 음향과 제 색깔을 찾은 듯 유연한 보컬, 젊은 세대의 사랑 이야기를 보듬는 노랫말로 그만의 개성과 시선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오랜 시간 유튜브 등에 커버 영상을 올리며 수련한 백예린은 정직함으로 승부했다. 작위적인 콘셉트나 마케팅으로 주목을 갈구하지도, 많은 방송 출연으로 빠른 호응을 끌어오려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음악만으로 형성된 아티스트의 캐릭터가 대중의 호응에 직결하며 작자와 청자가 한 폭에 공존하는 그림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야말로 '좋은 음악'의 저력. 자신의 색깔과 대중성 양쪽 모두를 껴안으며 왕관을 쓴 그에게 올해의 대중음악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이홍현)



염따 '돈 call me'
21C 새로운 성공 서사는 이렇게도 적힌다. 오랜 무명시절을 거쳐 < 무한도전 > 돌아이 콘테스트 편에 잠깐 얼굴을 비추고, 래퍼보다는 MC로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염따는 2016년 정규 1집 < 살아숨셔 >로 진솔한 속내를 고백하며 작게나마 이름을 알렸다. 이후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를 통해 소통하며 커리어에 새 활로를 연다. 비속어와 반말을 섞어 쓰며 난데없이 그만의 언어 '빠끄'를 외치던 염따는 특유의 친근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서는데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6천만 원의 판매고를 올린 '티셔츠 대란'은 그를 세간의 중심으로 끌어올린다.

음악 외의 것을 주 무기 삼아 조명받았으나 '줌' 당겨 자세히 보니 음악 또한 심상찮다. 외적으로 보이는 쿨 함과 웃음기 어린 '플랙스' 사이 눈물 젖은 고생 사와 마음을 동요하게 하는 진지함이 묻어있으니 이건 다름 아닌 우리네 젊은 날의 초상이다. 소셜 플랫폼 < 딩고 >와 협업해 멜로디컬한 선율에 힘을 빼고 담담하게 부르는 염따식 위로는 멀리 에둘러 돌아가지 않고 익숙하게 곁을 내준다. 젠체하지 않고 솔직하게 끌러낸 그만의 힙은 올해 가장 너른 사랑과 공감을 받았다. 염따의 돌풍! 제대로 살아 숨셨다. (박수진)



방탄소년단 '작은 것들을 위한 시 (Boy with luv) (Feat. Halsey)'
이전에 발표한 노래들보다 쉽고 편하다. 'DNA', 'Danger', '불타오르네', '쩔어'와는 확실히 다르다. 다양한 팬층을 확보하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복잡함과 진지함을 걷어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그러나 작지 않다. 탁하고 허스키한 음색의 할시는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맞춰 밝고 투명한 목소리를 냈고 그마저도 'Oh my my my...'나 '오아 오아 오아...', 'I want it!' 같은 후렴구나 추임새에만 등장한다. 음악 동료 이상의 인간적 유대감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과감한 결정이다.

발표한 지 6개월이 지나 한 걸음 떨어져 '작은 것들을 위한 시'를 들어보니 그 안의 '작은 것들'이 들렸다. 에코 사운드를 사용한 가성과 진성을 교차하는 보컬과 울림소리를 최소화한 슈가, 제이 홉, 알엠의 서로 다른 래핑, 펑키(funky)하고 선명한 16비트의 리듬 기타, 신시사이저로 정밀하게 찍어낸 하이햇과 드럼, 세련된 편곡, 미세한 소리도 균형 있게 조율한 믹싱까지 '작은 것들을 위한 시'는 2019년에 등장한 그 어떤 노래보다 가장 듣기 좋고, 편하고, 마음 따뜻한 댄스곡이다. 무엇보다 목석처럼 뻣뻣한 할시를 춤추게 하지 않았는가. (소승근)



제이클레프(Jclef) 'Mama, see'
세상이 커지는데 '뭔가 이상하다.' 엄마에게 부리는 투정의 형식을 빌었지만 그 내용은 결코 가볍거나 사소하지 않다. '엄마가 상영한 악몽'은 친구들의 '간편한' 죽음과 학대에서 재생산된다. 거대한 부조리에 대한 답답함과 무력감, 그리고 이에서 파생되는 분노가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변하고 말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 모두 2019년을 대표하는 정서다.

엄마에 대한, 엄마를 위한 '시'는 억압받는 이들의 시점에서 세상을 '봐' 달라는 호소이기도하다. 굳이 날을 세우지 않은 비트 위에서 부드러운 멜로디로 이를 노래하는 제이클레프의 방식은 색다르다. '등 떠밀지는 않'겠다고, '그저 내 옆에 서'서 변화의 '파도'를 타 달라고, 담담하지만 확고하게 연대를 부탁한다. 이에 답하지 않을 수 없다. (황인호)



이달의 소녀(LOOΠΔ) 'Butterfly'
“Fly like a butterfly.” 그들의 목소리가 거대한 공명(共鳴)이 되어 경계를 허물었다. 국가, 인종, 성별의 한계를 넘어 진행되는 뮤직비디오는 물론 확실한 라인을 가진 후렴구를 선호하는 기존의 시장과 다른 행보, 강렬한 선을 가진 안무 등 이달의 소녀는 'Butterfly'를 통해 보이지 않는 벽을 부쉈고 자신들만의 우주를 증명해냈다. 작은 날갯짓으로 얻어낸 의미 있는 행보였다.

그들이기에 가능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가진 '소녀'들은 2018년 10월, 12명의 완전한 그룹이 되기까지 매달 솔로 혹은 유닛 활동으로 실력을 다졌고 아티스트 그라임스와의 협업 등 계속해서 움직이며 기록을 남겼다. 'Butterfly'가 꿈이란 보편적 메시지로 세상과 교감할 수 있던 것은 이달의 소녀가 걸어온 길이 새로운 시도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그 발걸음은 나아가 앨범 < [X X] >가 미국 아이튠즈의 전체 장르 차트 1위에 오르며 2019년 대중음악에 뚜렷한 흔적을 새겼고 그 중심엔 'Butterfly'가 있다. 케이팝의 기준을 제시할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시작됐다. (손기호)



비와이(BewhY) '가라사대'
씨잼의 친구로 시작해 2015년 < 쇼미더머니5 >에서 'Forever'로 '얍, 얍, 얍', '영원히 비와' 등 유행 가사를 만든 비와이는 대회 우승과 함께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7년 2집 < The Blind Star > 이후 2년 만에 나온 < The Movie Star >의 타이틀 '가라사대'는 비와이의 종교적 신념과 음악인의 가치관을 가감 없이 담아 '여호와 밑 가라사대/이게 내 위치 가라사대'로 기독교인의 모습을, '나는 되고 싶은 내가 될 지어다'로 자신이 믿는 래퍼의 길을 내뱉는다.

'Day day', 'The time goes on', 'Dejavu'에 이어 비와이 대표곡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가라사대'는 노래의 의도를 확실히 전하기 위해 비와이 자체를 신격화한다. 짧은 음악 속에서도 강하고 웅장한 비트는 '지어다', '가라사대'라는 반복적인 각운과 정점의 속사포 랩 파트를 이용해 중저음의 목소리를 뇌리에 꽂는다. 거친 힙합의 편견에서 벗어나 올해도 다사다난했던 힙합 계에서 청정의 유기농을 자랑하는 비와이는 믿음도 음악도 신실하다. (임동엽)



이소라 '신청곡 (Feat. SUGA of BTS)'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순간에도, 음악은 위로가 되어주었다. 이 작은 진실을 일깨워준 '신청곡'은 새해에 등장해 이번 2019년을 아름답게 장식한 싱글이다. 타블로가 써낸 섬세한 멜로디, 이소라의 우아한 보컬, 방탄소년단 슈가의 개성이 담긴 랩을 선호하는 이들 모두의 마음을 움직였다. 데뷔 시기와 음악 스타일이 모두 다른 뮤지션이 모였기에 특별한 의미를 제공한다.
 
라디오, DJ, 신청곡. 사실 오늘날 세대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다. 편곡 또한 아날로그 소재에 맞춘 듯 다소 투박한 사운드를 들려준다. 세련된 분위기보다는 감정과 노랫말 그 자체에 집중한 곡이다. 쉽게 다가오는 선율과 진솔한 메시지는 대중의 선택을 이끈 핵심 요소였다. 따스한 온기로 치열했던 올해를 품어준, 우리의 신청곡. (정효범)



페기 구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
한 스마트폰의 광고가 나른함을 때리며 단숨에 다수 시선을 나포했다. 그 CF의 주인공은 전문 모델이 아니라 독일 클럽에서 뛰는 유명 한국인 DJ였고 배경음악 역시 그의 작품이었다. 무엇보다 은은하게 리듬이 퍼지는 'Starry night'는 매혹의 EDM이란 것 못지않게 해외 활동에 치중함에도 불구하고 한국말이 들려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알고 보니 포브스 선정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 30인 중 하나 등등 신상도 가히 최상급이다. 시대의 키워드인 '핫'과 '힙'의 총집결? 로큰롤 전설 버디 할리의 명곡 '페기 수'가 아닌 페기 구, 이 이름만 봐선 힙을 무기로 하는 것 같지 않지만 급부상의 원동력이 힙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대중음악 분야 비(非) 메인으로 치면 2019년의 토픽 인물 그리고 토픽 송. (임진모)



박재범 & 기린 '오늘밤엔 (Feat. Ugly Duck)'
'슬픈 노래는 듣고 싶지 않아 / 서울의 달은 유난히 오늘따라 더 밝아' 이태원에서 시작해 홍대까지, 좋은 음악과 즐거운 파티를 찾아 서울의 밤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이들에게 바치는 송가다. 레트로를 세련되게 승화시킨 기린의 '오늘밤엔'이 이들에게 제격이다. 에잇볼타운(8BallTown)의 유누(Yunu)가 프로듀싱을 맡고, 감각적인 알앤비 비트 위에 제이슨 리(Jason Lee)의 색소폰 연주가 얹어지며 복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한밤중 뜨거운 파티를 대변하는 이 노래는 어딘가 모르게 친근하다. 데뷔한 이래로 레트로만을 고집해오던 기린의 오랜 뚝심이 2019년을 뜨겁게 달군 '온라인 탑골공원' 안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기린 특유의 감성에 박재범의 트렌디한 보컬과 멜로디 진행력이 더해져 만인이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음악을 창조했다. 과연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세대의 공존, 기린의 레트로. (조지현)



(여자)아이들 'LION'
어린 사자인 줄 알았는데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있었다. 'Senorita', 'Uh-oh'로 차근차근 올라서더니 마침내 세상을 호령하는 제왕의 자리를 차지했다. 왕관이라는 먹잇감을 노리고 우아하게 전진한 결과, 사랑을 갈구하는 가사와 혼을 빼놓는 전자음이 난무하는 음악계에서 여왕의 품격이 무엇인지 선보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팀의 프로듀서 전소연의 '서낳괴(서바이벌이 낳은 괴물)' 모먼트가 폭발하고 이에 멤버들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막강한 시너지를 일으킨다.
 
어린 소녀가 비웃음을 뒤로하고 전장에서 승리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자의 포효 같은 민니의 고음, 모든 멤버가 돌아가며 'I'm a queen like a lion'을 외치는 퍼포먼스는 즉위식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아이돌이 가지는 고정관념의 철창을 부수고 그들만의 길을 개척하는 모습은 데뷔 2년 차의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여자)아이들의 주체성, 정체성 더 나아가 비전까지 제공한 이 곡을 가볍게 넘길 이유가 전혀 없다. (임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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