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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식
신화
2002

by 이석원

2003.02.01

작년 'Perfect man'으로 자신들의 매력을 완벽하게 발산했던 신화의 여섯 번째 앨범이다. 5집을 낸지 1년도 못돼서 부지런히 다음 앨범을 내놓았다. 라이벌 god와의 정면 충돌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일까?

사실 현재 주류 가요계에서 신화만큼 폭발적인 남성미를 과시하는 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작에서 보여줄 것을 다 보여주었는지 그만 힘에 부친 기색이 역력하다. 파워는 전만 같지 않고 레퍼토리도 식상하다. 그들만의 역동적인 군무(群舞)에도 불구하고 예전 같은 감동(?)은 찾아오지 않는다.

신화의 기본적인 성공 방정식은 이렇다. 일단 강력한 비트의 타이틀곡에서 멤버 여섯 명이 완벽한 무대 매너를 펼치며 소녀 팬들의 넋을 빼놓는다. 무대 위에 감도는 팽팽한 긴장감은 다른 그룹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음반에는 미디엄 템포의 R&B 곡들이 추가로 가미되며 적당한 음악적 균형을 이룬다.

이번에도 그 사실엔 변함이 없다. 일단 내 길을 가겠다는 'Hiway'로 비장하게 음반의 첫 문을 연 후 'Lost in love'로 여린 남자의 감성을 안타깝게 표현했다. 이어지는 '너의 결혼식'은 기존의 파워풀한 히트곡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동생의 결혼식장에 갔더니 신부가 자신의 첫사랑이었다는 가사가 조금 독특하긴 하지만, 답습이란 진부한 표현을 쓰긴 뭐한 그저 신화다운 타이틀곡이다.

무엇보다 전체적인 파워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고개를 비딱하게 기울인 신화의 표지 사진은 더 거만해졌지만 그에 맞는 남성적인 과격함은 음반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조용한 슬로우 R&B 곡들이 주를 이룬다. 'Soulmate', '비밀', '중독' 등 얌전한 곡들이 음반 전체를 지배한다. 이럴 때 팬들은 '성숙했다'고 칭찬하고 반대 진영에선 '지겹다'며 평가 절하한다. 이제는 진지하게 음악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멋진 청년 이미지를 만드느라 앨범에 힘이 너무 많이 빠졌다.

6집쯤 되면 자작 곡도 제법 실어야 하는 것이 모든 보이 그룹들의 의무다. 신화도 이민우가 'Lost in love', '...후에', '79'를, 신혜성이 '노을'을 써내며 구색을 맞췄다. 뛰어나다고 볼 순 없지만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러나 선배 현진영이 작곡한 'Get up'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일천한 감이 느껴진다. 이제 계약 만료를 앞둔 신화지만 자신들만의 음악성을 마음껏 펼치기는 아직도 시기상조이라고 생각된다.

H.O.T.와 S.E.S.를 과감히 분해시킨 소속사 SM 엔터테인먼트가 과연 이 음반을 끝으로 신화마저 끝을 보게 할지? 오는 5월이 계약 완료 시점이다. 바쁘게 발매한 이번 앨범은 짜내기 성격도 짙다.

아직 신화가 자신들의 미래를 어떻게 풀어갈지는 불확실하지만 한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번 6집이 어쩌면 있을지 모를 신화의 대미를 장식하기에는 너무나 안타까운 음반이라는 사실이다. 차라리 〈Perfect Man〉이 신화 완성에 더 적합하지 않았을까?

-수록곡-
1. Hiway (Ride With Me)
2. Lost In Love
3. 너의 결혼식 (Wedding)
4. Soulmate
5. 비밀 (My Own Secret)
6. 중독 (Deep Sorrow)
7. ...후에 (Later)
8. 괜찮아요 (Gonna Be Alright)
9. Get Up
10. Missing U
11. 네가 없다면 (Without You)
12. 79
13. 노을 (You...)
이석원(slpain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