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탄생 50주년 기념] 힙합을 빛낸 래퍼들 / 2부
1973년 뉴욕시의 브롱크스 남부에서 반세기 대중음악사를 책임질 사운드가 태어났다. 파티에서 사람들이 춤을 더 오래 출수 있도록 고민한 디제이 쿨 허크(DJ Kool Herc)가 음악이 멈추지 않도록 두 개의 턴테이블을 이용해 드럼 브레이크를 믹스한 것. 무릇 위대한 발명이 그렇듯 쿨 허크의 혁신적인 시도는 당초의 의도보다 더 큰 파급을 이루며 거리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비보이(B-boy)와 비걸(B-girl)들은 새롭게 탄생한 리듬에 맞춰 춤을 췄고, MC들은 마이크를 잡아 흥을 돋웠다.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힙합의 탄생이었다.
파티의 호스트 역할을 했던 MC들은 나름의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가. 미사여구에 불과했던 그들의 단어는 자연스럽게 각운과 운율을 가지면서 랩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래퍼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새 문화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는 흥을 돋우는 데 충실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이야기로 위로와 공감을 샀으며 다른 이는 정치와 세태를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또한 몇몇은 신선함을 갈구하며 다른 장르와의 융합으로 힙합을 확장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2023년, 힙합 50주년을 기념해 IZM에서 대중음악사에 위대한 금자탑을 쌓아 올린, 그리고 오늘날 새 시대를 견인하는 위대한 래퍼들을 소개한다. 힙합에 입문하려는 이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고 자신이 애호가라면 다시금 지난 시간을 훑을 수 있는 타임라인이 될 것이다.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다루기 위해 솔로와 팀 단위를 고루 골랐음을 먼저 밝힌다. 명단은 시대순으로 나열하며, 총 3부에 걸쳐 업로드 할 예정이다. 두 번째 편은 힙합의 골든 에라(Golden Era)를 이끌었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백종권)
투팍(2pac)
동부 뉴욕에서 태어나 대부분의 시간을 서부에서 보낸 그는 한 때 마약을 팔며 거리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가 래퍼로서 제대로 된 주목을 받게 된 건 데뷔 음반 < 2Pacalypse Now >. 갱스터랩이 주류였던 시절 사회를 거칠게 비판한 가사로 서부 힙합의 강자로 떠올랐다. 탄탄하면서 깔끔한 목소리로 내뱉는 래핑과 빽빽하고 느릿한 음악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간 곡 소화력은 덤. 그중 성추행 관련 문제로 감옥 들락날락 거리며 만든 < Me Against The World >와 < All Eyez on Me >의 흥행은 상당했다. 어머니에 대한 감정을 담은 'Dear mama'나 화려한 피처링진과 함께 서부 힙합의 매력을 듬뿍 담은 'California love', 'How do u want it' 같은 곡이 큰 사랑을 받았다. 힙합 골든 에라의 최전선기, 비기보다 6개월 먼저 총을 맞아 숨진 것까지 영화적이다. 얼마 전, 그를 쏜 범인이 체포됐고 끊임없이 나오던 사후 음반도 뜸해진 지금, 투팍의 음악만은 여전히 살아있다. (박수진)
추천곡: 'Keep ya head up', 'California love', 'How do u want it'
디엠엑스(DMX)
래퍼들이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 신나는 음악을 선보이던 1990년대 중후반, 디엠엑스의 등장은 힙합의 판도를 뒤엎었다. 투박하고 거친 언어와 모난 스타일을 추구하며 힙합을 다시 “거리로 끌고 온” 앨범 < It's Dark And Hell Is Hot >은 1998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고, 같은 해 발표한 < Flesh Of My Flesh, Blood Of My Blood >와 1999년 < … And Then There Was X >로 성공 가도를 이어가며 그는 정상의 자리를 수없이 드나들었다. 에미넴과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차용한 오싹한 호러코어(Horrorcore) 장르, 한때 팝 시장에서도 애용된 얼터 에고(다중 자아) 콘셉트를 대중에게 소개한 인물이기도 하다. 거침없는 사생활을 살면서도 음반에 가스펠을 수록하던 독실한 기독교인은 50세의 짧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다. '다크 맨 엑스(Dark Man X)'가 있는 자리가 천국인지 지옥인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분명히 그는 어디서든 화끈하게 불타고 있을 것이다. (한성현)
추천곡: 'Get at me dog (Feat. Sheek Louch)', 'Slippin'', 'X gon' give it to ya'
노토리어스 비아이지(Notorious B.I.G.)
1996년 9월 차안에서 서부 랩의 투팩 세이커가 피격 사망했고 그로부터 6개월 후 동부 랩의 노토리어스 비아이지(비기 스몰스)가 역시 차안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미국 동서 랩 암투가 빚은 교차 참극이었다. 사후 비기는 'Hypnotize'와 'Mo money mo problems' 두곡이나 핫100 정상에 올랐다. 폭력배와 연루된 음반회사들의 금고불리기 과욕에 따른 만행이 명백했다. 국내에선 애호와 영향이 투팩으로 흐른 감이 있지만 다이나믹 듀오 최자는 2009년 “우리는 비기 쪽이다. 네 글자로 박자를 꽉 채우는 느낌과 목소리 하나로 대접을 받지 않나.”라고 했다. 삶과 죽음이 서로를 비춰 그의 래핑을 감싸며 깊이를 제공한다. 묵직한데도 짜릿짜릿한 플로우가 다수 신경세포의 시냅스를 터뜨려버린다, 지금도! 죽음과 예술이 엉킨 그의 역사성 때문에도 랩과 힙합은 음악역사의 바깥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었다. (임진모)
추천곡: 'Big poppa', 'One more chance', 'Hypnotize'
스눕 독(Snoop Dogg)
'Snoop D.O.Double G', 서부 힙합의 표본. 웨스트 코스트의 분위기에 최적화된 스타일로 닥터 드레의 명반 < The Chronic >에 참여해 음악계에서 단숨에 주목받았으며, 워렌 지와 함께 지 펑크(G-funk)의 전성기를 지냈다. 국내에서는 싸이의 'Hangover' 피처링, < 쇼미더머니 4 >의 심사위원 등으로 친숙한 래퍼 중 한 명이다. 거칠고 빠르게 내뱉는 랩의 선입견에 반(反)한 여유로운 플로우가 특징이며,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랩 테크닉인 도기스타일(< Doggystyle >)을 완성했다. 각종 범죄에 연루되고 마약을 찬양하며 갱스터 힙합을 '리얼'로 실천했으나, 약에 취해 있지만은 않았다. 마르고 큰 키에 가녀린 눈으로 뺀질거릴 것 같은 외모임에도 다양한 장르와 트렌디한 사운드로 꾸준하게 음반을 만들었다. 이것이 그가 잠깐 반짝였던 지 펑크의 유행과는 다르게 여전히 여유 넘치는 허세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임동엽)
추천곡: 'Nuthin' but a "g" thang (With Snoop Dogg)', 'Gin and juice', 'Ain't no fun (if the homies can't have none) (Feat. Nate Dogg, Warren G & Kurupt)', 'Drop it like it's hot (Feat. Pharrell Williams)', 'Young, wild & free (With Wiz Khalifa, Feat. Bruno Mars)'
몹 딥(Mobb Deep)
서브 래퍼 겸 작사가 프로디지(Prodigy)와 메인 래퍼 겸 프로듀서 해복(Havoc)으로 구성된 몹 딥은 1990년대 동부 힙합을 대표하는 인상파 듀오다. 동부 힙합의 발상지인 뉴욕 퀸즈에서 탄생한 이들은 1995년에 발매한 대표작 앨범 커버처럼 강렬한 하드코어 힙합(분노와 공격성을 주요 특질 삼은 동부 힙합의 한 갈래)을 구사했다. 거칠고 둔탁한 비트와 두 래퍼의 뭉툭한 랩은 뉴욕 퀸즈의 축축한 밤거리를 이미지화했다. 1980년대 위대한 래퍼로 꼽히는 쿨 지 랩이 참여한 1999년 < Murda Musik > 수록곡 'The realest' 의 구절 “총알은 인종주의적이지 않아, 그냥 당신을 싫어할 뿐이지(Bullets ain't racial, they only hate you)”는 정체성을 대변한다. 다발총 소리를 싫은 1993년 데뷔작 < Juvenile Hell> 수록곡 'Hold down the fort'와 프로디지 가사의 정수인 < The Infamous > 3번째 트랙 'Survival of the fittest'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갱스터 랩의 허풍기를 들어낸 자리에 범죄의 실상을 드러낸 몽 딥은 수많은 컨셔스 랩 후배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염동교)
추천곡: 'Shook ones (part II)', 'Survival of the fittest', 'Hell on earth'
나스(Nas)
비기란 거산이 세상을 떠난 후 동부 힙합 신엔 거대한 구멍이 생겼고 뉴욕은 틈을 메워줄 새로운 지도자를 원했다. 브루클린 출신으로 퀸스에 터를 잡은 아티스트가 적자(嫡子)로서 왕으로 추대받는 것은 필연이었으나, 나스는 단지 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읊어낼 뿐이었다. 데뷔와 함께 발표한 불후의 걸작 < Illmatic >은 그렇게 탄생했다. 디제이 프리모(DJ Premier), 큐팁(Q-Tip), 피트 락(Pete Rock) 등 당대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만든 비트를 보란 듯이 정복하는 나스의 랩은 화려한 스킬과 더불어 도시의 차가운 이면이란 냉소적 주제 의식을 시적으로 출력, 느리지만 확실하게 장르의 판도를 뒤집었다. 뛰어난 예술 작품은 소포모어 징크스를 넘어 좌절과 방황으로 이끌기도 했지만 1973년생 베테랑은 2001년 < Stillmatic >, 2012년 < Life is Good >을 지지대삼아 물러서지 않았고, 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도 < King's Disease >, < Magic > 시리즈로 나이, 세대와 상관없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절정의 기량을 뿜어내고 있다. 클래식이란 단어가 과분하지 않은, 황금빛 역사를 실시간으로 이룩하고 있는 유일무이한 래퍼. (손기호)
추천곡: 'N.Y. state of mind', 'Represent', 'One mic', 'Nas is like', 'Wave gods'
더 루츠(The Roots)
1987년 필라델피아에서 결성한 더 루츠는 힙합 신의 독보적인 '힙합 밴드' 그룹이다. 힙합의 주된 작법인 기계적인 샘플링이 아닌 직접 악기를 연주해 녹음한다는 점에서 이들의 프로듀싱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그래서일까. 이들의 음악에는 다른 힙합 음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넓은 공간감과 특유의 현장감이 있다. 비트와 구분되어 래퍼 혼자 주인공이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악기가 주인공이 되는, 재즈와 고전 소울의 요소를 빌려와 뛰어난 기교와 손맛으로 표현한 빈티지한 사운드 덕에 힙합을 넘어 여타 장르 애호가들에게도 사랑받는다. 대표작 < Illadelph Halflife >와 < Things Fall Apart >에서 그걸 잘 느낄 수 있고 재즈 그루브가 넘실대는 < Organix >와 < Do You Want More?!!!??! >, 대범한 실험 정신의 < Phrenology >, 콘셉트 앨범 < undun >도 훌륭하다. 2009년부터는 NBC <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펄론 >의 하우스 밴드를 맡고 있다. (이홍현)
추천곡: 'Mellow my man', 'What they do', 'You got me', 'The seed (2.0)'
우탱 클랜(Wu-Tang Clan)
단순한 루프 속에 화려하고 귀에 딱딱 꽂히는 멤버들의 래핑만으로 승부를 보는 이들은 1993년 데뷔작 < Enter The Wu-Tang(36 Chambers) >으로 세상을 평정했다. 대표적인 동부 힙합 아티스트로서 신시사이저 중심의 지-펑크(G-funk)가 서부에서 꽃피울 당시, 그 흐름을 완벽히 동부 쪽으로 가져왔다. 1992년 중국 무술 영화에서 영감받아 팀명을 지은 이들은 그룹의 리더이자 프로듀서 르자(RZA)를 중심으로 옛 힙합 꺼내 오기에 집중한다. 턴테이블 스크래치 위에 자유로운 주제로 랩을 내뱉던, 올드 스쿨. 묵직한 베이스, 드럼 위에 이들이 쌓아 올린 탄탄한 래핑은 9명에서 시작한 그룹이 산하에 2~400명 이상의 패밀리, 우팸(Wu-Fam)을 만들 만큼 힙합 신의 우상이 됐다.(박수진)
추천곡: 'C.R.E.A.M.', 'Protect ya neck', 'The heart gently weeps'
아웃캐스트(Outkast)
고등학교에서 만난 두 친구, 안드레 3000과 빅 보이가 결성한 2인조 그룹은 동부와 서부로 판이 나뉜 힙합 시장에서 남부의 새 물결을 이끄는 선봉장이 되었다. 데뷔와 함께 파격적인 사운드를 제시한 아웃캐스트는 2000년 세 번째 앨범 < Stankonia >를 400만 장 이상 판매하며 'Ms. Jackson'으로 첫 싱글 차트 1위를 거머쥐었고, 3년 후 각자의 솔로 앨범을 하나로 묶은 < Speakerboxxx/The Love Below >를 선보이며 힙합의 수직적 업그레이드와 수평적 확대를 동시에 꿰찼다. 미국 내 최고 기록인 1,300만 장의 판매량, 'Hey ya!'(안드레 3000)와 'The way you move'(빅 보이)의 싱글 차트 1위, 힙합 음반으로서 두 번째로 수상한 그래미 올해의 앨범 부문 등의 성과는 당연한 결과였다. 뛰어난 솔로 플레이어 둘이 만나 이룬 전설의 듀오, 간단해 보이지만 누구나 따라 할 수 없는 아웃캐스트만의 수식이다. (한성현)
추천곡: 'So fresh, so clean', 'B.O.B. (Bombs over Baghdad)', 'Ms. Jackson', 'Hey ya!', 'The way you move (Feat. Sleepy Brown)'
워렌 지(Warren G)
'This is the shack'의 구절 “지 펑크는 아무 곳으로나 방향 전환하듯 자유롭죠(The definition of G Funk is just something to swerve)”대로 장르의 방향성을 결정한 1994년 작 < Regulate… G Funk Era >를 발매했음에도 지 펑크 슈퍼그룹 213의 동료 스눕 독과 의붓형 닥터 드레에 밀리는 인지도는 후속타 부재에 기인한다. 1997년 작 2집 < Take A Look Over Your Shoulder >의 부진을 부분 만회한 < I Want It All >의 1999년엔 이미 주류에서 밀린 상태였다. 얼핏 불운을 드리운듯 보이나 워렌 지의 족적도 상당하다. 213의 일원이자 '킹 오브 훅스'란 별칭의 네이트 독(Nate Dogg)이 참여한 'Regulate', 마찬가지로 < Regulate… G Funk Era >에 수록된 'This d.j.'가 장르 대표작으로 남았고, 1995년에 트윈즈(Twinz)의 < Conversation >와 더 도브 셰크(The Dove Shack)의 < This Is The Shack >으로 프로듀싱 수완도 발휘했다. 디스코그래피의 균형감은 아쉬우나 'Smokin' me out'과 'I shot the sheriff' 등 개별곡의 위력에 많은 디제이와 레코드 마니아들이 워렌 지의 12인치 바이닐을 찾고 있다. (염동교)
추천곡: 'Regulate (Feat. Nate Dogg)', 'This d.j. (Feat. O.G.L.B.), 'Gangsta love (Feat. Kurput, Nate Dogg and RBX), 'I want it all (Feat. Mack 10)'
제이 지(Jay-Z)
뉴욕시 절반이 나스의 팬이라면 나머지는 제이지의 추종자일 것이다. 나스와 노토리어스 비아이지가 함께했던 1990년대부터 켄드릭 라마와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와 같이 활동한 2010년대까지, 뻔하지만 리빙 레전드(Living Legend)라는 수식어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앨범을 발매해 줄 회사를 구하지 못해 직접 설립한 레이블 라커펠라(Roc-A-Fella)의 첫 앨범이자 자신의 1집인 < Reasonable Doubt > 를 시작으로 카니예 웨스트라는 또 다른 전설을 만들어 내며 힙합 신의 청사진을 그린 < Blueprint > 3부작은. 격이 다른 완성도와 상업성으로 역사에 기록될 명작으로 자리잡았다. 2017년에는 자신의 커리어를 회고하고 아내 비욘세를 향한 사랑을 듬뿍 담았던 < 4:44 >를 발매하며 힙합 대부의 위치에서 이전 작품들보다 농익은 랩과 가사를 통해 그가 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래퍼 중 한 명인지를 다시 보여줬다. 혹여 제이지의 랩을 처음 접하고 조금은 타격감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 있는 청자를 위해 덧붙이자면, 그의 랩은 강세를 주거나 빠르게 뱉어낼 때뿐만 아니라 특별히 힘을 주지 않고 말하듯 가사를 뱉어도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잡아챌 수 없는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즉, 그의 말이 곧 랩이 되는 수준의 유려함이다. 그 덕에 어떤 비트 위에 그의 랩을 얹든 최고의 음악처럼 들리는 마법이 일어난다. 실제로 전 세계 수많은 비트메이커들은 제이지의 아카펠라 트랙을 자신의 음악 위에 얹는 것으로 곡의 완성도를 체크한다. (백종권)
추천곡: 'Empire state of mind', '99 Problems', '4:44, 'Dead president II', 'Heart of the city (ain't no love)'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카니예 웨스트를 한 문단으로 요약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힙합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를 설명하기에 너무나도 비좁은 지면을 양해해달라. 그럼에도 짧게 그를 수식해 보자면 그는 이 시대의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것이다. 그는 재즈에서 마일스 데이비스가 그러했듯, 시대를 두 발짝 앞서가 누구도 들어보지 못한 문법을 만들어 내고, 다음 행보를 예측하지 못하게 하며, 남들이 조금 따라왔다 싶으면 얄궂게 자신을 바꿔버리고, 자신을 제외한 모든 아티스트들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의 앨범 중 어떤 '의미'가 없는 앨범은 없다. 칩멍크 프로덕션의 대중화, 일렉트로니카와 힙합의 융합, 싱잉 랩과 오토튠 활용 방식의 정립, 극한의 맥시멀리즘, 극한의 미니멀리즘. 이 모든 굵직굵직한 공로가 이 한 아티스트의 이름 아래 분류되어 있다. 역사상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더 많이, 더 과감하게 힙합의 표준을 재정립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디스코그래피를 완성한 인간이기에 그저 이렇게 추리겠다. 말로는 부족하다. 그냥 듣기를 권한다. (이홍현)
추천곡: 'Through the wire', 'Stronger', 'Heartless', 'Runaway', 'Black skinhead'
로린 힐(Lauryn Hill)
영화 < 시스터 액트2 >의 반항기 가득한 소녀가 힙합 그룹 푸지스를 딛고 솔로로 독립해 명반 < The Miseducation Of Lauryn Hill >을 발매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 짧은 기간에 로린 힐은 힙합 역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기며 여성 힙합 아티스트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는 데에 성공했다. 랩 스킬은 물론이고, 소울풀한 보컬과 세련된 편곡, 주체적인 가사 등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 전반에서 탁월한 역량을 보여주었으며 대중적 인기도 높아 여성이 발매한 힙합 장르의 솔로 곡 최초로 빌보드 핫 100차트에서 1위를 달성했다. 작업물이 많지 않다는 점이 지적되곤 하지만, 그의 젊은 시절이 힙합이란 장르를 빛나게 만든 순간임을 부정하는 이는 없다. 음악 비평지 < 롤링 스톤 >은 2020년 선정한 500대 명반에서 그의 유일한 스튜디오 앨범을 10위라는 높은 순위에 올려놓았다. (김호현)
추천곡: 'Doo wop (that thing)', 'Lost ones', 'Fu-gee-la'
에미넴(Eminem)
현실에서 백인 남성은 기득권의 표상이지만 힙합에서는 반대다. 흑인의, 흑인에 의한, 흑인을 위한 음악으로 여겨지는 힙합 시장에서 막대한 성공을 거둔 에미넴의 존재는 따라서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가난한 백인 동네에서 닥터 드레의 간택을 받은 그는 빠른 속도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되었고, 2000년대 최대 음반 판매량 기록과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랩 실력, 페르소나 슬림 셰이디(Slim Shady) 등 수많은 키워드가 그 스스로 수여한 “Rap God(랩의 신)” 칭호를 뒷받침한다. 유명 연예인부터 유년기 아픔을 남긴 어머니까지 상대를 가리지 않는 난폭한 언어에 미디어는 에미넴을 청소년 문화의 해악이라며 공격했지만, 동시에 그는 마음 한구석에 불안정한 심리를 안고 사는 대중의 대변자였다. 에미넴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를 빼고 힙합의 역사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무 허전할 테니까.” ('Without me' 中) (한성현)
추천곡: 'Without me', 'The real Slim Shady', 'Lose yourself', 'Stan (Feat. Dido)', 'Love the way you lie (Feat. Rihanna)'
미시 엘리엇(Missy Elliott)
시스타(Sista)라는 알앤비 그룹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미시 엘리엇은 이후 작곡가로 독립하여 프로듀서 팀버랜드(Timbaland)와 자주 협업하며 흑인음악 업계에 입지를 쌓아갔다. 1997년 힙합 장르의 첫 솔로 앨범 < Supa Dupa Fly >를 발매했고, 이 음반이 흥행과 비평 모두의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좋은 작업물을 부지런하게 계속 공개하면서 당시엔 적었던 성공한 여성 힙합 뮤지션 중 하나가 되는 데에 성공한 그는 휘트니 휴스턴, 머라이어 캐리, 자넷 잭슨 등의 팝스타들과 활발하게 콜라보하며 대중과 평단에게 그의 이름을 단단하게 새겼다. 선율감이 도드라지는 그의 그루비한 랩과 개성 있는 비주얼 콘셉트,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유행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프로듀싱 역량이 이후의 여성 힙합 아티스트들에게 음악적 길을 열어주었다. 2023년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성 래퍼 최초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김호현)
추천곡: 'The rain (supa dupa fly)', 'Get ur freak on', 'Work it', 'Lose control (Feat. Ciara & Fat Man Scoop)'
이미지 편집: 김태훈
정리: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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