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탄생 50주년 기념] 힙합을 빛낸 래퍼들 / 3부

by IZM

2023.11.01



1973년 뉴욕시의 브롱크스 남부에서 반세기 대중음악사를 책임질 사운드가 태어났다. 파티에서 사람들이 춤을 더 오래 출수 있도록 고민한 디제이 쿨 허크(DJ Kool Herc)가 음악이 멈추지 않도록 두 개의 턴테이블을 이용해 드럼 브레이크를 믹스한 것. 무릇 위대한 발명이 그렇듯 쿨 허크의 혁신적인 시도는 당초의 의도보다 더 큰 파급을 이루며 거리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비보이(B-boy)와 비걸(B-girl)들은 새롭게 탄생한 리듬에 맞춰 춤을 췄고, MC들은 마이크를 잡아 흥을 돋웠다. 지금의 우리가 알고 있는 힙합의 탄생이었다.

파티의 호스트 역할을 했던 MC들은 나름의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더 사람들을 열광시키는가. 미사여구에 불과했던 그들의 단어는 자연스럽게 각운과 운율을 가지면서 랩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래퍼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새 문화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기 위해 노력했다. 누군가는 흥을 돋우는 데 충실했고 어떤 이는 자신의 이야기로 위로와 공감을 샀으며 다른 이는 정치와 세태를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또한 몇몇은 신선함을 갈구하며 다른 장르와의 융합으로 힙합을 확장했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2023년, 힙합 50주년을 기념해 IZM에서 대중음악사에 위대한 금자탑을 쌓아 올린, 그리고 오늘날 새 시대를 견인하는 위대한 래퍼들을 소개한다. 힙합에 입문하려는 이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고 자신이 애호가라면 다시금 지난 시간을 훑을 수 있는 타임라인이 될 것이다. 최대한 많은 플레이어를 다루기 위해 솔로와 팀 단위를 고루 골랐음을 먼저 밝힌다. 명단은 시대순으로 나열하며, 총 3부에 걸쳐 업로드 할 예정이다. 세 번째 편은 힙합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질 이들에 대한 이야기다. (백종권)



티 페인(T-Pain)
요즘처럼 힙합의 대중화란 말들이 오고 갈 때, 그 한 꼭지에는 꼭 티 페인이 있다. 티 페인하면 공식처럼 떠오르는 '오토튠'을 중심으로 그가 힙합 신, 보다 정확하게는 2000년대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력은 대단하다. 오토튠은 목소리를 기계의 힘을 빌려 인위적으로 만진 소리를 뜻하는데, 데뷔 음반 < Rappa Ternt Sanga >의 'I'm Sprung'이 빌보드 싱글차트 8위에 오르던 그 순간부터 티 페인과 오토튠의 상관관계는 등식처럼 성립된다. 물론 그의 히트곡 중 대다수가 'Kiss kiss'의 크리스 브라운, 'Low'의 플로 라이다처럼 피처링에 머문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도 티 페인이 일군 성과. 오토튠을 질료 삼아 티 페인이 대중화한 힙합이 지금도 그 생명력을 유지 중이다. (박수진)

추천곡: 'Bartender (Feat. Akon)', 'I'm sprung', 'Buy u a drank (shawty snappin')', '5 o' clock (Feat. Lily Allen & Wiz Khalifa)'



릴 웨인(Lil Wayne)
서던 힙합의 상징, 폭발적 플로우의 랩 괴물, 트랩과 멈블 시대의 선봉장, 2000년대 힙합의 혁명가… 셀 수 없이 많은 찬사들이 한 명의 '살아있는 전설'을 향한다. 캐시 머니 레코드(Cash Money Records)의 수장 버드맨(Birdman)에게 발굴, 핫 보이즈(Hot Boys)의 멤버로 어린 나이부터 커리어를 시작해 점차 몸집을 불려가며 정상의 자리까지 올라선 '작은 거인' 릴 웨인이 그 주인공이다. 그 핵심은 역시나 위대한 '카터(Carter)' 시리즈. 21세기 힙합을 상징하는 명반 < The Carter III >, 이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서던 힙합 클래식 < The Carter II > 등 약 15년에 걸쳐 펼쳐진 총 5개의 연작은 그에게 슈퍼스타의 칭호와 명성을 부여했고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그의 추종자를 자청하게 했다. 앞머리에 '릴(Lil)'이 달린 가문의 후예들부터 여전히 신의 정상을 지키는 켄드릭 라마까지, 힙합의 현재와 근과거 대부분이 이 젊은 위인의 유산이니, 릴 웨인의 이름 없이 21세기 힙합을 설명하기란 조금의 과장도 없이 불가능하다. (이승원)

추천곡: 'Best rapper alive', 'A milli', '6 foot 7 foot (Feat. Cory Gunz)', 'Mona Lisa (Feat. Kendrick Lamar)'



사이프러스 힐(Cypress Hill)
공포 영화를 보는듯 불안감이 웃도는 으스스한 음악. 만약 사이프러스 힐을 처음 마주한 이라면 그들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해골과 대마초 문양부터 예사롭지 않음을 감지하고 뒷걸음질을 쳤을 것이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범한 이 4인조 그룹은 비스티 보이즈에게 물려받은 강력한 록 사운드, 그리고 둔탁한 붐뱁 비트 위에 갱단의 폭력과 범법 문화를 그려내는 서부의 갱스터랩을 취합하며 등장했다. 여기서 여타 그룹과 차별점을 낳는 지점은 바로 이국적인 면모. 이탈리아, 멕시코, 쿠바 출신의 멤버들이 만들어 내는 토속적이고 투박한 샘플과 독특한 악센트가 라틴의 풍미를 강하게 자아낸 것이다. 1990년대 대마초 합법화 운동의 선봉장에 우뚝 선 이들의 이력 만큼이나 안개 낀 몽롱한 작풍, 이와 상반되는 폭력적인 가사와 신경질적인 래핑의 조합은 당시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했고 2집 < Black Sunday >는 빌보드 앨범 순위 정상을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상 서태지와 아이들에도 영향을 끼친 팀이니, 우리나라에서 사이프러스 힐만큼 아이코닉한 이미지와 익숙한 정취를 동시에 가진 팀도 드물다. (장준환)

추천곡: 'How I could just kill a man', 'Insane in the brain', 'I ain't goin' out like that'



피프티 센트(50 Cent)
한번 피운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불우한 가정 환경, 마약을 팔던 학창 시절, 각종 디스전까지 피프티 센트의 삶은 갱스터 그 자체였다. 2000년에는 실제로 총격까지 당했다. 그 여파로 혀가 잘리며 래퍼로서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절치부심하여 발매한 믹스 테이프 < Guess Who's Back? >으로 귀인 에미넴을 만난다. 그와 함께 닥터 드레의 터치를 얹은 데뷔작 < Get Rich Or Die Tryin' >으로 피프티 센트는 큰 성공을 거둔다. 앨범은 2003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In da club'과 '21 Questions'를 정상에 올린다. 이듬해 발매한 2집 < The Massacre > 역시 'Candy shop'을 포함한 4곡을 싱글 차트 탑10에 안착시키며 새 시대의 아이콘임을 증명한다. 새천년을 맞이하는 역사에서 갱스터 힙합의 불씨를 되살린 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임동엽)


추천곡: 'In da club','Many man (wish death)', 'P.I.M.P', 'Candy shop (Feat. Olivia)', 'Hate it or love it (G-Unit remix)'



드레이크(Drake)
지금에야 여러 담론이 오가는 상황이지만, 힙합 역사에 있어 그의 공적을 배제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캐나다 출신의 유대인 래퍼 드레이크는 판매량이나 영향력을 미뤄보아 힙합뿐 아니라 명실상부 2010년대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빌보드 차트에 가장 이름을 많이 올린 가수', '스포티파이 역사상 가장 많이 재생된 가수' 등. 이 압도적인 신화와 기록의 전말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릴 웨인이 운영하는 영 머니 레코드와 의기투합해 결탁, 그로부터 제작한 정규 2집 < Take Care >가 '그래미 최우수 랩 앨범' 부문 수상과 상업적 쾌거를 동시에 일군 것이 시초다. 감미로운 알앤비 싱잉과 팝의 명료함을 절묘하게 버무린 그의 대중 친화적 방법론은 향후 10년간 유행의 판도를 결정할 항로를 개척했다. 그 후에도 매번 상업성과 음악성을 고루 버무린 명석한 가공물로 대중의 입맛을 연신 만족시키며 정상의 위치를 고수한 것이 비결. 최근 행보에 대해 호오(好惡)를 표할 수는 있어도, 그가 시류에 맞춰 다채롭게 전략을 변경할 줄 아는 가장 영리한 플레이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장준환)

추천곡: 'Take care (Feat. Rihanna)', 'Hold on, we're going home (Feat. Majid Jordan)', 'One dance (Feat. Kyla, Wizkid)', 'Passionfruit', 'Nice for what'



제이 콜(J.Cole)
어느 장르든 대세의 반열에 오르면 급격하게 변화하는 유행의 흐름 속 그 장르의 '본질'을 지키고 일깨워 주는 수호자 같은 존재가 필요하기 마련이다. 차별화, 개성이 무엇보다 중시되는 현시대 힙합 신에서 제이 콜은 기본과 정직함으로 '무엇이 힙합다움인가'를 상기시켜 주는 귀한 래퍼다. 그의 메시지는 과녁의 중앙을 뚫는 화살처럼 흑인 사회 이슈의 핵을 관통한다. 빈곤, 인종차별, 공권력의 폭력, 개인사와 자기 성찰에 이르는 넓은 범위의 메시지를 심층적이고 여과 없이 토해내는 가사들은 그를 마치 음악으로 웅변하는 사회운동가처럼 보이게 한다. 아, 그렇다고 음악이 뒷전인 건 또 아니다. 무려 여섯 장의 정규 앨범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린 '가장 잘 팔리는' 래퍼는 직접 프로듀싱한 비트와 이 시대 가장 뛰어난 래퍼임을 천명하는 탄탄한 랩 스킬로 그 위상을 공고히 인정받고 있다. 이 시대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여러 답안이 있겠지만 이 시대 가장 '리얼'한 래퍼가 누구냐는 질문에는 아마 맨 앞줄에 거론되어야 할 인물이 제이 콜일 것이다. (이홍현)

추천곡: 'Lights please', 'No role modelz', '4 your eyez only'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or)
“나는 빌어먹을 걸어 다니는 역설, 아니, 난 아니야(I'm a fucking walking paradox, no, I'm not).”('Yonkers' 中)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라는 래퍼를 설명하는 데 이보다 적절한 문장은 없어 보인다. 'Yonkers'의 충격적인 뮤직비디오 속 바퀴벌레를 삼키고 구토를 뱉는 청년도, 연인과의 관계에 심장이 무너지는 'Earfquake'의 사내도 모두 그의 페르소나다. 힙합에 표현주의적 기괴함을 이식한 괴인도, 가장 감성적인 영역을 빚어낸 낭만주의 작자도, '괴짜' 혹은 '이단아'라 불리며 장르의 경계를 부순 파괴수도, 현대 힙합의 틀을 재구성하며 그 상징적 존재로 승화한 이 역시도 모두 타일러라는 인물 단 한 명이다. 파티 음악에서 시작하여 작가주의적 예술로까지 발화한 이 시대의 힙합, 그 중심과 끝, 그리고 꼭대기에 힙합의 '창조적 파괴자'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위치한다. (이승원)

추천곡: 'Yonkers', 'See you again (Feat. Kali Uchis)', 'Earfquake', 'Wusyaname', 'Sorry not sorry'



니키 미나즈(Nicki Minaj)
과연 니키 미나즈의 성공은 “힙합” 뮤지션으로서의 성공이었는가? 아마 여러 의견이 오갈 것이다. 칸예 웨스트의 'Monster'에서 선보인 신들린 랩으로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커리어를 본격 출범한 이후 그의 히트곡은 대부분 유행하던 일렉트로팝의 양식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정체성 논란에서도 존재가치를 입증한 것은 언제나 랩이었다. 또 다른 자아 로만 졸란스키(Roman Zolanski)를 종종 소환하며 전방위로 공격을 퍼붓는 고품질 하드웨어, 그리고 이를 따르는 무수한 피쳐링 요청은 “힙합의 여왕”은 아닐지언정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하는 “랩의 여왕” 칭호를 스스로 하사하게 했다. 잡음은 많았어도 독특한 비주얼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알았던 뮤지션이기도 하다. 최고의 “여성 힙합 스타”는 다른 누군가의 몫일지 몰라도, “힙합 최고의 여성 팝스타” 자리는 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성현)

추천곡: 'Super bass', 'Starships', 'Bang bang (With Jessie J, Ariana Grande)', 'Truffle Butter (Feat. Drake, Lil' Wayne)'



푸샤 티(Pusha T)
뉴욕 브롱스 출신 중견 래퍼 푸샤 티는 꽉 찬 육각형 능력치를 갖췄다. 음각하듯 청자의 두뇌에 새겨넣는 랩은 유능한 프로듀서와 맞물려 균형감 있는 음악을 형성했고 결과적으로 2013년 데뷔작 < My Name Is My Name >부터 2022년 작 < It's Almost Dry >까지 호평 세례를 받았다. 친형 노 말리스(No Malice)와 함께한 듀오 클립스(Clipse)의 1999년 음반 는 패럴 윌리엄스와 채드 휴고의 특급 프로듀서 팀 더 넵튠스가 제작했고, 솔로 시절에도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하는 등 동료 복도 넘쳤다. 카니예가 메인 프로듀서로 나선 2018년 작 < Daytona >는 'If you know you know'와 'Come back baby' 등 개별곡의 위력이 20분대의 짧은 러닝 타임을 극복했다.아티스트가 궤도에 올랐음을 입증했다. 빌보드 200 정상과 'Diet coke'란 대표곡의 획득의 겹경사를 맞은 2022년 작 < It's Almost Dry >는 더욱 게스트 라인업과 적극적 샘플링의 사용으로 다시금 푸샤 티의 인장을 새겼다. (염동교)

추천곡: 'Dreamin of the past (Feat. Kanye West)', 'Diet coke', 'If you know you know'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랩이라는 검은 캔버스에 순백의 선언을 채색하는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는 이 시대 가장 뛰어난 실력과 고결한 뜻을 지닌 래퍼다. 흑인 문화와 힙합 음악을 상징하는 도시 컴튼(Compton)에서 자라난 그는 성장 과정에서 직접 겪은 문화의 어두운 뒷면을 적나라하게 집필한다. 모두가 공감할 메시지를 르포 형식으로 담는 컨셔스 힙합의 대표주자로서 자신의 힘과 영향력을 힙합에 빌어 영리하게 넓힌 것. 중심부의 트렌드와 거리가 먼 가사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 등 철학적인 부분이 조명받지만, 이 당당한 태도에 가장 큰 설득력과 확산성을 부여하는 요소는 높은 음악적 완성도와 대중성이다. 진중한 고뇌와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음을 증명한 < good kid, m.A.A.d city >와 < To Pimp A Butterfly >부터 왕좌를 쟁취한 음반 < Damn >까지, 음반의 예술성부터 히트곡의 영향력, 여러 페스티벌에서 보여주는 라이브 에너지도 출중하다. 그의 시대에, 그가 제시한 아이디어, 그가 내뱉는 구절들은 분명 21세기의 힙합을 상징한다. (손민현)

추천곡: 'Bitch, don't kill my vibe', 'Alright', 'DNA.', 'Humble.', 'N95'



플레이보이 카티(Playboi Carti)
서부 힙합의 전설 투팍이 총에 맞아 사망한 1996년 9월 13일, 애틀랜타에는 훗날 트랩 신의 새로운 분파를 이끌 다른 한 명의 메시아가 태어난다. 등장부터 남달랐다. 2017년 플레이보이 카티라는 예명으로 발표된 첫 믹스테입 < Playboi Carti >와 XXL 프레시맨 프리스타일에서 펼친 퍼포먼스로 순식간에 당대 힙합 신에 지각 변동을 가져온 것. 기승전결 없이 몽롱한 전자음이 반복되는 미니멀리즘 비트, 멈블 랩의 단순화를 극단적으로 발전시킨 추임새 위주의 래핑, 여기에 컨셔스(Conscious)함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듯한 쾌락주의적 노랫말까지. 힙합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한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기성 규격의 붕괴는 수많은 평단과 커뮤니티의 갑론을박을 낳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장르 경계를 허물고 오로지 청각적 쾌감을 추구한 '카티 인베이전'이었고, 이윽고 점차 힙합 신에는 반지성주의와 광란(Rage)의 춤사위가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무수한 추종자들과 새로운 이력을 써 내려가고 있는 이 시대의 선구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그가 스스로 지칭한 뱀파이어라는 호칭만큼이나, 젊은 피가 계속 수혈되는 한 그의 이름은 오래도록 불멸의 존재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준환)

추천곡: 'Broke boi', 'Magnolia', 'Poke it out (With Nicki Minaj)', 'Miss the rage (With Trippie Redd)', 'Sky'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
어떤 분야에서 우상으로 받들어지는 인물을 '아이콘'이라고 했을 때, 데뷔 이래부터 지금까지 패션과 공연 등 음악을 넘어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트래비스 스캇이 현세대의 대관(戴冠)을 이어받은 건 저명한 사실이었다. 휴스턴 태생의 래퍼는 칸예 웨스트, 키드 커디와 같은 선대가 남긴 뛰어난 재료로 그만의 우주를 탄생시켰고 음울한 사이키델릭 비트 위에 오토튠 보이스가 꾸려내는 선율로 신에 명확한 자욱을 새기며 수많은 트랩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뒤를 따르게 했다. 전개를 예상할 수 없는 전위적 변주, 광란에 가까운 퍼포먼스까지. 특유의 감각으로 트렌드의 최전선을 이끄는 혁신적 예술가에게 대중은 포효했고, 이를 양분 삼아 트래비스 스캇은 여전히 진보하고 있다. (손기호)

추천곡: 'Antidote' / 'Goosebumps (Feat. Kendrick Lamar)' / 'Sicko mode (Feat. Drake)' / 'Butterfly effect' / 'Fe!n (Feat. Playboi Carti)'



릴 우지 버트(Lil Uzi Vert)
직접 기타를 들고 무대 위에 서는 록스타가 부재했던 2010년대 말, 래퍼들은 새 시대의 록스타를 자처했다. 얼터너티브 록을 샘플링한 트랩 비트 위에 감상적인 노랫말을 얹었고 그렇게 탄생한 음악은 이모(Emo) 랩이라는 이름으로 힙합 신의 다음 챕터를 열었다. 릴 우지 버트는 그 선봉에서 자신의 데뷔작이자 커리어의 대표작인 < Luv Is Rage 2 >를 발매했다. 칸예 웨스트, 릴 핍 등의 래퍼들과 더불어 파라모어, 마를린 맨슨을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듯이 그의 음악은 적당히 펑크스러웠고, 음습함이 묻어났다. 비단 첫 앨범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릴 우지의 커리어를 들여다 보면 그 속에 자신이 동경했던 아티스트들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를 거치며 자연스럽게 체득한 사운드는 그를 언제나 트렌드 가장 최전선에 가져다 놓았다. 이러한 감각한 2023년 발매한 < Pink Tape >을 통해 최근까지 유효함을 입증한다. 특히 각종 스낵 콘텐츠에서 스페드 업(Sped Up) 되어 유행 중인 'Just wanna rock'은 트렌디한 래퍼가 뉴미디어 시장에서 소비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다. (백종권)

추천곡: 'XO tour llif3', 'Just wanna rock', 'The way life goes', 'Flooded the face'



리틀 심즈(Little Simz)
1994년생의 젊은 여제, '망할 드레스를 입은 보스'('Boss' 中) 리틀 심즈는 그 독보적인 성과로 수십 년간 깨지지 않던 로린 힐과 미시 엘리엇의 위대한 아성에 도전한다. 뻔뻔할 만큼 당돌했던 출세작 < Grey Area >를 넘어 현대 흑인음악의 문법을 가히 집대성한 절정의 역작 < Sometimes I Might Be Introvert >, 스스로의 작가적 영역을 확장한 < No Thank You >까지 이어지는 탄탄하고 파괴적인 커리어 라인이 그 분명한 자격 증명이다. 완성도와 독창성의 극의를 달리며, 심즈는 팝스타 니키 미나즈의 지배 이후 좁은 영역에 국한됐던 여성 래퍼의 문법을 뒤흔들었고 이로써 힙합 신의 잔 다르크, 새로운 여성 메시아로 등극했다. “누가 켄드릭 라마에 대적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영국 힙합과 여성 힙합이 동시에 내놓을 대답. 우린 그야말로 장르의 가장 뾰족한 현재이자 가장 광활한 미래를 목도한다. (이승원)

추천곡: 'Offence', 'Introvert', 'I love you, I hate you', 'Gorilla'



카디 비(Cardi B)
오늘날 여성 래퍼 중 단연 발군이다. 1998년 로린 힐의 'Doo wop (that thing)' 이후 19년 만에 여성 래퍼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밟는가 하면 발매하는 노래, 음반마다 강하고 세고 적나라한 멘트들로 중무장, 그야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거침없이 쏘아 뱉는 힙합신의 '쎈언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 스트리퍼 생활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던 경험을 감추지 않고 음악 소재로 쓰고, 'Bodak yellow', 'I like it' 등의 히트 싱글로 거물 스타가 된 지금, 자신의 재력 뽐내기에 서슴없다. 'WAP' 싱글처럼 아찔하고 가사 수위에 눈앞이 아득해질 때도 있지만 카디비가 쓰는 가사는 21세기 어떤 여성들은 표현할 수 없는 자유로운 발언이며 그래서 더 그 자체로 힘 있고 영향력 있는 메시지다. 남성 중심 힙합 신에서 강하고 센 여성 래퍼가 제 길을 찾고 밟아 나가며 또 하나의 여성 래퍼로 살아남는 방법을 인상적으로 남기고 있다. (박수진)

추천곡: 'Bodak yellow', 'I like it (With Bad Bunny, J Balvin)', 'WAP (Feat. Megan Thee Stallion)'



이미지 편집: 김태훈
정리: 한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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