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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Wrong With New York?
데어(The Dare)
2024

by 한성현

2024.10.07

LCD 사운드시스템의 신스 베이스와 MGMT의 찌르는 전자음, 예예예스의 파괴 정신, 프란츠 퍼디난드의 침 흐르는 음색이 하나로 모였다. 1996년생 LA 출신 뮤지션 해리슨 패트릭 스미스가 팬데믹 시기에 기획한 프로젝트 데어(The Dare)의 데뷔 앨범은 뉴욕을 향해 질문을 날린다.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과 일렉트로 록이 성행하던 2000년대 중반의 막무가내 세상은 대체 어디로 가버렸냐고.

‘힙’의 아이콘 찰리 XCX의 ‘Guess’ 프로듀서를 맡은 인물답게 < What’s Wrong With New York? >은 인터넷에서 열광할 만한 언어를 난사한다. 가짜 영국 악센트로 펄프의 프론트맨 자비스 코커를 < SNL >에서 패러디하나 싶은 ‘Girls’의 여자 타령만 봐도 알 수 있다. 약하는 여자, 담배 피우는 여자, 엉덩이가 빈약한 여자… 그러나 시대에 맞게 단순 대상화로 보이지 않게끔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한다. 리스트에 ‘남성의 성기가 달린 여자’를 은근슬쩍 끼워 넣어 메트로섹슈얼 치장을 하고 스스로를 색정증 환자처럼 묘사하며 난장판 한 가운데로 뛰어드는 것이다. 가식에 경기를 일으키는 세태를 정확히 간파한 허세다.

두 팔(과 다리를) 벌려 나를 받아들이라는 ‘Open up’으로 출발한 호색한은 열 트랙, 27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거칠 동안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형적인 댄스 펑크 리듬의 ‘Perfume’, 캘빈 해리스의 2007년 데뷔작 < I Created Disco >를 뒤집은 ‘I destroyed disco’ 등 복고 요소와 왕성한 정력으로 몰아치는 구성의 혼합은 인간의 보편적 사고방식과도 닮았다. 다들 지나온 시간에서 하이라이트만 발췌하고 지루한 장면을 잘라내 일정 강도 이상의 값만 되새기지 않나. 에너지 드링크 두 캔에 각성제 서너 알을 곁들인 듯한 데어의 캐릭터는 자극에 찌든 현대인의 노동요가 되기에 딱 알맞다.

그렇다면 환각에서 깼을 때 우리를 반기는 감정은 무엇인가? 이를 밝히는 것은 숙취와 밤샘 파티의 후유증을 다루려는 듯이 ‘All night’ 뒤에 나타나는 ‘Elevation’의 역할이겠다. 무절제한 향락을 잠시 멈추고 압도적인 규모로 정서의 전환을 꾀하는 곡은 그러나, 우울감에 젖은 목소리와 연인과의 기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가사를 타고 익숙한 허무함을 선사한다. ‘Movement’와 ‘You can never go home’의 살짝 힘 빠진 마무리는 음반의 단점이지만 역으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메타적인 킥으로도 들린다. 2000년대 중반 실제 세상은 착각과 달리 마냥 낭만적이지 않고, 그럴 수도 없다고.

‘STD(성병) Soundsystem’이라는 요약 댓글이 큰 공감을 받는 것처럼 흥분에 헐떡대기 바쁜 데어의 < What’s Wrong With New York ? >은 LCD 사운드시스템 음악의 컵케이크(CupcakKe) 합성 리믹스로 들리기도 한다. 난동 부리는 보컬과 단발성으로 끊어 가는 작법은 흐릿한 잔상을 남기고 빠르게 흩어지지만, 낭만적인 필터로 과거를 편집하는 인간 심리의 정곡을 (아마도 의도치 않게) 찌르는 방법론이 불쾌할 정도로 정확한 나머지 계속해서 손이 간다. 요즘 세대를 속 빈 강정이라 힐난하는 목소리에 껍질이 바삭하면 될 일 아니냐고 반문하는 패기를 지닌 지극히 2020년대스러운 앨범이다.

-수록곡-
1. Open up [추천]
2. Good time [추천]
3. Perfume [추천]
4. Girls
5. I destroyed disco
6. You’re invited
7. All night [추천]
8. Elevation
9. Movement
10. You can never go home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