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보키드(Avokid) 인터뷰

에이보키드(Avokid)

by 임선희

2024.10.26

피프티 피프티 2 < Love Tune >의 수록곡 ‘Gravity’가 화제를 불러 모은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에이보키드(Avokid)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SNS에 올린 짧은 커버 영상은 그가 해당 곡의 창작진 중 한 명이자 빼어난 보컬을 지닌 싱어송라이터임을 알리는 일종의 포트폴리오가 되어 많은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는 착실한 활동을 쌓아온 그는 그간의 무명생활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걸을 했을 뿐이라 답하며 흔들림 없는 열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내내 음악을 향한 진심과 도전정신을 숨기지 않았고, 이것이 에이보키드의 동력임을 알게 되는 시간을 가졌다. (임선희)



 

피프티 피프티의 ‘Gravity’의 인기를 실감하나?

그렇다. 개인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도 많은 분이 찾아오셔서 놀랐다. 특히 SNS‘Gravity’ 커버 영상을 올리고 난 후,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작년 3‘Gravity’라는 곡을 발매했었는데 최근 피프티 피프티에게 준 곡의 제목도 ‘Gravity’. 어떤 연관성이 있나?

일단 우연의 일치다. 이번 피프티 피프티의 ‘Gravity’는 이 곡은 코러스 작업부터 시작한 상황이라 당시에 제목이 따로 없었다. 프로듀서분께 어떤 느낌으로 트랙을 쓰게 되었는지 여쭤보니 우주의 의미를 담았다고 했다. 마침 내가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하고, 작년에 쓴 곡도 있다 보니그럼 중력(gravity)은 어때?’라고 던져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내 솔로 곡의 연장선은 전혀 아니다.

 

피프티 피프티의 ‘Gravity’ 탄생 배경이 궁금하다.

곡 자체는 송캠프를 통해 만들게 되었다. 사실 제작하면서이 곡을 누가 사겠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일단 음이 너무 높지 않은가. (웃음)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는 생각으로 먼저 각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 중 교집합을 찾아보았다. 테일러 스위프트,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요즘 미국에서 핫한 아티스트들이 거론되면서 이들의 공통점과 느낌을 프로듀서께 전달하니 그 자리에서 멜로디 라인을 바로 만들더라. 정말 속전속결이었다. 특히 2절의 벌스 파트를 제일 좋아하는데 내가 현악기 사운드를 꼭 넣어보자고 주장했다.

 

하루만에 진행했다는 뜻인지?

그렇다. 송캠프에서 만난 날 모두 초면이었지만 워낙 재미있게 참여했는지라 바로 당일에 다 끝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멜로디 라인이 어느정도 가닥이 잡혀서 금방 가사를 쓰고 그 후 가이드 녹음까지 마쳤다. 가이드 녹음은 나와 이가윤 작가님이 함께 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곡을 듣고 나서 보인 첫 반응은 어땠나?

아무래도 소속사 직원이 아니다 보니 직접 소통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피프티 피프티의 보컬 디렉을 맡은 지인을 통해서 그들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해 들었다. 사실 ‘Gravity’는 아이돌을 생각하고 쓴 건 아니었다.

 

정작 아이돌이 이 곡을 가져가게 되었는데 보컬 측면에서 염려하지는 않았는지.

그런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리는 그냥 재미있는 걸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다만이 곡을 왜 가져가지?’ 하는 의문은 들었다. 지난 9 20일에 열린 피프티 피프티의 쇼케이스에 참석하여 < Love Tune >의 전곡을 듣게 되었다. 당시 ‘Gravity’를 가장 마지막에 선보였는데 상대적으로 앞 트랙들은 이지리스닝이었다면, 이 곡은 확실히 결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반복해서 듣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는데 많은 관심을 받게 되어 신기하기도 했다.

 



‘Gravity’를 계기로 앞으로 아이돌과 작업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하게 된다면 같이 합을 맞추고 싶은 아이돌이 있는지?

요즘 밴드 사운드를 지향하는 아이돌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면 키스 오브 라이프처럼 락 기반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와 해보고 싶다.  

 

마침 유튜브에 키스 오브 라이프의 ‘TTG’의 커버 영상을 올렸다.

TTG’ 커버 영상에 같이 출연한 피아노를 치는 친구가 그 곡을 작곡했다. 피아노로 참여해 준 친구가 고맙기도 하고 음악도 너무 잘 만드는 친구라서, 그 친구가 만든 곡으로 꼭 커버 영상을 올리자고 제안해서 ‘TTG’를 업로드하게 된 것이었다.  

 

에이보키드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음악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는가?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했다. 어머니께서 내가 고등학생일 때 갑자기 노래 학원에 보내주셨다. 어머니는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셨고 내가 워낙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다 보니, 네가 좋아하는 걸 하라면서 학원을 끊어주셨다. 일단 공부에 큰 관심을 안 보이기도 했다. (웃음) 학생 때 나서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참 좋아했다. 중학생 때는 린킨 파크, 에이브릴 라빈 음악으로 노래 연습을 정말 많이 했고 저스틴 비버나 케이티 페리도 좋아했다.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곡을 냈다. 가사도 대부분 외로움, 두려움과 같은 정서를 건드리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밝고 명랑하다. 어떤 것이 에이보키드의 진짜 모습에 가깝나?

스스로를 밝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밝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듯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 그림자가 작은 대신 짙은 편이다. 평소에는 명랑하지만 음악 작업을 할 때는 나의 어두운 부분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내 그림자에 집중하는 시간이 흥미롭다. 그리고 그 어두운 면까지 모두 다 . 혼자 있을 때 사색을 즐기고 우울과 외로움에 대해 고민하기도 하면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음악을 만든다.

 

음악적인 영감과 노래 가사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나?

음악 작업 중에 가장 시간이 많이 들고 나를 가장 힘들 게 하는 구간은 작사할 때이다. 어떤 내용을 쓸지 고민하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며칠을 보내다가, 자기 직전에 갑자기 번뜩인다. 혹은 샤워하다가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한다. 대신에 정말 작은 아이디어라서 차근차근 디벨롭하여 나아간다.  

 

그렇다면 곡을 제작할 때 가사를 먼저 쓰는 편인지.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봤다. 대체로 처음에 트랙을 쓰고 그에 맞춰서 탑라인과 가사를 썼는데, 익숙하고 고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는 가사를 먼저 쓰고나서 멜로디 라인을 붙인 후, 어떠한 악기도 없이 음성 메모로 녹음을 해보았다. 아직 발매되지 않은 상태이다.

 

일전에 타 인터뷰에서 FKA 트위그스와 저스틴 비버를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꼽았다. FKA 트위그스는 이해가 갔지만 저스틴 비버와의 접점은 찾지 못했다.

저스틴 비버는 내가 가장 오랫동안 좋아했던 아이돌이다. 데뷔 초 때부터 팬이었다. 그의 매력적인 목소리 톤을 갖고 싶어서 동경했던 것 같다. 지금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사가나 작곡가가 있다면?

쉬운 단어를 쓰지만 내용이 깊은 스타일의 가사와 곡을 선호한다. 특히 빌리 아일리쉬나 제레미 주커, 알렌산더 23(Alexander 23)와 같은 인디 팝 아티스트의 음악을 자주 듣는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어 자체에서 오는 어려움은 없으나 마음을 어루만지는 가사를 쓴다는 것이다. 그 점이 나에게 확 와닿는다.

 

프로듀싱도 직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 가수를 프로듀싱한다면 누구와 작업하고 싶은가?

서리(Seori)가 떠오른다. 음악을 잘하기도 하고 감성이 나와 비슷하다. 음악적 결이 맞으니 같이 만들면 재미있을 것 같다. 실제로 내 작업실의 옆 방을 쓰고 있어서 친분이 있다.

 

프로듀서로서 롤모델이 있는지 궁금하다.

댄 나이그로(Dan Nigro). 사람들이 잘 안 쓰는 사운드를 과감하게 사용하고, 뻔하지 않은 독특한 매력을 갖고 있다. 요즘 올리비아 로드리고, 채플 론 그리고 르네 랩의 음악을 자주 듣는데 모두 댄 나이그로가 프로듀싱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의 제자가 알렉산더 23이다.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아티스트는 알고 보니 다 두 사람의 손길을 거쳤더라. 이 둘을 굉장히 좋아한다.

 

제목이나 가사가 대부분 영어다. 그 이유가 있나?

중학생 때 약 1년 동안 캐나다 몬트리올에 어학연수를 넘게 다녀왔다. 그때 배웠던 영어를 아직 잘 쓰고 있다. (웃음) 영어를 좋아하기도 해서 따로 공부도 하곤 했었다.

 

평소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할 때의 목소리가 완전히 다르고 노래 스타일에 따라 음색도 확 바꾼다. 후천적인 훈련의 결과인가, 선천적인가?

온전한 연습이다. 개인적으로 반복하기보다 변화무쌍한 모습을 더 선호한다. 물론 단점이라고도 생각한다. 일관된 스타일을 보여줘야 하는데 항상 스타일이 바뀌니, 3자는 내가 궁극적으로 무슨 음악을 하는 것인지 헷갈릴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지루한 걸 못 참는다. 그때그때 내가 추구하는 보컬 톤이나 사운드에 맞춰서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 다양한 장르를 도전하고 싶어서 해당 음악 특성에 나를 맞추는 경향이 있다.

 

에이보키드의 ‘Gravity’에 피쳐링한 뮤지션 123이 궁금하다.

예전에 같이 작업했던 프로듀서가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오빠(123)를 우연히 발견하여 나에게 소개해 주셨다. 평소에 음악을 진중하게 대하고 가사도 대체로 심오하다. 바리톤의 목소리처럼 그의 사운드는 무게감이 실린 편이다. 직접 작사와 작곡을 하는 싱어송라이터다.

 



TV 프로그램 < 로드 투 킹덤 >의 경연 곡 ‘Kill this love’ 편곡에 참여했다.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

다른 프로듀서의 소개로 펜타곤의 후이를 알게 되었다. 펜타곤이 < 로드 투 킹덤 >에 참여하게 되었고 ‘Kill this love’를 고어하고 다크하게 편곡하고 싶어했다. 그러한 느낌을 내가 가장 잘 살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셔서 맡게 되었다.

 

2022년에 공개한할로윈 때 들으려고 만든 노래의 제작 계기는?

초창기에 비트 메이킹을 할 때 FKA 트위그스의 영향을 많이 받았었다. 그의 다크한 서브컬쳐 사운드를 정말 좋아했고 한동안 딥한 음악만 만들다가 이를 벗어나 팝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예전의 음악 스타일이 그리워서, 심심할 때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만들어 보았다. 할로윈이라는 주제를 좋아하기도 하고 할로윈 때 틀고 놀면 재밌겠다는 생각으로 갑자기 만들었다. 제목의 경우왜 만들었지?’하는 기본적 질문에서 시작했고 아무도 안 들을 음악이라 생각해서 단순하게 지었다.

 

피프티 피프티의 Gravitiy‘를 포함해서 본인이 작곡한 곡이 어렵고 덜 대중적인 편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의도한 것인가 아니면 천성적인 성향인가?

천성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이의 곡을 쓸 때는 대중성을 고려해서 쓰긴 한다. 내 음악을 만들 때도 더 쉽게 만들려고 시도를 해봤지만 정작 마음에 든 경우는 없었고 만족감이 덜했다. 마치 음악적으로 내가 눈치를 본 느낌이었다. 지금은 적당히 타협하려고 노력 중이다.

 

스스로 에이보키드의 음악을 정의한다면?

‘목소리가 같은 사람’. 어떤 장르를 시도하던 나만의 목소리로 인해 하나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조금 더 보컬 프로덕션에 집중하는 편이고 장르는 내 목소리를 거드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때그때마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생기면 무슨 장르인지도 모르고 일단 만든다.

 

자신의 장점을 꼽아달라.

보컬 톤과 창법에 대해 연구를 많이 했다. 워낙 하고 싶은 음악이 다양하다 보니 계속 공부를 해왔다. 음악적 디깅을 통해서 특정 아티스트의 보컬과 발음, 사운드를 어떻게 내는지 디테일하게 탐구하는 걸 좋아한다. 대다수의 팝은 단순한 코드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운드 디자인을 통해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매력을 느끼고 그러한 특징을 추구하게 되더라. 자연스레 사운드 디자인하는 방법 측면에서 여러 아이디어를 내보기도 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좌측부터 < When We Were Young >, < Hate You >, Gravity가 수록된 < Lie To You > 앨범 커버 아트


에이보키드의 음악 중 추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When we were young’을 추천하고 싶다. 아마 편곡을 5-6번 정도 했을 것이다. 박자가 8분의 6박으로 진행되다가 4분의 4박으로 바뀐다. 이러한 스위칭을 모르는 게 포인트다. 리스너들이 제일 좋아하는 곡은 ‘Hate you’‘Gravity’라고 말씀해주시지만 내 감성은 ‘Winter’이다. 개인적으로 팝발라드를 좋아하기도 하고 곧 겨울이다. (웃음)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드는 생각은 정말 좋아해서이다. 음악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 두 갈림길이 있다. 돈과 예술성이다. 나는 예술성에 더 가깝다. 돈에 미련이 없으니 음악이 정말 재미있다. 매일 작업실에서 틀어박혀 있어도 좋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곧 열릴 <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2024 >에 감사하게도 참여하게 되었다. 그리고 현재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 6곡 정도 수록될 예정이고 현재 3곡은 스케치 단계다. 준비가 더 필요한 상태고 뮤직비디오도 찍고 싶어서 내년 초 발매를 예상한다.

 

에이보키드의 음악을 사랑해 주시는 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감사하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걸 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썼는데 이에 같이 공감해 주셔서 신기했다. 누군가를 위해 쓴 노래가 아니라 내 감정을 솔직하게 담았을 뿐인데 어떠한 반응이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종종 DM으로 음악을 좋다고 표현해 주실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이즘 공식 질문이다. 인생 곡을 뽑아달라.

에이브릴 라빈의 ‘I’m with you’. 일단 가사가 인상적이고 외로움을 다뤄서 좋다. 음악적으로 나를 바꾼 노래이기도 하다. 또 다른 곡으로는 FKA 트위그스의 ‘Cellophane’이 있다. 특유의 자글자글한 텍스쳐가 매우 자극적이다. 이 곡은 정말 많이 들었다. 추가로 ‘Kicks’같은 스타일도 좋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FKA 트위그스의 속삭임으로 이뤄져 있어서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진행: 소승근, 손민현, 임선희

정리: 임선희
사진: 손민현


임선희(lumanias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