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사랑하는 EDM 슈퍼스타 알렌 워커 내한 공연

알렌 워커(Alan Walker)

by 염동교

2025.01.18



실로 엄혹한 시기, 음악으로 하나 되고 모든 불안과 우울을 떨쳐버린 순간이 여기에 있다. 드넓은 공연장에 퍼진 오색 빛깔 음파와 조명에 청중은 열렬한 환호성을 보냈고 아티스트도 연단에 올라 팔을 힘껏 내저으며 흥분감을 고취했다. 화려하고 환각적인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물결에 그 두 시간만큼은 세상에 아무 일 없다는 양 마비된 채 홀렸다.


스타디움과 아레나 체급 공연장에서 펑펑 터지는 빅룸 하우스나 비교적 느린 템포와 또렷한 구성미의 일렉트로 하우스에 강점을 보이는 노르웨이계 출신 미국 디제이 알란 워커 이야기다. 2024년 12월 14일  < Walker World Asia Tour Pt 2 >의 일환으로 펼친 세 번째 단독 내한 공연은 그의 입지와 음악적 특징, 실력을 한데 압축해 말 그대로 “워커의 세계(Walker World)”를 구현했다. 일찌감치 전석 매진된 콘서트일 만큼 발 디딜 새 없이 빽빽한 스탠딩존이 아티스트의 존재감을 입증했다.




높은 층고의 검회색 킨텍스 제1전시장 공간이 워커의 고유한 우즈, 즉 워커버스(Walkerverse)의 퓨처리스틱한 이미지와 조화로운 가운데, 스타워즈 광선검을 연상하게 하는 날 선 레이저 효과와 공상과학 영화가 떠오르는 백드롭 연출이 시각적 만족감을 선사했다. 특유의 복면을 착용한 워커는 연단 위로 올라가 힘찬 팔동작으로 관객의 호응을 유도했다. 사전 내장된 트랙과 실시간 믹싱을 유려하게 섞어가며 밀도감 높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번 월드 투어의 메인 테마인 ‘Welcome to Walkerworld’로 포문을 연 이후 내내 히트곡 행렬이었다. 입으로 내는 퍼커션 사운드가 인상적인 ‘The drum’과 슈팅 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에 삽입되었고 2024년의 팝아이콘 사브리나 카펜터가 참여했던 ‘On my way’, 워커 고유의 사운드 텍스처가 잘 살아 있는 ‘Darkside’까지 멈출줄 모르는 파상공세였다


두 명의 보컬리스트 소피라우드(Sofiloud)와 로빈 파칼렌(Robin Packalen)는 공연의 명품 조연이었다. 소피라우드는 이국적 분위기의 ‘Who I am’“One touch and I ignite’란 구절이 파워풀한 ‘Ignite’에서에서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선보였고 각기 다양한 곡에 보컬을 입혀 매력을 배가했고 두 사람은 2024년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셋리엔 오르지 않았던 ‘All falls down’에서 뛰어난 하모니를 연출했다.




드넓은 킨텍스 1전시장을 꽉 채운 모습을 보고 알렌 워커의 대중적 인기를 체감했다. 중독성과 청각적 쾌락으로 무장한 일렉트로니카를 구사하면서도 멜로디에 기반한 팝적 감수성을 놓치지 않은 그에게 국내 팬들은 매번 열렬한 환호를 보내고 있다. 더불어 팬데믹과 엔데믹으로 약화된 빅룸 계열 EDM의 부활을 조심스레 예측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알렌 워커는 오는 1 22일 샌 안토니오를 시작으로 북미 투어를 진행한다.


연이은 투어 속에서도 워커의 작품 생산 추진 장치는 꺼지지 않는다. 2021년 소포모어 앨범 < World Of Walker >부터 2025 1 10일에 발매된 < Walkerworld 2.0 >까지 2020년대에만 벌써 4장의 정규작을 내놓았다. 실로 정력적인 행보가 아닐 수 없다. 제목처럼 Walkerwolrd를 업그레이드한 신보는 전세계 팬들을 일렉트로니카 유토피아로 초대했다. 2023년 전작 < Walkerworld >27분 분량의 아쉬움을 달래는 스물셋 트랙 65분 분량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기존 곡과 신작의 융합으로 음악세계의 확장과 변모를 나타냈다.




모로코계 캐나다 뮤지션 포지아의 음성이 특별한 기운을 전달하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Last song’과 엘에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성파 래퍼 볼리 콘트라가 참여한 ‘Warpaint’ 라틴 질감이 도드라지는 ‘Incommunicado’ 등 각양각색 트랙 리스트를 구축했다. 시원시원한 흐름의 'By your side'와 피날레 트랙 'Creator circle'도 짚고 넘어가야 할 신곡.


국내에서 인기 높은 노르웨이 남 가수 페더 엘리아스가 지원군으로 나선 ‘Who am I’와 여자아이들 우기의 참여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Fire!’ 같은 기존 인기곡들이 앨범의 호응도를 높였다. 시그니처 사운드 디자인에 기반한 일렉트 하우스에 언제나처럼 견지한 팝적 감수성, 다채로운 피처링 아티스트로 매력 지수를 끌어올렸다.


집에서 알음알음 작업하던 작업물들을 하나둘 유튜브에 게재하던 알렌은 결국 ‘Faded’의 어마어마한 성공으로 영국 시인 바이런처럼 “자고 일어났더니 유명해졌다”. 그럼에도 그의 진심은 변치 않고 여전하다. 청중과의 연결고리를 놓치지 않은 채 자신의 영역으로의 지속적인 초대에서 플로어를 호령하는 슈퍼스타 디제이와 더불어 그저 함께 놀기 좋아하는 한 청년을 엿본다. 그 중심에 최신작 < Walkerworld 2.0 >와 .  < Walker World Tour >처럼 멈추지 않는 작품 활동이 있다.


취재 및 정리: 염동교

사진: 염동교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