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필름 - 공연 관람의 새로운 물결

by 염동교

2025.02.07



콘서트 필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 체인을 살펴보면 상영 회차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때론 두세 편 이상의 콘서트 필름이 걸려 있곤 하다.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투모로우 바이 투게더와 엔시티 드림부터 트로트의 미래 정동원과 일본 얼터너티브 록밴드 미세스 그린애플까지 필름의 주인공도 이채롭다. 대형 가수와 매니악한 밴드까지 다양하게 아우르는 점도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도 지난 3~4년간 힙합 트리오 에픽하이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을 촬영한 < 에픽하이 20 더 무비 >와 비욘세의 2023년 르네상스 월드 투어를 다룬 < 르네상스 필름 바이 비욘세 >, 2017년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담은 < 서태지 25주년 라이브 타임: 트래블러 > 등 다양한 작품을 경험하며 열풍을 체감했다.


글 작성 시점인 2025년 2월엔 현재는 (여자)아이들의 세 번째 월드투어 서울 콘서트를 담은 < (여자)아이들 월드투어 [아이돌] 인 시네마 > 2024 9월에 열린 아이유 월드투어 앵콜 콘서트 “2024 IU HEREH WORLD TOUR CONCERT ENCORE: THE WINNING”을 기록한 < 아이유 콘서트: 더 위닝 >이 극장가를 달구고 있다.




콘서트 필름의 역사는 꽤 깊다. 1944년 작 < Adventure In Music >은 사실상 플롯이 부재하지만 1시간 러닝타임에 쇼팽과 드보르자크, 베토벤 같은 명성 높은 고전 음악 연주 장면을 실었고, 1948년 영화 < Concert Magic >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인 저명한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누인이 비에냐프스키와 파가니니 같은 선배 연주자들을 헌정하는 영상을 담았다.


2022 9 8일 국내 개봉한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을 실황 < 한여름밤의 재즈(Jazz On A Summer’s Day) >(1959)와 로큰롤 역사 초기의 광란을 포착한 리 고든 제작의 영화 < 로큰롤 >(1959), 비치 보이스와 제임스 브라운, 마빈 게이 같은 전설이 총출동한 1964년 작 < T.A.M.I Show >가 콘서트 필름 계보를 이어나갔다. 핑크 플로이드의 사운드스케이프처럼 실험성과 예술성으로 중무장한 1972년도 영화 < Pink Floyd: Live at Pompeii >도 당대의 획기적인 작품으로 기록되었다.


거장들의 예술적 손길이 닿은 작품은 콘서트 필름의 발전 가능성을 모색했고 예술성을 한층 고취했다. < 양들의 침묵 >(1991)의 조나단 드미가 연출한 < Stop Making Sense >는 프라임타임에 놓인 토킹 헤즈의 역동성을 카메라에 담아냈고 마틴 스콜세지의 1978년 작 < The Last Waltz >는 캐나다-미국의 명밴드 더 밴드가 1976년 추수감사절 샌프란시스코에서 펼친 마지막 공연을 렌즈의 숭고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얼마 전 작고한 영화사의 기린아 데이비드 린치도 < Duran Duran: Unstaged >로 최고의 뉴웨이브 밴드 듀란 듀란의 경력 후반기를 채색했다.




극장 산업의 부피의 증대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록한콘서트 필름의 대부분이 21세기 이후에 나왔다. 하나의 지구촌 사회현상으로 남은 테일러 스위프트의 역대급 디 에라스 투어를 영화화한 < Taylor Swift: The Eras Tour >가 현재까지 약 2 6,700만 달러(한화 약 3,840)의 압도적 1위를 구가하고 있고 최근 아리아나 그란데 주연 화제의 뮤지컬 < 위키드 >(2024)를 연출한 존 추의 20211년 작 < Justin Bieber: Never Say >가 약 1억달러로 2위에 랭크되어 있고 < BTS: Yet To Come In Cinemas >(2023) 15위를 차지했다.


콘서트 필름의 장단점은 또렷이 대비된다. 대형 스크린이 주는 시청각적 박진감과 역동성도 실제 현장이 주는 감동엔 못 미친다. 모나리자의 완벽한 모사품이 루브르 박물관 속 진품의 아우라를 능가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같은 시공간에서 소통하고 호흡한다는, 라이브 콘서트의 제1 명제와도 같은 본질이 사라지는 순간 경험의 동일시는 무너지고 만다. 매표부터 공연장으로 향하는 길과 사람들과 부대끼는 시간 같은 공연 전과정의 배제도 사람에 따라선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나 장점도 명확하다. 상기한 수고로움이 배제되며 주는 쾌적함과 효율성이 있다. 여건만 받쳐준다면 다 회차 관람이 가능한 점도 팬들에겐 장점이다. 편집도 묘미다. 일반적 라이브 공연장의 한정된 시야, 시선과 달리 다각도 카메라워크가 제공하는 스펙터클은 관람의 새로운 영역 혹은 체험을 가져다준다. 공연 시작 전후 예술가들의 소감과 그것이 어떻게 다른 예술적 작업으로 이어지는지 맥락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도 콘서트 필름의 미덕이다.



콘서트 필름은 아니나 한국에서 전 세계 관객 순위 2위를 기록한 퀸 관련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싱어롱이 2018년 당시 큰 인기였으며 그 흐름이 <김범수 25주년 콘서트 필름 : 여행> 싱어롱 상영회 CGV <쏜애플 불구경 2022 라이브 콘서트 필름> 싱어롱 상영회 등 콘서트 필름의 인기와도 상통한다. 춤과 노래를 본능적으로 애정하는 한국의 민족성에 잘 부합하는 콘텐츠 아닐까 싶고 추후에 콘서트 필름과 함께 따라부르기를 연계한 자체 계발 프로그램도 다수 등장하지 않을까 예측해 본다.


현 트렌드는 대중음악 이외에도 클래시컬 뮤직이나 뮤지컬, 오페라 같은 진입 장벽 높은 장르에도 적용 가능하다. 메가박스는 꽤 오래전부터 자체 브랜드인 클래식 소사이어티로 오페라와 클래시컬 뮤직 콘서트를 상영 중이며, 롯데시네마도 최근 2025년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를 극장 생중계했고 오는 2 14안드레아 보첼리 데뷔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단독 개봉할만큼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뮤지컬과 오페라처럼 시각적 요소가 중요한 매체와 필름이 만났을 때 카메라워크를 통해 디테일들을 챙길 수 있는 강점이 배가된다.


현재까지 대부분 콘서트 필름은 공연 전후 과정을 묘사한 다큐멘터리적 작법이 대부분이었기에 연출적 다양성이 적었다. 130~40년 짧은 역사 동안 변신과 실험을 거듭해왔던 영화예술인만큼 작금의 콘서트 필름의 연출상 변화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며 1980년대를 풍미했던 푸에르토리코 출신 보이그룹 메누도의 콘서트에 영화적 구성미와 서사를 결합한 < Menudo: La Película >같은 실험작도 존재한다. 콘서트 필름이 직접 관람의 단순한 대체제 혹은 단순히 팬덤의 이목을 끌기위한 상업적 도구를 초월해 라이브와 영상예술의 특성을 융합한 또다른 예술적 차원으로 도약하길 꿈꾼다.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