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월 인터뷰
아월(OurR)
외로움과 고독감, 공허감. 듣기만 해도 왠지 축축 처치지만 사실 우리 삶에 징그러울 만큼 가깝게 밀착해 있는 단어들이다. 몽환적인 질감의 감수성 넘치는 곡들로 사랑받아 온 8년 차 밴드 아월은 이 심상을 기꺼이 껴안는다. 애써 피하기보단 그 감상을 진솔하게 받아들인다. 각각 2019년과 2021년에 나온 두 장의 EP < I >와 < can’t >도 그러한 감정의 여과물이었으며 추후 발매될 정규 음반도 그 연장선에 놓일 예정이다.
공감각적이고도 풍성한 사운드와 밝고 희망찬 분위기의 신곡 ‘YAYA’는 기존작과의 대비감을 드리우며 밴드의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고, 리더 이회원이 군복무를 마친 현재의 아월에겐 비상과 도약이 예약되어 있다. 엠피엠지 뮤직 소속 아티스트의 공연 포스터와 바이닐-턴테이블 등 감성적인 오브제로 가득 찬 스튜디오 겸 작업실에서 96년생 동갑내기 3인조의 감수성과 음악적 신념 및 미래를 향한 열망을 공유했다.
왼쪽부터 박진규(베이스), 홍다혜(보컬/기타), 이회원(리더/신시사이저/프로그래밍)
신곡 'YAYA’가 2월 12일 발매되었다. 이 곡에 대한 멤버들의 생각을 듣고 싶다.
박진규: 우울함이 기저에 있는 기존 곡들과는 어느 정도 다른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라이브를 염두에 두고 쓴 곡이다. 아직 겨울이지만 여름에 들으면 시원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홍다혜: 아월로선 흔치 않게 밝고 희망적인 곡이 나왔다. 만들고 나니 꽤 마음에 든다.
이회원: 보통 곡 작업할 때 주제를 맞추는 경우와 곡 기능에 대한 목적을 두고 쓰는 경우 두 가지로 나뉜다. 이번 곡은 전자였고, 페스티벌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원했다. 엠피엠지 아티스트들이 출연했던 “비전 방콕(VISION BANGKOK)”이라는 태국 페스티벌에서 처음 연주했고 국내에선 작년 슈퍼루키로 출연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서 처음 선보였다. 역시나 라이브에서 느낌이 좋았다.
신곡 ‘YAYA’는 전체적으로 인스트루멘탈적인 특성이 강하다.
이회원: 타이틀 곡 선정할 때는 조금 신경이 쓰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스트루멘탈이 긴 곡을 선호한다. 이번 곡은 인스트루멘탈 성향이 강하면서도 음악적으로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큰 걱정 없이 발매하게 됐다.
홍다혜: 기존 우리의 곡은 보컬로 출발하는 곡이 많다. 그래서 인스트루멘탈 중심 트랙의 필요성을 감지했다. 이회원이가 보내준 데모와 첨부한 설명이 잘 맞아떨어져서 나도 모르게 설득당했다. 뮤직 페스티벌의 신나는 분위기를 상상하며 만든 노래다.
‘YAYA’에 참여한 태국 뮤지션 와드파(wadfah)가 궁금하다.
상기한 “VISION BANGKOK”의 아월 무대를 보러 왔다. 관객석에 있는 와드파에 다가가 인사 건넸더니 “‘YAYA’ 곡이 좋더라”고 답하더라. 그게 작업 계기였다. 일전에 소속 레이블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쭉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가장 눈여겨 본 뮤지션이어서 여러모로 상황이 잘 풀렸다. 몽환적인 드림 팝을 구사하는 친구다.
‘YAYA’를 민트페이퍼 개최 페스티벌인 “카운트다운 판타지 2024(COUNTDOWN FANTASY 2024)”에서 선보였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는가?
홍다혜: 저희가 상상한대로 반응이 뜨거웠다. 다른 곡들에 비해 눈에 띄게 관객들의 액션이 활발했다. 아무래도 아월의 다른 곡들은 칠(Chill)한 분위기다보니 어슬렁(?)거리는 관객들이 많다.
아월의 음악에서 “고독”과 “처연”, “공허”같은 단어가 떠오른다.
이회원: 싱글보다 전체적인 콘셉트가 작용하는 앨범 단위의 작업물에 의미 부여를 하고 있고 그 결과물이 두 장의 EP < I >(2019)와 < can’t >(2021)였다. 이 앨범들을 관류하고 있는 심상이 외로움과 쓸쓸함같은 감정들이라 그런 기운을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
이러한 심상이 세 구성원의 개인적 서사와 성향과 관련하는가?
홍다혜: 아무래도 그러한 스토리텔링을 구축하고 있는 사람이 나이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구성원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작업하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다.
그러한 글쓰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가?
홍다혜: 초등학생 때부터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평소에도 느낀 감정을 메모하는 편이고 그런 기록에서 노랫말이 시작되는 것 같다.
나름 꾸준하게 싱글을 내놓았고 두 장의 EP도 있지만 아직 풀 렝스 앨범이 없다. 정규작에 대한 갈망이나 지향성이 강하지 않은 것인가?
이회원: 풀 렝스 앨범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다. 2019년에 첫 EP < I >를 낼 때부터 정규작에 대한 구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박진규와 내 군 복무기간이 엇갈리면서 확실한 계획을 공유하기 어려웠다. 올해 하반기까지 선명한 방향성과 콘셉트를 준비해 보려고 한다.
정규작을 위해 써둔 곡도 있는가?
이회원: 미리 써놓았던 데모와 미발매 곡이 다수 있다. 싱글로 내기보단 앨범 단위에 더 어울리는 트랙들이다. 그 곡들을 잘 선별하고 조합해서 정규 음반을 위한 트랙 리스트를 꾸려볼 생각이다.
정규 음반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홍다혜: < I >와 < can’t >가 문장 형태로 이어지는 구조다. 뒤에 무슨 단어가 들어갈진 아직 모르겠다. 그 제목을 가진 풀 렝스 앨범이 트릴로지의 완성이 될 것이다. < I >는 삶의 갈피를 못 잡아 흔들리는 마음과 혼란, 외로움의 감정을 담았다. < can’t >에선 혼란스러운 과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었지만 “내가 이렇게 나아가는 게 맞아”라며 확신했던 지점들이 부정당하는 데서 느끼는 무력감을 표현했다.

세 멤버가 만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8년경 엠피엠지와 계약했다. 아월을 조직하고 며칠 안 되어서 해피로봇 레코드에서 매년 진행하는 오디션인 블루오션에 합격했다. 음악과 관련 학교에서 2014년쯤 만났기에 이미 서로 다 아는 사이였다. 다만 같이 음악을 하던 건 아니었다.
2018년의 아월과 현재의 아월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회원: 매우 달라졌다. 결성 초기엔 맨 아이 트러스트 풍의 신스팝을 구사하려고 했는데 회사에 들어오고 동료들을 만나면서 밴드 성향이 짙어졌다. < I >에도 밴드 음악의 지향성을 담았다.
박진규 & 홍다혜: 아월의 미래와 지속가능성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많이 변했다.
홍다혜: 처음에는 “하고 싶은 걸 하면 됐지”라는 생각이었다. 나이도 어렸고 그때그때 상황과 듣는 음악에 영향을 많이 받다 보니 여러 스타일을 옮겨 다녔다. 현재로선 내가 좋아하는 것보다 잘하는 걸 많이 보여드려야 한다는 마음이다. 그래서 강점에 집중하려고 한다.
리더 겸 프로듀서 이회원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이회원: 각자의 역할이 칼같이 나뉘어 있진 않다. 인디 밴드로서 직접 해야할 일들을 회사가 케어해주다보니 그런 실무적인 일들보단 외려 음악적 방향성 측면에 좀 더 힘을 쏟는 편이고 그런 지점이 프로듀싱과 겹친다.
그럼 기타리스트로서의 정체성은 어떠한가.
이회원: 스무 살 무렵 다른 전공생들의 연주를 보고 기타 전공을 그만두었다. 연주로서 그 정도 위치에 오르기 어려울 것 같았다. 대신 톤메이킹으로 관심을 틀었고 각종 기타 이펙터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해피로봇레코드에 쏜애플 홍동균과 라쿠나 이민혁 등 톤에 강한 연주자들이 많다 보니 그들의 영향도 흡수하고 있다. < can’t > 발매 이후로 일본 음악을 즉 들으면서 동균형 기타 톤의 특성을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연주도 중요하지만, 톤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연주 잘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으니까, 학교에 다닐 때 기타 전공에서 프로듀싱 전공으로 방향을 튼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아월에서도 기타 톤 활용에 집중하고 있다.
보컬 홍다혜는 신비로우면서도 허스키한 음색이 돋보인다. 자신의 보컬 스타일을 묘사해 준다면?
홍다혜: 개인적으로는 허스키 보이스나 긁는 소리, 치찰음 등 너무 특징만 많은 보컬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었다. 독특하다는 표현과 평가가 좋을 수도 있지만 말해주는 부분이 좋을 수도 있지만, 포인트가 너무 많다 보니 외려 중심이 없지 않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최근엔 듣기엔 힘든 편 아닐까 싶었다. 여러 고민들 때문에 최근에는 기본기의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스타일의 변화를 주려고 하고 있다.
노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큰 뜻이 있었던 건 아니고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 따라서 노래 학원에 다니게 되었다. “한번 배워나 보자”라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드럼이 따로 없는 밴드인 만큼 베이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아월에서 박진규 베이스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박진규: 일부러 항상 한 발 뒤에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멜로디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베이스 선율을 부각하면서도 결코 튄다는 느낌을 주지 않고 보컬을 받쳐주려고 한다.
존경하는 베이스 기타리스트가 궁금하다.
우선 최고의 세션 연주자 나단 이스트를 들고 싶다. 피노 팔라디노도 존경한다. 모타운의 대표적인 베이스 연주자였던 제임스 제머슨은 라인 카피도 많이하고 책도 가지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고 그들을 모방하진 않는다. 그들이 될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나 자신의 색채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피노 팔라디노(Pino Palladino): 웨일즈 출신 세션 베이스 연주자로 소울과 펑크(Funk), 록을 아우르며 데이비드 길모어와 제프 벡, 디안젤로 등과 협업했다.
이회원: 프로듀서로서 다른 밴드 멤버들이 박진규 베이스를 부러워하는 이유를 프로듀서 알 것 같다. 뒷받침이라고 표현했지만 베이스 라인이나 연주감이 상당히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아월 팬들도 베이스가 돋보이는 좋아해 주시는 곡들에도 베이스가 돋보이는 독특한 주법이 있어서 특색을 잘 살려주는 연주를 한다.
멤버 별 사이드 프로젝트도 있나.
홍다혜: 솔로 활동도 병행하는데, 좀 더 나른하고 그루비한 알앤비 질감을 내보려고 한다. 그룹과 확실한 차이를 두고 싶었고 아무래도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기에 아월에서 잘 다루지 않는 사랑이란 주제도 담고 있다.
그간 발매한 곡 중에서 각자 사연이 있거나 특별히 소중하게 여기는 작품을 공유해준다면?
박진규: 'haaAakkKKK!!!’에 실린 ‘내일도 우린 아마 쓸쓸할 거야’다. 팀 분위기에 잘 맞고 가사도 좋고 베이스도 잘 들린다. (웃음) 아월을 관통하는 곡이다.
이회원: 특정한 목적을 갖고 작업에 들어가기보다 곡 자체와 주제에 집중하고 빠져드는 편을 선호한다. 그런 측면에서 ‘응달’, ‘핀란드’를 꼽고 싶다. 그런 면에서 힘이 들어간 트랙보다 외려 잔잔한 느낌의 곡들에 더 애착이 간다. 만들 때도 더 이입되는 것 같다.
홍다혜: < can’t >의 오프닝 트랙 ‘새’다. 자신이 만든 곡에서 감동받거나 울컥하긴 쉽지 않은데 ‘새’는 들을 때나 부를 때나 감정이 많이 실리곤 한다.
밴드명가 해피로봇레코드 소속으로 선후배들과 어떤 교류를 주고받는지 궁금하다.
이회원: 동경하던 쏜애플과 2019년쯤 첫 작업을 하게 되었다. 2019년에 발매한 < 계몽 >의 ‘검은 별’, 최근 EP < 동물 >(2023)의 ‘게와 수돗물’에서 신시사이저 세션을 했고 그 후로도 교류가 꾸준하다. 쏜애플 가입 약 10년 후 아월과 설이 해피로봇레코드에 들어왔다. 설과 라쿠나 멤버들과는 나이대도 비슷하다 보니 잘 어울린다.
엠피엠지 소속 뮤지션과 하고픈 협업 프로젝트가 있는가?
이회원: 연초 엠피엠지 위크(MPMG WEEK)에서 소속 아티스트 간 다채로운 콜라보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작년 라쿠나의 김호와 유다빈밴드 조영윤 같은 베이시스트들이 대결 펼치는 컨셉의 “그레이트 베이스 인베이전(GREAT BASS INVASION)”처럼. 2023년 12월에 나온 ‘핀란드’는 외부 프로듀싱이 필요한 곡이었고 작품의 색채와 딱 맞는 쏜애플의 전 베이시스트 심재현 형이 프로듀서가 되어주셨다.
밴드 붐이 상당한 현상황에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월만의 개성이 있다면?
멤버들의 군 복무가 끝나고 완전체가 된 지금이 그 포지션을 찾는 시작점이다. 단순히 싱글과 앨범 등 곡 작업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이젠 아월의 정체성과 팀적 노선이 무엇인지 탐구할 시간이고 추후 나올 정규 앨범도 그 맥락이다.
아월 멤버에게 영향을 준 아티스트와 작품이 궁금하다.
박진규: 류이치 사카모토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 다. 개인적으로 반복 재생을 좋아하는데 이 곡을 하루에 10시간 이상 들은 적도 있다. 그렇다고 이 곡을 음악적으로 분석하며 듣진 않는다. 오히려 감상을 깨버릴까 봐.
다른 하나는 쏜애플 ‘이유’다. 중학교 시절 동창이 이 노래를 통기타 치며 부르는 게 너무 좋았다. 알바를 열심히 해서 모은 돈으로 처음 간 콘서트가 2016년 쏜애플 단독 공연이었다. “나중에 커서 밴드를 무조건 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들게 해준 팀이다. 그런 면에서 현재 쏜애플 공연에서 베이스를 치고 있다는 게 꿈만 같다.
홍다혜: 리앤 라 하바스의 2015년 정규 2집 < Blood >를 좋아한다. 사실 밴드 음악을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한 건 아월 이후이고 그전에는 리앤 라 하바스 같은 감각적이고 세밀한 알앤비를 즐겨 들었다.
이회원: 노래를 안 하다 보니 내가 갖지 못한 부분에서 강점 보이는 아티스트를 동경한다. 상기한 넬의 김종완과 재작년부터 무척 많이 청취한 언니네 이발관 이석원과 서태지를 들고 싶다. 각각 넬의 2006년 정규 3집 < Healing Process >와 언니네 이발관의 2008년 정규 5집 < 가장 보통의 존재 >, 2004년 발매된 서태지 정규 7집 < 7th Issue >를 특히 즐겨 듣는다.
진행: 염동교, 한성현, 정기엽, 신동규
사진: 신동규
정리: 염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