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대한 뮤지션 100인전, vol.1> 관람 후기

by 임동엽

2025.03.04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최고의 전시가 열렸다. 영화, 노래, 책 등 간접 체험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자극을 받지만 여기에 직접이라는 요소가 추가된다면 어떨까. < 위대한 뮤지션 100인전, vol.1 >에서 그 좋은 예를 살펴보자. 위대하다는 말로도 수식이 부족한 전설들의 피, 땀, 눈물 어린 소장품을 눈, 코, 입이 맞닿을 거리에서 느낄 수 있다. 영감의 원천이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이곳은 대한민국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이다.


화두는 ‘어떤 예술품들이 반길까’였다. 마이클 잭슨이나, 퀸같이 예상가는 뮤지션도 있었지만 홍보 사진에 있는 스콰이어 기타부터가 누구의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록 마니아를 위한 ‘기타 로드’, 바이닐 수집가를 위한 ‘LP 컬렉션’, 공연 애호가를 위한 ‘코스튬 전시’까지 고개를 어디로 돌리든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영상으로 수많은 무대를 4K와 그 이상의 고화질로 보는 시대가 됐지만 현장에서 즐기는 라이브와는 그 맛이 다른 것처럼 실제로 보지 않고는 상상할 수가 없는 광경이다.


수많은 전시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음악이라는 작고도 거대한 카테고리를 어떻게 묶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은 시의성을 놓치지 않았다. 가장 먼저 테일러 스위프트의 2012년 < Red >를 본뜬 빨간 공간이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근 2~3년 그의 이름 빼놓고 팝을 이야기할 수 없는 만큼 당연한 결정이다. 뒤이어 나오는 디바 존 역시 잊혀 가는 흐름을 되살리며 여성의 파워를 되새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이클 잭슨을 단독으로 배치하고, 제임스 브라운을 힙합의 시작으로 엮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놀라운 구성 또한 돋보인다.




평소에는 관심 있는 주제지만 생각지 못한 코너도 있다. < 그래미 어워드 >로 꾸며진 방이다. 어린 시절부터 챙겨보던 시상식의 포스터에 애정하는 아티스트들의 사인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누구의 것인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방으로 놓인 포스터들 중심으로 세워진 BTS의 의상 컬렉션을 보면 K팝 팬이 아니어도 참으로 감개무량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국내 전시라는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팝 히스토리에 한 획을 그었으니 이런 시선 집중식 편성에도 이해가 간다.




영미 가요를 좋아한다면 요소요소마다 즐길 거리가 다양하다. 한 명의 뮤지션이 전부 소장하던 애장품도, 올해 내한을 앞둔 밴드들의 물품도 눈에 띈다. 그만큼 알차다. 관람 소요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는 않지만 그에 반비례한 음악의 역사는 깊게 다가온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의미가 없으리라.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마음속에 새겨질 팝 ‘영광의 순간’을 직접 경험하길 추천한다.





[현장 스케치 영상]


임동엽(sidyiii33@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