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맞은 펜타포트 2025, 키워드로 돌아보기

by 염동교

2025.08.13



20주년. 열악한 국내 페스티벌 업계에서 숫자 20이 주는 무게감은 두텁다. 1999년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을 전신으로 2006년부터 2025년까지 총 20회를 맞았고 주관사 변경과 팬데믹의 위기에도 음악과 축제를 향한 질긴 생명력으로 강산이 두 번 도는 긴 시간을 버텼다. 입장 시간 지연과 음악 이외 콘텐츠 부재 등 고질적 문제는 여전했으나 처음 도입한 배리어프리존으로 포용성을 모색했다. 국내와 아시아, 영미권을 아우른 아티스트 라인업도 힘준 느낌이 짙었다. 음악 내외적으로 유독 특이점 많았던 2025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을 몇 가지 키워드로 돌아본다.

 

장소성

인포메이션과 티켓 교환 등 주요 부스가 모인 페스티벌 본부가 이동했다. 나무가 우거진 그늘은 단순히 기능적 장소에 머물렀던 본부에 휴식과 여유를 드리웠다.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와의 콜라보가 핵심. 곳곳에 연녹색을 물들여 상큼한 분위기를 도모했고 두 스테이지의 통로에 놓인 채 향을 뿜어내던 이동 부스도 여름철 불쾌지수를 낮출 묘수였다. 의외로 맥주를 비롯한 푸드 앤 비버리지 존은 예년보다 한가했고 전반적인 메뉴 평도 좋았다. 실용적인 부스 이외에 페스티벌에 예술적 감수성을 더해줄 창의적 공간들이 부재는 아쉬웠다.

 



장단

“완벽한 페스티벌은 어려우나 보완점 명확했던 2025 펜타포트였다공연 내적으로 눈에 밟혔던 건 화면과 실제의 싱크 불일치. 0. x대로 엇갈리는 동작에 가시적 집중력이 떨어졌으며 예술가와 관중의 호흡에도 영향을 줬다글렌체크가 의도했던 관객과의 소통도 명석지 않은 이유로 무산되었다서브 스테이지 공연 종료 후 음악과 무관한 광고가 몇 시간 흐르는 광경도 어색했다분명 활용 방안이 있었을 테다팬덤 움직임에서 기인한 예측 불허를 고려하더라도 행사 개시쯤의 인파 통제도 미진했다. IZM 한성현 필자는 일본 싱어송라이터 카네코 아야노의 무대 도중 소리가 겹친 혁오 & 선셋 롤러코스터의 사운드체크를 지적했다두 스테이지 간 좁은 간격의 근본적 원인과도 관련되어 있는만큼 시간을 두고 고민해 봐야할 지점이다.


폭염과 불쾌지수 절감을 위한 시도는 돋보였다적극적인 생수 지급으로 더위로 인한 건강 저해를 방지하고 워터 캐논으로 더위가 주는 스트레스를 식혔다전자음악가 키라라의 '씻자송'이 흐른 화장실이 신선했고 축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향수를 뿌려주는 러쉬 직원도 눈에 띄었다. 공식 스태프가 아님에도 쓰레기 수거에 적극적이었다. “러쉬가 이번 펜타포트 진 주인공이다라는 의견도 나올 만큼 앞으로의 협업이 기대된다.


 


오마주와 트리뷰트
1960-1970년대 활약했던 록 레전드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는 요즘, 펜타포트도 추모 행렬에 함께 했다. 모든 행사가 끝나고 2025 722일 작고한 헤비메탈 아이콘 오지 오스본을 향한 추모의 메시지가 화면에 흘렀다. 지윤해(술탄 오브 더 디스코)와 임현제(혁오), 전일준(전 장기하와 얼굴들)로 구성된 수퍼그룹 봉제인간은 블랙 사바스의 고전 ‘Iron man’을 연주했으며 카메라가 클로즈업한 임현제의 기타마저 토니 아니오미의 깁슨 SG 시그니처였다.


베테랑 로커 윤병주가 이끄는 로다운 30오지 포에버!”란 외침과 함께 ‘War pigs’을 잼(Jam) 연주 위에 올렸으며 첫 곡으로 슬라이 앤 더 패밀리 스톤의 ‘Thank you (falettinme be mice elf again)’을 선택, 블루스와 펑크(Funk) 록의 음악적 방향성을 명시함과 동시에 2025 6 9일 세상을 떠난 사이키델릭 소울 선각자 슬라이 스톤을 추모했다.


일요일 데프헤븐이 빠진 자리를 메꿔준 이승윤은 도입부 멘트로 여기가 자우림의 나라입니까, 이 곳이 델리 스파이스(김민규)가 사는 곳인가요?”라며 같은 날 출연한 모던 록 선배를 치켜세웠다. 전 타임 메인 스테이지에서 공연했던 자우림의 김윤아는 사운드타워에서 평소 흠모하던 벡의 퍼포먼스를 만끽했다. 아티스트 간 추모와 헌정이 빛났던 20주년 펜타포트였다.


 


라인업

해외 서브헤드라이너 데프헤븐과 비바두비의 행사 며칠 전 출연 고사로 김샜지만 1990년대 영미(英美)의 양웅(兩雄) 펄프와 벡만으로 그 위세는 대단했다. 1995년의 브릿팝 명반 < Different Class > 30주년으로 글라스톤베리에 깜짝 등장하고, 약 24년 만의 신보 < More > “2025년의 주인공으로 안착한 펄프가 뜨거운 토요일 밤을 책임졌다. 천변만화 음악색으로 1990년대 작가주의로 부상했던 벡의 일요일 헤드라이닝도일요일 헤드=국내 아티스트불문율을 깼다.


아시아 여러 축제에서 대표 출연진급으로 우대 받는 혁오 & 선셋 롤러코스터는 그간 합동 무대의 마지막을 펜타포트로 장식해 의미를 더했다. IZM 정하림 필자는 노을 진 하늘 아래 ‘New born’ ‘Antenna’페스티벌 속 감상주의를 실현했다고 상찬했다. 밴드 셋으로 현장감을 드높인 바밍 타이거는 얼터너티브 케이팝, 케이록의 진수를 선보였고 화제의 영화 <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에 참여한 한국계 미국인 래퍼 오드리 누나도 어마어마한 에너지 레벨로 달빛공원을 뒤흔들었다. 3호선 버터플라이와 김민규, 자우림에 1990년대 한국 모던 록 팬들은 추억에 잠겼고 젊은 팬덤은 터치드와 큐더블유이알에 열광했다. IZM 박시훈 필자는 터치드 프론트퍼슨 윤민의 카리스마를 언급했다. 



베스트 퍼포먼스

리틀 심즈(금요일) - 스톰지, 센트럴 씨와 영국 랩을 이끌어가는 래퍼 리틀 심즈가 압도적 스펙터클을 구현했다. 확고한 딜리버리와 이에 수반된 카리스마로 점철된 그의 무대는 마치 베놈처럼 금요일 후발주자들을  집어삼켜 버렸다. 2025년 신보 < Lotus >를 감상할 절호의 기회기도 했다.


익스페리멘털 록 밴드 블랙 미디에 재적했던괴물 드러머모건 심슨의 리듬감이 돋보인 ‘Flood’와 사랑을 통한 두려움의 속박을 노래한 ‘Free’은 문학과 음률의 결속. 카리스마 넘버 ‘Venom’에선좌우로 공간을 열어줘요(Open It Up!)”라며 얼마 전 후지 록 페스티벌에 연출했던 대규모 어울림을 재현했다.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두른 ‘Gorilla’는 랩 기량 극점에 있는 차기 거장의 절정. 공연 도중 “한국은 처음이라 무척 뜻깊어요.”라던 그는 관객들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을 아로새겼다.




펄프(토요일) – 초반부 ‘Disco 2000’부터 뒤집어졌다. < Different Class >의 아우라가 대한민국에 처음 착륙한 순간 모두가 각자의 데보라(화자의 짝사랑)와 유년기로 젖어들었다. 프랑스의 고전문학적 감수성에 영화적 사운드스케이프를 엮은 ‘This is hardcore’과 자비스 코커의 신들린 춤사위가 돋보인 ‘Sunrise’펄프식 아트록을 드리웠고 2012년 이후 처음 연주한 ‘A little soul’까지 < Different Class >에 필적할 1998년 수작 < This Is Hardcore >의 응집력을 공고히 했다.


1993년도 컴필레이션 앨범 < Intro – The Gift Recordings > 수록곡 ‘O.U (gone, gone)’과 호평 세례의 신보 < More > 의 싱글 ‘Spike island’‘Got to have love’에선 신스팝 풍모를 드리웠다. 영국 워킹 클래스에 우아함을 두른 브릿팝 찬가 ‘Common people’은 국적과 신분 무관 모든이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세르주 갱스부르 식 읊조림과 데이비드 번의 춤사위를 입은 프론트퍼슨 자비스 코커의 독자성과 이를 받치는 원년 구성원들의 숙련도, 감각적이며 예술적인 무대 연출을 아우른 최고의 시어트리컬 록 무대였다.




(일요일) - 작년 4 16일 도쿄에서 선보인 어쿠스틱 셋과 정반대로 전기 기타를 든 음악 천재는록뮤직의 모든 것을 펼쳐 보였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 걸작 < Odelay > ‘Devils haircut’ ‘The new pollution’으로 산뜻하게 문을 연 이후 키치한 도입부와 팝아트 풍 백드롭의 ‘Girl’로 낭만감을 흩뿌렸다. 흡사 백남준처럼 앰프 대신 쌓은 브라운관으로 기타히어로를 형상화한 ‘E-pro’와 프린스 풍 관능적인 팔세토와 요염한 춤사위의 ‘Where it's at'까지 팔색조 매력을 선보였다.


중간 폭우가 거세졌다. 감각적인 신스팝 ‘Dreams‘와 마크 볼란의 간드러진 가창을 도입한 ‘Sexx laws’ 등 그럼에도 공연은 계속됐다. 비에 쫄딱 맞은 생쥐 꼴이 패배주의적 정서를 강화한 ‘Loser’와 얼터너티브 랩 뮤직 ‘Where it’s at’까지 35년 음악 인생을 망라했다. 시대 막론 온갖 소리 질료를 수급해 콜라주로 제작하는 작법처럼 다채로운 스타일을 한데 모아 거대 흐름을 형성하는 이번 공연은 왜 그가 1990년대의 미국 작가주의 음악감독인지 여실히 증명했다.



 


사진 및 정리: 염동교

취재: 한성현, 정하림, 박시훈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