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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puccino
규빈
2025

by 손민현

2025.11.11

한 입 머금으면 규빈의 장점만을 추출한 음료가 아니라는 인상부터 다가온다. 가지런한 어쿠스틱 선율을 골자로 설렘을 머금은 목소리가 뒤따라 한 잔 커피 같은 따뜻함을 선사할 때 규빈의 스타일이 배어들기는 하지만, 이 메뉴는 빠른 구절과 랩으로 새로운 맛을 내는 데 더 집중했다. 지난 < Flowering >의 마무리를 담당했던 ‘아무튼 Love’의 연장선에 있는 ‘Cappuccino’는 반복과 도전을 모범적으로 행하는 어린 싱어송라이터의 현재 속도와 성장력을 대변한다.


중간쯤 마시다 보면 제목의 은유가 음악 모든 곳에 적용됨을 깨닫는다. 우유를 첨가해 커피 농도를 줄인 제조법처럼 K팝의 작법을 철저하게 섞어 규빈만의 독창성은 살짝 감춘 것. 아이돌 댄스 작곡가에게 주문한 반주, 3분 내 명확한 그림을 새기는 작사가 조윤경의 언어, 친절하게 영어 번역본까지 준비했다. 그만큼 여러 곳으로 역량이 분산되어 흐릿해질 수 있지만 본질적인 향과 맛은 끝까지 잃지 않았다. 마침내 잔을 비우면 좋은 원두가 지닌 기특한 힘은 여전히 남는다.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