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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Say Never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2025

by 박수석

2025.11.12

< Never Say Never >는 주어진 운명에 맞서는 아홉 청년의 외침이다.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 보이즈 플래닛 >으로 결성된 제로베이스원은 정해진 활동 기간의 끝자락에 서 있다. 프로젝트 그룹이면서도 재계약에 성공한 케플러의 사례가 있지만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이들의 여정은 여기까지일 가능성이 높다. 미래를 약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커리어를 갈무리하는 첫 번째 정규 앨범, 최선의 목표는 현재에 충실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의식해 초입부터 속도를 올린다. 르세라핌의 ‘Come over’를 작곡한 정글(Jungle)풍의 누 디스코 ‘Iconik’을 비롯하여 유명 농구 만화에 힙합을 덧댄 ‘Slam dunk’와 묵직한 베이스가 강타하는 ‘Lovesick game’까지 쉴 새 없이 가속 페달을 밟는다. 하나하나 힘을 주어 자칫 산만할 법하지만 연결고리가 된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개성 강한 트랙들 사이에 나름의 개연성을 부여한다. 이전 싱글 ‘Crush (가시)’나 ‘Sweat’에서 보여준 것처럼 전자음악을 꾸준히 활용하려는 시도가 헛되지 않았다.


이러한 노력에도 제로베이스원만의 정체성을 묻는다면 여전히 답하기 어렵다. 이들이 내세운 EDM이나 ‘청량’ 콘셉트는 표어로 채택하기엔 이미 많은 팀이 공유하는 공공재이기 때문이다. 한계는 K팝의 의례적인 문법을 따른 후반부에서 도드라진다. 멤버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유닛 곡 ‘Long way back’과 ‘Extra’는 구성적 특색 없이 흘러가 조합의 타당성이 떨어지고 마지막 곡 ‘I know u know’는 전형적인 알앤비 팬 송으로 적당히 구색을 맞추며 문을 닫는다.


달콤한 첫입에 따라오는 뒷맛이 씁쓸하다. 캐치한 후렴과 멜로디가 번뜩이나 팀의 모호한 방향성은 그 반짝임을 영원한 광채로 붙잡지 못했다. 따로 봤을 때 매력적인 곡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앨범 단위의 완성도는 여러 소속사에서 원석을 끌어모아 만든 기획의 균열을 고스란히 투영한다. 이런 태생적인 구조 속에서 ‘0’부터 ‘1’로 나아가겠다는 제로베이스원의 포부는 애초에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 아니었을까. ‘불가능은 없다’는 제목이 모순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수록곡-

1. Iconik [추천]

2. Slam dunk

3. Lovesick game [추천]

4. Goosebumps [추천]

5. Dumb

6. Now or never (Korean ver.)

7. Extra

8. Long way back

9. Star eyes

10. I know u know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