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이즘] 조선일보 윤수정 기자

by 한성현

2026.05.18

글쓰기란 참 어렵습니다. 굉장히 일상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금세 머리를 싸매게 되죠. 어쩌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싸움이자 전쟁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를 직업 삼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기자입니다. 문화 현장을 취재하고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뛰는 이들을 이즘이 만나 글의 세계를 함께 논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유행도 ‘텍스트힙’ 아니겠나요. 어떤 형태로든 음악과 콘텐츠 글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두 번째 인터뷰는 조선일보의 윤수정 기자입니다.



먼저 어떤 계기로 기자가 된 것인지 궁금하다.
원래는 PD 지망생이었다. 직종 특성상 여러 경험을 쌓으면 좋을 것 같아 2015년 주간조선에서 인턴 기자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내가 생각보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러 다니는 맛도 알게 되었고, 특히 고독사 현장 취재 건을 맡게 된 이후 기자를 업으로 삼아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문화부에서 음악 담당 기자는 어떻게 된 것인가.
사실 내 의지는 아니다. (웃음) 대학생 아마추어 밴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침 막내를 구하고 있는 문화부로 발령이 났다. 원래는 사회부에 관심이 많아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도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음악을 잘 모른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분야 가리지 않고 열심히 돌아다닌 덕에 부장 기자에게 인정받을 수 있던 것 같다.

여태 내보낸 기사 중에 가장 뜻깊은 것이 있다면.
옛날 미8군에서 활동하신 뮤지션 릴레이 인터뷰를 2023년에 진행했다. 한국 근현대사와 직접 맞닿아있다는 점에서 문화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고, 약 1년 동안 열 명 넘게 만나면서 우리나라의 음악사 데이터베이스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 이런 유의 기획을 앞으로 더 지속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료 조사하면서 이즘 글도 많이 읽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분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중 김홍탁 선생님이 참 기억에 남는다. 당시 건강 상태가 많이 좋지 않으신 상황이었음에도 무대에서는 숨쉬기가 어렵지 않다면서 인터뷰 후에 공연을 하러 가셨다. 지인의 작은 라이브 카페에서 상주하시면서 당시 언젠가 꼭 놀러 오라고 하셨는데 내가 그 약속을 지키기 전에 돌아가셔서 마음에 아직도 부채감이 있다.

이외 인터뷰로 만난 뮤지션 중에 유독 기억에 남은 인물은 누구인가.
사심이 좀 섞이긴 했으나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를 뽑고 싶다. 워낙 투박한 이미지가 멋인 사람이라 그런 면모를 예상했는데 사석에서는 굉장히 매너있는 사람이었다. 솔로 앨범 활동 시기라 음악 얘기에 집중한 것도 좋았다.

일대일은 아니고 기자가 여럿 참석하는 라운드 형태로는 방탄소년단, 특히 리더 알엠을 빼놓을 수가 없다. 한창 해외 차트에 올라가기 시작하던 2018년이었는데 다른 멤버들이 굉장히 자유롭게 말하고 있으면 알엠은 그 모든 내용을 옆에서 받아 적었다. 계속 귓속말로 내용 조율을 하는 모습이 꾸며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본인들이 해야 할 얘기를 가장 잘 전달하겠다는 의지로 보여서 인상적이었다.



본질적인 글쓰기 측면에서 고충이 있다면?
첫 문장이다. 글을 한 번에 쫙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세세하게 고민을 하는 편이고, 그로 인해 글이 수정에 수정을 거쳐서 완성된다. 그 과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려면 깔끔한 첫 문구가 나와줘야 하는데 그게 매번 힘들다. 더 부지런하게 쓰는 것이 목표다. 덧붙이자면 분량을 간결하게 맞추는 것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도 크고, K팝 기사는 조선일보의 독자층이 워낙 다양하다 보니 같은 용어도 더 쉽게 바꿔야 하는 점이 어렵다.

글로 인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궁금하다.
공연 기사를 읽고 현장에 가지 않았는데도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코멘트를 받을 때가 가장 감사하다. 기성 언론인 우리는 SNS 매체보다 한 박자 느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니 대신 그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할 수 있는 표현을 많이 고민한다. 최근 딥 퍼플 내한 공연 기사도 그런 의도가 잘 드러났는지 많이 좋아해주신 것 같다.

윤수정 기자가 생각하기에 ‘좋은 글’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범위를 기사로 조금 좁힌다면 관찰력이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 글에 차별성을 주는 것은 역시 개성이고, 그 개성은 사람의 시각에서 나온다. 누군가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다른 누구는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무엇에 더 집중할지는 분야마다 다르니 자신이 다루는 영역에 적합한 관점과 관찰 방식이 무엇인지를 계속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윤수정 기자의 인생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아직 인생을 살면서 내 마음을 뒤흔들 정도의 뮤지션은 만나지 못했다. 대신 내 취향에 맞았던 팀은 디 엑스엑스, 타히티 에이티(Tahiti 80),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크랜베리스, 피닉스, 국내에서는 언니네 이발관처럼 특색 있는 보컬에 차분함이 감도는 쪽이다. 특히 크랜베리스의 보컬 돌로레스 오리오던은 내가 2018년 문화부에 들어와서 처음 부고 기사를 쓴 인물이라 더 기억에 남는다.

솔로 뮤지션은 에이미 와인하우스도 많이 좋아했다. 특히 ‘Love is a losing game’의 데모 버전을 듣고 목소리 하나로 악기가 거의 없이도 음악을 이렇게 끌고 가는 것이 가능하구나 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대체로 독특한 음색의 가수를 좋아한다.

추가로 요즘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팀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K팝 쪽에서는 최근 롱샷이다. 최근 인터뷰도 했는데 힙합 쪽과 거리가 먼 사람인데도 본인들의 음악을 하겠다는 의지가 보여 눈에 많이 들어온다. 인디 쪽에서는 우희준을 얘기하고 싶다. 처음에는 너무 직설적인 것 아닌가 했는데 들을수록 호감을 자아내는 날것의 무언가를 품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의 음악이 궁금해지는 뮤지션이다.



진행: 임진모, 한성현, 임동엽, 박시훈
정리: 한성현
사진: 박시훈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