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이즘]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by 한성현

2026.05.26

글쓰기란 참 어렵습니다. 굉장히 일상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금세 머리를 싸매게 되죠. 어쩌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싸움이자 전쟁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를 직업 삼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기자입니다. 문화 현장을 취재하고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뛰는 이들을 이즘이 만나 글의 세계를 함께 논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유행도 ‘텍스트힙’ 아니겠나요. 어떤 형태로든 음악과 콘텐츠 글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세 번째 인터뷰는 아이뉴스24의 서병기 기자입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상징적인 기자라고 해도 모자람이 없는 존재다.
그 정도인가 싶기는 한데… (웃음) 그냥 오래 한 덕분인 것 같다. 1988년 입사해서 공백 없이 기자 생활을 했고 연차가 찼음에도 데스크로 들어가는 대신 현장에 남기를 택했다. 99년 말부터 2년 반 정도 스포츠서울에서 연예부장을 한 적이 있었는데 갈등 관리가 중요한 부장 역할에는 영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스포츠 신문의 꽃이라 불릴 정도의 직함이었으나 나에게는 오히려 스트레스가 컸다. 오히려 글 쓰는 건 재밌었다.

아날로그에서 인터넷으로의 전환도 동시에 경험한 세대다.
네이버가 영향력을 막 행사하기 시작하던 2004년에 ‘대중문화 프리즘’이라는 코너를 통해 단독 연재 기회를 얻었다. 대체로 메인 배너 순환이 빠른 와중에 내 글은 상단에 꽤 길게 있더라. 덕분에 어린 친구들에게도 이름이 알려질 수 있었고 나도 온라인 문화를 접하면서 새로운 것을 많이 느꼈다. 신문사에서는 부장에게 혼쭐날 글이 인터넷에서는 인기를 누리는 걸 보며 이제 그들에게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총의 시대에 칼의 미학만 강조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까. 그런 마음으로 기사에도 온라인 유저의 말을 종종 인용했고, 나 또한 인터넷에서 내 글이 화제가 될 때마다 대중이 궁금해하는 인사이트를 제시하거나 심리를 적중한 것 같아서 적잖은 쾌감을 느꼈다.

확실히 생각이 진보적인 것 같다.
온라인 글이 언론사에서 훈련된 글보다 당연히 거칠 수밖에는 없지만 주장하려는 메시지는 더 명료할 때가 있다. 그런 걸 수용하겠다는 차원에서 포털 사이트에서 주선한 대학생과의 만남 같은 행사도 꽤 나갔다. 이화여자대학교 대중문화 웹진과도 워크숍으로 만난 적이 있는데, 학생들에게서 “이렇게 나이가 있으신 분인 줄 몰랐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웃음)

기사 작성 시 어떤 요소에 집중하는가.
되도록 새로운 지식이나 소식을 담으려 한다. 단순히 전에 없던 것만이 아니라 평소에 모르면 지나쳤을 것을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는 기사를 쓰려고 하는 편이다. 거기에 구성은 재미있게 가는 것이 내 글의 목표다.

헤럴드경제에서 지금은 아이뉴스24로 자리를 옮겼다. 이렇게 오래 기자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데.
회사 입장에서 나이 든 사람 글이 젊은 친구들과 비슷하면 굳이 연장자를 고용할 필요가 없다. 이질적인 사람이 굳이 있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나. 그럼에도 현재 기자들과 비교했을 때 시각이나 표현, 감성, 혹은 영향력 등 분명히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면 스스로 생각기에 본인의 차별점이 무엇인지.
누적된 자료가 다르다. 지금의 취재 현장 자체는 필연적으로 겹칠 수밖에 없지만 내게는 그래도 요즘 친구들이 기자로 생활하지 못했던 옛 시절의 이야기가 있다. 생전에 인터뷰한 사람도 당연히 많고. 물론 자료를 그대로 쓴다고 해서 유리한 건 아니다. 단순히 우려먹기만 한다면 구닥다리가 된다. 옛 내용을 지금과 잘 연결해야 하고, 그렇기에 더욱 새로운 것을 잘 아는 일 또한 중요하다.

기자로서 젊은 감각이 드러나는 발언이다.
나도 때로는 후배들과 계급장 떼고 싸우고 싶다. (웃음) 나이가 들어서 현장에 가니까 자꾸 자리를 양보받는데, 배려해 주는 그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어떻게 보면 나로서는 노인 취급과 마찬가지라 벌써 김이 샌다. 일부러 “매번 자리 넘겨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앞에 앉고 싶으면 내가 먼저 오겠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현재는 ‘문화 인사이트’라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다. 문화 소비력이 상당한 느낌인데.
일단 콘텐츠를 많이 본다. 드라마도 화제가 되는 것이 있으면 열 편이라도 동시에 시청한다. 물론 OTT 시대 와서는 너무 힘드니까 처음 두 화 정도 보고는 영 아니다 싶으면 포기하고 있다. (웃음) 음악도 많이 듣자 주의라 내한 공연 열 팀이 오면 그중 여덟 팀에서 아홉 팀은 무조건 가는 것 같다. 후지이 카제, 요아소비, 즛토마요 등 J팝도 성실히 챙기려 한다.

인상 깊게 본 공연은 무엇이었나.
2018년 샘 스미스의 내한 콘서트가 정말 좋았다. 마치 한 번에 다섯 가지 공연을 본 기분이었다. 일단 장르부터 다양해서 'Stay with me’ 같은 익숙한 발라드 트랙은 물론 CCM 같은 음악에 알앤비 넘버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였던 위켄드가 한 가지 스타일로 쭉 밀고 나갔던 것보다 만족도가 훨씬 컸다.

반대로 베테랑의 관점에서 고충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도 궁금하다.
옛날에는 연예계라 불렸지만 지금은 연예 ‘산업’이다. 거기에 기술까지 들어와 ‘아트 테크’로도 발전한 상태다. AI 산업까지 연결되고 있으니 더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고 그만큼 시장 구조도 순식간에 바뀐다. 옛날에는 얼추 연륜이 쌓이면 전화 몇 통 해서 기사에 쓸 얘기를 담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런 방법이 통하지 않는 규모가 되었다. 계속해서 흐름을 따라가도 맥락을 파악하기 어렵다.

확실히 요즘 AI를 빼놓고는 어느 분야든 말할 수가 없다. 글쓰기도 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기자가 느끼기에 지금 상황은 어떤지.
사실 스포츠 기사는 한참 전부터 AI로 많이 작성되고 있었다. 결과와 주요 내용만 넣어주면 스트레이트를 뽑아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교한 분석 기사는 100% 대체되기는 아직 어렵다고 느낀다. 한편으로는 젊은 층보다 연식이 있는 사람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어쨌든 아날로그 문화를 충분히 경험했지 않나. 거기에 AI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면 더 강자가 될 것이라 본다. 다만 글쓰기의 차원을 떠나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에 비해 관련 철학과 윤리, 법령 제정이 늦다는 것이 문제다.

마지막으로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서병기의 인생 음악을 소개해 달라.
기자가 되기 전부터 좋아했던 비지스, 그다음은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Last train to London’ 같은 곡. 쉽게 흥얼거리기 좋은 음악이 내 취향이다.



진행: 임진모, 한성현, 손민현, 임동엽, 박승민, 남강민
정리: 한성현
사진: 남강민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