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이즘] 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글쓰기란 참 어렵습니다. 굉장히 일상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금세 머리를 싸매게 되죠. 어쩌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싸움이자 전쟁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를 직업 삼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기자입니다. 문화 현장을 취재하고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뛰는 이들을 이즘이 만나 글의 세계를 함께 논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유행도 ‘텍스트힙’ 아니겠나요. 어떤 형태로든 음악과 콘텐츠 글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여섯 번째 인터뷰는 이데일리의 김현식 기자입니다.

어떤 계기로 기자가 된 것인지부터 묻고 싶다.
원래는 스포츠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을 체육학과로 입학했을 정도다. 그 이후 복수 전공을 해볼까 하다가 아예 문화콘텐츠학과로 과를 옮겼고, 언론정보학은 부전공으로 들었다. 그렇게 축구 기자를 꿈꿨는데, 프로야구의 나라에서 야구 대신 K리그만 좋아하는 게 기자로서는 쉽지가 않더라. 결국 두 번째로 관심 있는 분야인 문화부에서 가요를 담당하게 되었다.
적성을 잘 찾아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아이돌 팬 활동을 열성적으로 하던 누나의 영향이 크다. 나도 옆에서 음악 방송 무대를 함께 지켜보니까 온갖 노래를 다 꿸 수밖에 없었고. (글과는 어떻게 연이 닿았나) 어릴 때 책은 안 좋아했어도 대신 잡지와 만화책은 많이 읽었다. 언젠가 매거진 느낌의 재밌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혀 있었다.
글쓰기 면에서 롤모델이 있었나?
축구 기자를 꿈꿨을 당시 네이트에서 K리그 칼럼을 고정으로 썼던 영국 출신 기자 존 듀어든과 김현회 기자의 글을 감명 깊게 읽었다. 기자 생활 초반에 감정을 건드리는, 이른바 ‘스토리가 있는’ 글을 쓰고 싶던 이유다. 정작 지금은 갈수록 담백하고 간결한 글로 많이 변했다. 보편적으로 깔끔하게 읽기 좋은 글 쪽으로.
기사 모음을 보면 인터뷰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자라는 느낌이 든다.
분석이나 트렌드를 짚는 건 어떻게 보면 앉아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심지어는 요즘 인공지능이 그런 데이터 정리 작업은 더 잘할 수도 있다. 대신 기자의 덕목은 직접 발로 뛰는 취재 아닌가. 그리고 그것이 내가 인터뷰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군가의 가장 진실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에는 이만한 콘텐츠가 없다. 인터뷰만 할 수 있다면 평생 기자로 먹고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인터뷰하면서 만난 인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인가.
작곡가 용감한 형제가 떠오른다. 한 8년 전의 일 같은데, 당시 본인이 노숙인을 대상으로 급식 지원 자선 활동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미디어에서 보통 비치는 이미지와 많이 달라 정말 만나보면 어떨지 궁금했고 그렇게 수소문 끝에 연락에 성공해 대화를 나눴다. 회사 대표와 프로듀서 인터뷰를 적지 않게 해본 입장에서도 참 솔직하고 열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음악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힙합 릴레이’라는 시리즈도 연재한 바 있다.
지금 언론사에 오기 전 진행했던 코너다. 인터뷰에서 만난 래퍼가 다음 뮤지션을 지목하면 그대로 바로 만나러 가는 식이었다. 한 50회 정도 오래 했는데, 지금은 래퍼들이 직접 서로 만나는 콘텐츠가 잦지만 10년 전 그때는 워낙 그런 일이 드물어서 나름 화제가 되었다. 지금 이데일리에 와서도 힙합을 이어가고 싶어 내 기준에서 괜찮은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힙합은 멋져’라는 연재물을 시작하기도 했다.

힙합에 애정이 상당해 보인다.
스스로 느끼기에 비주류 동네에 살다 보니 거리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랩 음악에 마음이 이끌렸다. 사회에서 조금 엇나간 채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의 서사가 힙합의 주 소재 아닌가. 본능적으로 반항아와 악동 같은 사람들을 좋아했다. 실제로 내가 처음 구매한 CD도 ‘여름이야기’가 수록된 디제이 디오씨의 1996년 3.5집 앨범이다. MP3와 한국 힙합 초기 르네상스 시대로 가면서는 허니 패밀리와 무브먼트부터 마스터 플랜, 소울 컴퍼니, 소울 커넥션, 스나이퍼사운드 등 각종 힙합 크루와 레이블의 음악을 모아 폴더별로 분류하는 게 취미였다.
최근에 잘 지켜보고 있는 뮤지션이 있을까?
K팝 아이돌 쪽에서는 박재범이 키우는 4인조 보이그룹 롱샷에 눈길이 간다. 일대일 인터뷰로 만나기도 했다. 일단 멤버 한 명이 나와 같은 강서구 출신이다. (웃음) 랩도 노래도 잘하고 음악이 세련된 팀이다.
마지막은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김현식 기자의 인생 아티스트를 소개해 달라.
팔로알토와 더콰이엇이 결성한 피 앤 큐, 인피닛플로우 등 여럿이 있지만 힙합에서 하나만 뽑자면 다이나믹 듀오다. 성장기에 랩도 잘하고 멋진 형들을 보는 느낌으로 음악을 굉장히 많이 들었고, 특히나 이들의 가사는 계속 나를 돌아보게 한다. ‘U-turn’ 같은 노래를 들을 때마다 내 인생을 반추하면서 ‘지금 나는 저렇게 재밌고 멋지게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품는다.
가요 쪽에서는 아티스트는 아니지만 SG워너비, 씨야 등 김광수 프로듀서가 배출한 그룹 음악을 많이 들었다. 비공식 ‘김광수 키드’라고 해도 될 것 같다. 여러 측면에서 호불호는 많이 갈리지만 엔터테인먼트 쪽에 대한 열정은 상당한 사람이고, 드라마타이즈 뮤직비디오 같은 걸 보면 시대적으로도 많이 앞서갔다.
진행: 임진모, 한성현, 박승민, 박시훈
정리: 한성현
사진: 박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