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이즘] 스포츠서울 함상범 기자
글쓰기란 참 어렵습니다. 굉장히 일상적인 일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생각이 깊어지다 보면 금세 머리를 싸매게 되죠. 어쩌면 글쓰기는 그 자체로 싸움이자 전쟁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이를 직업 삼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고 그중 하나가 바로 기자입니다. 문화 현장을 취재하고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부단히 뛰는 이들을 이즘이 만나 글의 세계를 함께 논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유행도 ‘텍스트힙’ 아니겠나요. 어떤 형태로든 음악과 콘텐츠 글쓰기를 열망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길 바랍니다. 여덟 번째 인터뷰는 스포츠서울의 함상범 기자입니다.

기자가 된 것은 어떠한 계기에서였나.
축구선수들 상담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심리학과 전공으로 대학교에 갔다. 비슷한 생각인 선배가 몇 있었는데 이런 면에서는 한국이 불모지더라. 선수들과 대화를 할 만한 직업은 기자라는 생각에 언론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한 후 축구 기자가 되고자 언론사에 들어갔다. 정작 첫 직장에서 해당 분야가 없어서 연예 쪽으로 먼저 배정받아 기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멀리서 본 축구 기자의 삶이 꽤 힘들더라. 그래서 지금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음악 기사는 서울가요대상을 담당하면서 맡게 된 것으로 안다.
연예 쪽에서 주 분야는 원래 영화였다. 그래서 초반에는 음악 관련 현장을 다니고 인터뷰를 하니까 느낌이 이상하더라. 주로 만나는 것이 아이돌이다 보니 자기만의 의견을 강하게 말하는 이들도 많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도 살짝 조심스러운 편이다. 영화는 비교적 비판이 자유롭게 오가는 편인데 음악은 유독 그런 것을 터부시하는 분위기다.
그 사이에서도 자기 언어가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밴드 넬처럼 직접 음악을 만드는 팀이나 백지영처럼 가수로서의 입지가 있는 이들이 아무래도 다르다. 아이돌은 며칠 전 쇼케이스 현장에서 만난 엔시티 127의 쟈니와 태용. 가이드라인은 있는 듯했지만 10년 차라 확실히 본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가요대상에서 만난 엔믹스의 오해원도 인상 깊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웃긴 캐릭터로 활약하는데 인터뷰에서는 오히려 굉장히 진지했고, 실제로도 그 격차에 대해 질문하니까 가수라는 본업에 임할 때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얘기했다. 그런 솔직함이 좋았다.
기자로서 다루는 음악은 어떻게 균형을 맞추려 하나.
아이돌 따라가기에도 급급하다. (웃음) 좀 더 배우고 열심히 따라가야 하는 처지다. 영화는 블록버스터 외에도 저예산 작품이나 단편도 신경 쓰고는 했다.
기자 업무 외에도 서울가요대상 기획과 주최까지 관여해야 할 테니 꽤 힘들텐데.
그전까지의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우게 되면서 맡게 되었다. 사실 지금은 기자보다 비즈니스맨에 더 가까운 것 같다. 그래도 기자로서 고고한 자세만 유지한 채 살아나긴 힘든 시대이니 15년, 20년 생존을 위해서는 이런 경험도 쌓아야겠더라. 딱 구색만 맞췄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은 있다.
다녀본 공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작년 김건모 콘서트. < 나는 가수다 > 출연 외에는 내게 별로 각인된 뮤지션이 아니었으나 그날은 정말 엄청난 쇼, 신세계 그 자체였다. 두 시간 동안 부르는 노래들이 다 들어본 곡인 것도 그랬지만 사이사이를 채우는 입담이나 관객과의 소통 등 흥미진진한 요소가 끊이질 않았다. 후기 기사를 쓸 때도 최대한 풍성하게 묘사하려 했다. "재밌었겠지? 궁금하면 보러 가십쇼" 같은 느낌으로.

인공지능 발전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기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가끔 문장이 이상한 기자를 보면 '차라리 AI를 돌렸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다. (웃음) 나는 인공지능 활용에 적극적인 편이라 글을 쓰고 허전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인공지능에게 속을 채워달라 한다. 물론 세세하게 고쳐서 내 스타일의 문장으로 완성해야 하긴 하지만 말이다.
대표적으로 작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 어쩔수가없다 >를 거세게 비판하는 기사를 썼을 때 영 좋지 않은 반응을 받은 적이 있어서 피드백을 얻고자 AI 챗봇에게 잔혹하게 글을 분석해 보라고 시켰다. 정말 뼈를 때리더라. (웃음) 그렇게 나온 내용에서 또 도움을 얻어 아카데미 시상식 관련 기사를 썼을 때 잘 활용했다. 공연도 대단히 감명이 들지 않는다면 보도자료를 입력하고 내 생각과 레퍼런스를 덧붙여서 결과를 얻어내곤 한다.
주변의 시선은 어떤지 궁금하다.
마음에 들지 않게 보는 이들이 당연히 있다. 그런데 역으로 인공지능과 잘 어우러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실은 자기 글에 자신이 없는 게 아닐까? 음악을 듣는 수단과 도구가 계속해서 바뀐 것처럼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니다. 세상에 써야 할 글이 많은데 모든 건에 힘을 쏟을 수는 없고, 그렇다면 글에 따라 선택적으로 혼을 담는 것이 차라리 효율적이다.
마지막은 이즘의 공식 질문이다. 함상범 기자의 인생 음악은 무엇인가.
박정현 음악을 참 많이 들었던 사람으로서 '꿈에'를 꼽겠다. 꿈에서 죽은 남자친구를 보고 아침에 깼을 때의 허전함을 노래하는 곡인데 이야기의 완결성이나 박정현의 가창력 모두 예술이다. 특히 울먹이는 듯한 애드리브 부분은 다른 대단한 가수들이 와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덤으로 인생 영화도 알려달라.
뻔하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최동훈 감독의 < 타짜 >다. 봐도 봐도 재밌고 대사도 참 잘 짰다. 거의 정기적으로 1년마다 < 타짜 >를 관람할 정도니 지금은 총합 서른 번은 본 것 같다. 평가의 측면에서는 봉준호 감독의 < 기생충 >. 훗날 봤을 때 자본주의의 고전이 될 거라 생각한다.
진행: 임진모, 한성현, 박승민, 김한슬
정리: 한성현
사진: 김한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