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앨범 활동 이외에도, '.5집' 및 리메이크 앨범 발매 등의 꾸준한 비정규작업(?)을 통해 휴식과 공백기간까지도 부지런히 시장을 공략해온 핑클은 어느덧 활동 기간이 4년에 접어들며, 새 앨범 발매와 함께 통산 여섯 장의 앨범을 보유한 부강한(?) 그룹이 되었다. 1년만의 재등장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 하지만, 핑클과 같은 준(準)장수형 여성그룹이 몇 안 되는 상황 탓인지 소위 '컴백'을 둘러싼 관심보다는, 또래 여성그룹간의 맞대결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고있다.
우연이라 믿기에 4년이란 시간은 다소 길었다. 서로의 공백기간을 메꿔 주며(?) 가요계의 평정을 유지해오던 온화한 공생의 기간은 끝났고, 맞수 SES가 차가운 금속의 이미지로 조금 일찍 돌아왔다면, 핑클은 초심(?)으로 돌아가 잔잔한 곡을 내세워 경쟁에 임한다.
낭랑한 기타의 음색을 타는 'Good-bye'로 조심스럽게 시작해, 다음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영원'으로 이어지는 조신한 사랑고백은 영락없는 봄처녀의 모습이다. 1998년 'Blue rain'으로 가요계에 조용히 등장했던 지난날의 향수가 전해지는 그런 다소곳함이랄까.
신보를 발매한 가수들에겐 필연적으로 '변화'에 대한 강박관념이 따른다. 그런데 그 변화의 초점이 왜 늘 패션에만, 혹은 타이틀곡의 속도에만(댄스와 발라드의 교차) 집중되어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각 멤버별로 노래하는 순서는 지난 다섯 장과 별반 차이가 없고, 수록곡의 구성도 1집부터 유지되어 온 포맷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차이가 있다면 발라드의 비중이 조금 더 커졌다는 것뿐이며, 앨범의 표지까지도 정체상태를 보인다. 2집을 제외한 다섯 장의 커버는 신보를 포함해 한결같이, 까만 바탕에 공평하게 배분된 각자의 공간에 담겨진 네 장의 사진이라는 낡은 구성을 취한다. 그나마 변화하고 있다는 타이틀 곡의 템포는, 보다 정확히 말해 변화라기보다는 '순환'에 가깝다. 따라서 이번 활동의 성향은 앞서 밝혔듯 지난날의 'Blue rain'이나 'To my prince'에서 모델을 찾는 게 쉬울 것 같다.
변화마저 얌전한 핑클의 새 행보와 조금 일찍 등장해 기반을 잡은 SES의 경합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 미모 대 미모, 혹은 타이틀곡만의 비교, 그렇게 싱겁게 끝나서는 안 된다. 마침 수록곡의 수도 비슷한데(핑클:SES=15:14), 보다 규모(?)를 넓혀서 앨범 대 앨범으로 도마에 올리는 것이 어떨지. 쌍방 비교든 하나씩의 해부든 이 정도의 음악이 과연 최고명성을 창출할 자격을 갖춘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 검증이 이뤄진다면 더 좋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