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e Eminem Show
에미넴(Eminem)
2002

by 배순탁

2002.06.01

It's a showtime of Eminem!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막이 올랐다. 악동 뉴스 메이커인 에미넴의 신보 <The Eminem Show>(2002)가 하루 판매량만으로 빌보드 정상을 정복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새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팬들과 매체의 시선이 일제히 이 백인 래퍼의 일거수 일투족에 매달려 있는 실정이다.

'1970년대 록음악에 영향을 받은 앨범'이라고 인터뷰에서 언급했듯, <The Eminem Show>는 무엇보다 한결 강력해진 비트가 돋보인다. 전체적으로 1970년대 록 바이브가 곡마다 살아 숨쉰다. 록 기타 사운드를 대폭 수용한 점, 거칠어진 에미넴의 래핑 등에서 대번 파악된다.

갱스터 랩에 맞먹는 강력한 외침으로 시작하는 첫 곡 'White America'만 들어봐도 에미넴의 탈피 욕구가 심상치 않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울부짖는 에미넴의 보컬이 전에 없이 색다르다. 하드록 밴드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1976년 차트 6위의 히트송인 'Dream on'을 샘플링한 'Sing for the moment'는 1970년대와의 접점을 암시하는 배석 증인이다.

또한 불편한 관계였던 어머니에게 진심 아닌 진심으로 사과하는 'Cleaning my closet'의 록 기타 배킹, 긴박감 넘치는 진행이 일품인 'Soldier', 박수 소리를 반주 삼아 분노를 토해내는 ''Till I collapse'등도 이번 변신의 정당함을 웅변하는 트랙들이다.

거친 입담 역시 여전하다. 첫 싱글로 영미 차트에서 선전 중인 'Without me'(마이클 잭슨의 'Billie jean'의 베이스 라인을 차용했다.)는 타겟만 엔싱크(N'Sync)등의 틴 팝 스타에서 테크노 뮤지션인 모비(Moby)로 바꾸었을 뿐, 전 못지 않은 위험수위 경보를 울린다. 전작의 히트 싱글 'The real Slim Shady'와의 근연 관계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 'Guess who's back?'이라며 자신의 컴백을 알리는 첫 문구도 재미를 더한다.

이 밖에도 닥터 드레(Dr.Dre) 특유의 비트 제조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Business', 에미넴의 크루인 D-12가 함께 한 'When the music stops', 딸 헤일리 제이드(Hailie Jade)를 피쳐링한 'Dad's gone crazy'(아버지를 미쳤다고 말하는 딸이라니.)등을 통해 에미넴의 이번 쇼가 한동안 앙코르 세례를 줄기차게 받을 것임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록과 랩의 화학적 융합을 일궈낸 점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있는 작품. 그동안 음악보다는 사생활 쪽으로 기울었던 무게추를 평형상태로 되돌릴 만한 양질의 음반이다. 하지만 첫 싱글에서 보여지듯, 슬림 섀디(Slim Shady)의 이미지에 여전히 큰 몫을 지고 있다는 점은 염려스럽다. 이 굴레에서 해방되었을 때, 아마도 우리는 아티스트로 승화된 에미넴을 목도할 것이다.

-수록곡-
1. Curtains Up (Skit)
2. White America
3. Business
4. Clean Out My Closet
5. Square Dance
6. The Kiss (Skit)
7. Soldier
8. Say Goodbye to Hollywood
9. Drips
10. Without Me
11. Paul Rosenberg
12. Sing for the Moment
13. Superman
14. Hailie's Song
15. Steve Berman (Skit)
16. When the Music Stops
17. Say What You Say
18. 'Till I Collapse
19. My Dad's Gone Crazy
20. Curtains Close (Skit)
배순탁(greattak@iz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