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서른이 되면 난 컨트리나 포크 가수가 되어 있을 거야.”
(When I Turn 30, I’m Becoming Country/Folk Singer).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포스트 말론이 본인의 SNS에 남긴 글이다. 어느덧 서른을 맞이한 그는 마침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달갑다.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를 재해석한 라나 델 레이나 비욘세의 < Cowboy Carter > 등 복각주의 흐름이 인종과 계층의 경계를 무너뜨렸고, 흑인의 주선으로 힙합과 멋진 크로스오버를 이룩한 샤부지의 ‘A bar song (Tipsy)’은 그 토대 위에서 9주간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지켜내며 유행을 이끌고 있다. 이에 이전부터 활약하던 뮤지션 또한 젊은 층에 주목받기 시작하니 컨트리 땅에 오랜만에 단비가 내린 상황. 그가 약속을 지킬 그야말로 안성맞춤 판이 마련된 셈이다.
그렇게 준비한 < F-1 Trillion >은 컨트리 뮤지션의 올스타전이나 다름없다. 열여덟 곡 중 포스트 말론이 홀로 부른 곡은 단 세 곡으로 화려한 게스트진에 기댄 비율이 높다. 사실 이 전략은 다양성 극대화에 성공하거나 밋밋한 컴필레이션 앨범처럼 남을 수도 있다는 양면의 위험성이 존재한다. 특히 컨트리는 장르 특성상 장력을 가해 특정 현의 음높이를 올리는 페달 스틸 기타의 사용 빈도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엇비슷한 사운드의 연속으로 자칫 지루함을 느끼기 쉬워 구성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발매하는 신보마다 새 장르에 도전해 매번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그였지만 이번에는 적재정량을 초과하다 보니 차가 잘 굴러가지 않는 모양새다. 미국 남부의 흙냄새를 묻힌 채 오롯이 직선 주행으로 밀고 가는 전개나 정통을 잇겠다는 선언과 달리 오늘날 컨트리 팝 문법에 의존한 모습은 마니아와 대중 가운데 어느 쪽에도 기울지 못한다. 가장 큰 결점은 싱글 단위의 각 트랙에 몰두한 나머지 스무 곡에 가까운 대장정에도 음반 단위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는 것. 이는 결국 본래 의도와 반하는 인맥 과시이자 판매고를 위한 유행 탑승의 형태로 비친다. 그리고 이쯤이면 어디선가 들릴 한마디. “뉴욕 부잣집 아들이 컨트리를 뭘 알겠어.”
크게 투자한 만큼 곡의 완성도는 훌륭한 편이다. 블레이크 쉘턴과 함께한 ‘Pour me a drink’의 탁월한 강약 조절은 에릭 처치의 < Chief >를 연상케 하며 내슈빌 사운드에 가장 가까이 위치하고 ‘Have the heart’로 이어지는 결합은 돌리 파튼의 탁월한 연기력과 만나 본작에서 제일 아름다운 장면으로 남는다. 이 외에는 금년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컨트리 송 부문을 수상한 크리스 스테이플턴과의 듀엣곡 ‘California sober’나 블루그래스 뮤지션 빌리 스트링스의 속주가 돋보이는 ‘M-E-X-I-C-O’ 정도만이 그저 흥겹기만 한 리스트 속에서 순간의 몰입을 유도한다.
작년 발매한 5집 < Austin > 속 미국적 소재와 어쿠스틱 사운드를 컨트리로 구체화했지만 더 많은 플래티넘 레코드를 가지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 먼저 보인 탓이다. 모건 월렌과 함께한 ‘I had some help’가 끝내 차트 정상에 올랐고, < F-1 Trillion >에 아홉 곡을 추가한 확장판을 꺼내든 일은 상업적 성공을 확고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비치지만 뮤지션은 무엇보다 좋은 작품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간 포스트 말론의 음반 중 가장 유감스럽다. 또 한 차례 도전을 완수했음에 스스로 박수를 보내고 십 년 전의 약속을 지킨 것으로 만족하자.
-수록곡-
1. Wrong ones (Feat. Tim McGraw)
2. Finer things (Feat. Hank Williams Jr.)
3. I had some help (Feat. Morgan Wallen)
4. Pour me a drink (Feat. Blake Shelton) [추천]
5. Have the heart (Feat. Dolly Parton) [추천]
6. What don’t belong to me
7. Goes without saying (Feat. Brad Paisley)
8. Guy for that (Feat. Luke Combs)
9. Nosedive (Feat. Lainey Wilson)
10. Losers (Feat. Jelly Roll)
11. Devil I’ve been (Feat. Ernest)
12. Never love you again (Feat. Sierra Ferrell)
13. Missin’ you like this (Feat. Luke Combs)
14. California sober (Feat. Chris Stapleton) [추천]
15. Hide my gun (Feat. Hardy)
16. Right about you
17. M-E-X-I-C-O (Feat. Billy Strings) [추천]
18. You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