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이 키즈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세상에 던져진 보이그룹은 초기의 < I am >, < Clé' > 시리즈에서 진중히 자아 탐색을 펼친 데 비해 정규작 < GO生 > 이후부턴 정제하지 않은 날 것의 생각을 비교적 가볍게 드러내는 데 몰두했다. 청년에서 소년으로, 방황에서 방랑으로. 의도적으로 미숙함을 노린 역성장 서사는 고민 끝에 해답을 도출하던 기성의 방식을 뒤틀었고 이들은 K팝 신의 독보적인 매니악으로 떠올랐다.
스스로 수여한 별 다섯 개는 그 치기 어림에 대한 자신이자 확신이다. ‘특’ 한 글자로 모든 걸 보증한다. 구간마다 기악 소스와 장르에 변칙을 가한 구성이 자칫 조잡한 모양을 띨 수 있지만 익숙한 기승전결을 취하고 중독성 넘치는 반복구를 배치하며 무탈하게 청자의 뇌리를 강타했다. 수많은 반짝임 사이에서도 유독 빛을 발하는 별 중의 별, 과연 K팝 대표 맥시멀리스트다운 강렬한 펀치 한 방이다.
꽉 들어찬 타격 속에 보컬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특히 프리 코러스 파트. 메인보컬 승민이 주축이 되어 단단한 중음으로 눌러 담은 멜로디 덕분에 음악과 메시지 모두에 고루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익살스러운 분위기의 ‘Item’에선 랩과 가창의 부드러운 대비를, 아련한 기타 리프를 가미한 EDM 트랙 ‘Fnf’에선 산불로 소실된 자연을 떠올리며 그려낸 복합적인 감정선도 목격할 수 있다. 자체 프로듀싱 팀 쓰리라차(3RACHA)의 주도 하에 빈틈 없이 음압을 채우던 특유의 악곡 스타일이 한층 더 높은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보완점은 남아있다. 목소리가 과격한 비트를 뚫고 나오기 위해 성대를 긁거나 전자음을 섞는 식의 운용을 제시했지만 그 정도가 과해진 순간 흥에 겨웠던 들썩임을 차츰 멈추게 된다. ‘충돌’, ‘Youtiful’처럼 후반부의 잔잔한 트랙이 자정 작용을 펼친다 해도 귀가 버틸 틈은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매력 포인트가 확실한 각각의 싱글이 앨범 단위의 청취에선 다소 어수선한 감상을 남긴 셈.
노랫말 또한 몰입을 일부 흐트러뜨린다. '얼탱이가 없어'('Top line')처럼 속어가 포함된 단편적 예시는 둘째 치고 앨범 전반에 걸친 한영 혼용이 온전한 만족을 끌어내지 못한다. 통일성의 문제라기 보다 신보를 포함한 커리어 전체를 훑었을 때 한국어 가창이 더욱 압도적인 전달력을 뿜어냈다는 것이 쟁점. '특'은 도입부터 '여긴 Seoul 특별시'라 선포하고 붐뱁 위에 한글로 라임을 맞춰 맛깔난 래핑을 구사하며 지역 정체성까지 피력하는데, 정작 우수 사례로 언급한 프리 코러스를 전부 영어로 채워둔 탓에 트랙에 묘한 이질감이 깃들기도 한다.
무질서 속에도 나름의 질서는 존재한다. 차근차근 독자적 개성을 쌓아 올린 스트레이 키즈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고군분투에 대한 보상으로 내린 다섯 개의 별은 결코 허무맹랑한 치켜올림이 아니다. 갈 길이 조급하지 않다. 특별하고, 특이하고, 특출한 요란스러움이 단발적인 아우성에 그치지 않도록, 매무새를 가다듬는 작은 손짓 한 번이 향후의 판도를 가를 것이다.
-수록곡-
1. 위인전 [추천]
2. 특
3. Item
4. Super bowl
5. Topline (Feat. Tiger JK)
6. Dlc
7. 죽어보자
8. 충돌 [추천]
9. Fnf
10. Youtiful
11. The sound (Korean ver.)
12. Time out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