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Roll Up
블랙스완(Blackswan)
2024

by 소승근

2024.08.06

블랙스완은 웅장하고 과감한 걸크러시 스타일의 노래와 가볍고 쉬운 댄스 팝의 투 트랙 전략으로 대중의 선택을 기대한다. 가비(브라질), 파투(벨기에), 스리야(인도), 엔비(미국)의 외국인 멤버로 팀을 정비한 후 처음 공개한 2023년도 앨범 < Karma >에 수록된 카리스마 넘치는 ‘Karma’와 귀여운 댄스 팝 ‘Cat & mouse’를 수록한 것처럼 이번 음반에도 진지하고 육중한 ‘Roll up’과 대중적인 ‘La boum’과 ‘C’est jamais vue’을 담았다.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획득하려는 이런 결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힘을 발휘한다.


K팝 걸그룹의 정체성에 대한 담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블랙스완은 다국적 멤버 구성이라는 이 특별함을 음악 구성으로 승화한다. 스리야의 나라 인도의 분위기를 담은 ‘Karma’에 이어 이번에는 엔비의 조국인 미국이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서부영화 음악이 떠오르는 인트로와 뮤직비디오가 그 점을 명확하게 적시한다. 2023년, 이즘이 블랙스완과 인터뷰했을 때 소속사 DR뮤직의 윤등룡 대표는 각 멤버들의 나라 이미지와 분위기를 블랙스완의 노래에 순차적으로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 진행과정이 바로 < Karma >와 < Roll Up >이다.


메인 보컬인 엔비를 비롯해 가비와 스리야는 전작 < Karma >보다 가성을 줄인 자신 있는 보컬로 노래 자체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알토 톤을 가진 파투의 거침없는 랩은 더욱 옹골차다. 2023년 12월에 공개한 솔로 EP < Letter 1 – Adaeh >로 단단하게 차단된 자아를 무장해제한 파투의 자신감이 응축해 폭발한 것. 그는 작사에 직접 참여한 그루브 넘버 ‘C’est jamais vue’와 타이틀곡 ‘Roll up’ 그리고 ‘Double down’에서 그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갈무리하듯 속사포 랩으로 곡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고급 위스키처럼 무리 없이 술술 넘어가는 ‘La boum’은 엔비의 보컬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음반의 하이라이트다. 여기에 모든 구성원들의 한국어 발음도 이전보다 더 정확하고 선명하게 들릴 정도로 이들은 1년 사이에 많은 것을 이뤘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레드벨벳, 있지, 케플러 등 많은 K팝 가수들과 작업했던 작곡가들과 프로듀서들이 참여한 < Roll Up >은 두 곡만 들어있었던 < Karma >의 두 배인 4곡으로 세련된 자기 증식을 완수했다. 이제 블랙스완은 ‘한국인이 없는 K팝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필요 없는 자체적인 발광체다.


-수록곡-

1. C'est Jamais Vue [추천]

2. Roll up [추천]

3. Double down

4. La boum [추천]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