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Charango
모치바(Morcheeba)
2002

by 안재필

2002.09.01

영국 런던 출신의 트립 합 밴드 모치바의 신보. 2년마다 앨범을 발표하는 공식을 이번에도 그대로 따르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음악 트렌드의 한 축을 당당히 차지했던 트립 합이 이제 지는 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어느 누가 지금 포티셰드(Portishead)를 언급하고, 매시브 어택(Massive Attack)을 찾는다 말인가. 이들이 1998년 이후로 소식을 뚝 끊고 두문불출하는 것도 그 이유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모치바의 진행방향은 앞서 밝힌 트립 합의 스타들과 달랐다. 포티셰드의 아류라 불리며 출발했지만, 현재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색깔과 캐리어를 쌓으며 입지강화에 성공했다. 1996년 데뷔작 <Who Can You Trust?>과 1998년 2집 <Big Calm>에서 보여준 '트립 소울(Trip Soul)'의 무릉도원은 감동의 실을 뽑아내기에 충분했다.

소울과 힙합과 일렉트로닉, 그리고 팝의 달콤한 밀회는 느리면서도 감미로우며 멜랑콜리했다. 기타리스트이자 멀티 인스트루멘탈리스트인 로스 갓프레이(Ross Godfrey)의 어쿠스틱 질감의 기타 워크, 팀의 비트헤드(Beathead)이자 작사가인 폴 갓프레이(Paul Godfrey)의 몽환적인 일렉트로닉, 그리고 여성 보컬리스트 스카이 에드워즈(Skye Edwards)의 묘한 에로틱 음성은 다른 트립 합 그룹과의 인지도 테스트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게 하는 키포인트였다. 'Trigger hippie', 'Shoulder holster' 등이 대변한다.

모치바는 이런 다양한 음악적 장르를 포획하고 있는 자신들의 사운드에 대한 뿌리를 1960년대 후반 브라질에서 일어났던 새로운 음악 문화 운동인 트로피칼리아(Tropicalia)에서 가져왔다고 말한다. 트로피칼리아는 질베르토 질, 갈 코스타, 카에타노 벨로소, 록 밴드 오스 무탄테스 등의 브라질 뮤지션들이 자국의 삼바, 보사노바, 민속 음악에 서구의 로큰롤을 받아들인 것을 의미한다. 물론 브라질의 군부독재에 저항한다는 측면도 담겨있다. 모치바는 트로피칼리스트들의 왕성한 음악적 식욕을 '뮤지컬 카니발리즘(Musical Cannibalism)'으로 정의 내리며 자신들도 그 테두리에 가두고 있다.

이번 4집 음반은 바로 뮤지컬 카니발리즘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앨범 타이틀을 남아메리카에서 사용되고 있는 현악기 '차랑고(Charango)'로 지은 것에서부터 잘 나타난다. 또한 수록곡 중 아스트루드 질베르토(Astrud Gilberto) 스타일의 스윙감이 살아 숨쉬는 'Sao paulo'는 멤버들이 브라질의 상파울로를 직접 방문하여 보고 느낀 감정을 정리한 결과물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Otherwise'는 세르쥬 갱스부르그의 고전적인 프렌치 팝의 감성과 힙 합 비트가 녹아 들어있는 노래이며, 'Public displays of affection'은 하프, 바이올린, 바순 등을 사용하여 현악적인 느낌을 강조한 넘버이다.

게스트로 참여한 뮤지션들도 눈에 띈다. 타이틀 곡 'Charango'에는 래퍼 페이스 원(Pace Won), 'What new york couples fight about'에는 인디 록 밴드 램촙(Lambchop)의 커트 와그너(Kurk Wagner) 등이 각각 피처링으로 우정 출연했다.

-수록곡-
01 Slow Down
02 Otherwise
03 Aqualung
04 Sao Paulo
05 Charango (Feat. Pace Won)
06 What New York Couples Fight About (Feat. Kurt Wagner)
07 Undress Me Now
08 Way Beyond
09 Women Lose Weight (Feat. Slick Rick)
10 Get Along (Feat. Pace Won)
11 Public Displays Of Affection
12 The Great London Traffic Warden Massacre
안재필(rocksacrific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