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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emedy
보이즈 투 멘(Boyz II Men)
2006

by 한동윤

2007.01.01

사랑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하고 복용하기에도 간편한 치료제이다.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돌아서는 누군가에게는 슬픈 사랑노래가 위안이 되어 줄 테며, 지금 한참 풋풋한 사랑을 진행하는 커플들에게는 밝고 가벼운 노래가 아름다운 속삭임이 되어 주기에 충분하고, 긴긴 외로움에 쫓겨 지친 맘을 추스르려는 싱글에게도 사랑노래는 금세 편한 친구이자 치료제가 되어준다.

그러한 면에서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은 때론 슬픔에 젖은 가사로, 때로는 기쁜 노랫말로 대중들에게 달콤한 사랑노래를 선사한 밴드로 오랫동안 기억될 만하다. 이들이 부른 노래의 상업적인 성공과 차트에서의 기록 때문만이 아니라 보이즈 투 멘의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는 따스함이 묻어났으며 어떤 리듬 앤 블루스 보컬 밴드들보다도 부드러운 하모니를 표현했기에 세월이 지나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보이즈 투 멘의 음악은 언제 어디에서 들어도 맘을 편하게 해주는 효능 좋은 치료제가 되었다.

이것은 안타깝게도 어느 순간부터 약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그 시기는 약사(藥師) 보이즈 투 멘의 '변화(Evolution)'가 (예전에 비해) 희미해졌을 때였다. 3년 후 제조 공장 간판을 '그들의 이름(Nathan Michael Shawn Wanya)'으로 바꿔보기도 했으나 만들어내는 약은 효과를 계속 잃기만 했으며, 다시 '한 바퀴를 빙 돌아(Full Circle)' 낸 앨범 역시 약의 품질을 보장하지는 못하고 공회전으로 끝나버렸고 '후퇴(Throwback)'만 계속되었으니 예전의 명성을 찾기엔 이제는 힘겨워 보일 뿐이다.

이후 긴 시간 동안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을 그들은 앨범 타이틀을 < The Remedy >로 정하며 자신 있게 예전의 효험 좋은 치료제를 가져왔다고 알리지만, 이번에도 역시 과거의 업적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지 않을까 싶다.

기타 리프에 강하게 악센트를 주는 첫 곡 'Muzak'은 그들의 의도만큼 온전한 힘이 전달되지 못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 의인법을 적용한 점이나 록, 얼터너티브, 힙합까지 시대별 유행 장르로 음악이란 여성의 캐릭터를 표현한 것은 꽤 재미를 주는 부분이 될 것 같으며, 13명의 가수를 거론하며 그들의 노래보다 더 아름답고, 가장 완벽한 사랑의 노래는 내가 지금 사랑하는 바로 당신이라고 말하는 'The perfect love song'은 익숙한 알앤비 가수들의 이름을 듣는 것과 사랑을 표현하는 색다른 방법에 자연스럽게 웃음을 짓게 한다. 그나마 요즘 음악 경향에 맞춘 듯한 사운드의 'Booed up'은 2초씩 등장하는 'The closer I get to you'(1977, 로버타 플랙(Roberta Flack)과 도니 해서웨이(Donny Hathaway)가 부름) 코러스로 반갑다.

조금은 빠른 비트를 깔아놓은 몇몇 곡들('You don't love me', 'Ego')이 있지만 앨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싸늘한 바람이 부는 것처럼 느껴지며,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의 멜로디와 코러스를 떠올릴 만큼 듣는 이의 감정을 한 번에 사로잡는 요소가 본 작품에서는 거의 전무하기만 하다. 가사의 서정성은 일정 겸비했으나 유려한 연출이 없어 흐름이 매끄럽지 않음이 그 이유다.

이는 멤버들 스스로 직접 작곡과 프로듀싱을 맡아 곡을 만들어가는 자력(自力)은 키워나가고 있지만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코드를 읽는 능력을 아직 숙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베이스 파트를 맡던 마이클 맥캐리(Michael McCary)의 탈퇴로 보컬에서 무게감이 사라진 것도 약점 중 하나로 작용한다. 현재의 라인업을 부각시킬 수 있는 보컬 편성과 트렌드에도 맞춰줄 줄 아는 소리가 동시에 요구된다.

90년대 남성 중창밴드의 핵심이었고 사실상 마지막 주자가 된 보이즈 투 멘의 영광의 시절이 완전히 끝났다고 말할 때가… 아직은, 아니었으면 한다. '부메랑(Boomerang)'과 함께 높이 날아오른 인기가 땅 표면에 급히 가까워지는 때에, 치료제는 보이즈 투 멘의 음악이 아니라, 도리어 그들에게 절실한 물건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혹 극약처방이라 할지라도.

-수록곡-
1. Muzak
2. Gonna have
3. Here I come
4. The perfect love song
5. Misunderstanding
6. Booed up
7. You don't love me
8. The last time
9. Just like me
10. Crush
11. Ego
12. Morning love
13. Muzak featuring Atsushi (Exile)
한동윤(bionicsoul@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