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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Ending
김정은
2006

by 신혜림

2007.01.01

느린 걸음이다. 발표하는 음악마다 꾸준히 사랑을 받으면서도 상업적 효과를 위한 '연예인'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았고, 데뷔한 지 15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이제 3집이다. 그 유명한 '칵테일 사랑'부터 '프로포즈', '오렌지 나무', '널 사랑해' 등을 부른 가수 김정은은 항상 이렇게 보일 듯 말듯, 여유 있는 움직임으로 천천히 걷는다.

하필 'Ending'이 붙어서 그렇지, 'Happy'라는 수식이 차분히 마음에 담기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의 3집을 걸어 놓을 때는 허둥대지 않게 된다. 7년이라는 공백은 초조함을 불러일으키기에는 긴 시간이고, 관심이 사라지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그러므로 마치 늦잠자서 학교에 지각한 귀여운 여학생의 멋쩍은 웃음을 애교로 넘기듯, '이제 왔니?'라는 말 한마디면 된다. 어찌되었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부르는 자와 듣는 자의 충만한 행복인 것이다.

보사노바 리듬의 깔끔하고 맑은 넘버 '경호씨'가 첫 문을 열면 조근조근하게 그리움을 말하는 타이틀곡 '화수목'이 뒤를 받는다. 사랑스러운 팝 '핑크빛으로...', 'Samba party', 'Happy ending' 등이 앨범을 예쁘장하게 수놓을 때 'How to fly...', 'Inside my heart', '나를 사랑했다면...' 등의 발라드가 무게중심을 단단하게 잡아둔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늘어진 템포는 여러 드라마를 통해 이미 만난 얼굴이라 오히려 반갑다. 그렇다면 지난 7년 동안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기에 '해피 바이러스'에 중독된 것 같은 이 앨범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일까.

매 트랙마다 곡이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의 출생과정을 소소히 적어놓은 부클릿에는 성대결절로 한 마디의 말조차 하지 못했던 김정은의 과거를 드문드문 만날 수 있다.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는 선고를 받고, 언제 나을 수 있을 지 기약도 모른 채 가슴에 아픔을 안고 살아가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다시 마이크 앞에 선 그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상상에만 의존하더라도, 그녀의 음악 안에서 이렇게 청명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이유는 짐작할 만하다.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써서 원래는 느린 발라드였다는 '봉순이 일기'가 밝고 명랑한 팝으로 변할 수 있었던 것도 다시 노래할 수 있다는 기쁨이 만들어 낸 삶의 변화가 고스란히 반영된 때문이다. 그러므로 < Happy Ending >은 깊은 속내까지 다 들여다보이는 솔직한 작품이다. 수록곡을 따라가다 보면 새로이 울릴 수 있게 된 목소리로 한 음 한 음 감격에 차 부른 그녀의 모습이 눈에 선해지는 것이다. 덕분에 직접 고통을 겪지 않은 팬들마저 인생의 아름다움을 새삼 느낄 수 있어 더욱 큰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비록 전반적으로 보컬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고 하더라도, 감정의 굴곡을 살려내는 노련함은 여전하다. 또한 진부하지 않은 멜로디와 신경 쓴 티가 역력한 사운드로 음악을 향한 정성이 오롯이 드러난다. 그래서 마지막 연주가 잦아들 쯤에 우리는 깨닫는다. 가수가 노래를 잘하고, 작곡가가 곡을 잘 만들고, 장르에 따라 기술이 뛰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은 역시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라는 것. 뮤지션이 진정으로 자신의 노래에 감동할 수 있을 때, 더불어 대중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므로 < Happy Ending >은 수많은 고통이 밤들이 환한 아침을 맞은 이 순간 끝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마음에 동화하게 만드는, 흡입력 강한 앨범이다.

-수록곡-
1. 경호씨 (작사: 김정은 / 작곡: 최경호)
2. 화수목 (김정은 / 최경호)
3. 핑크빛으로... (김정은 / 최경호)
4. How to fly... (김정은 / 최경호)
5. Inside my heart(MBC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 OST 삽입곡) (김정은 / 최경호)
6. Samba party (김정은 / 최경호)
7. Dance, dance, dance (김정은 / 최경호)
8. 나를 사랑했다면...(KBS 일일드라마 당신 옆이 좋아 주인공 테마) (김정은 / 최철호, 최경호)
9. 널 사랑해 2006(Sweet bossa ver.) (김정은 / 백종우)
10. 봉순이 일기 (김정은 / 최경호)
11. Dear. road... (김정은 / 최경호)
12. 자장가 (김정은 / 최경호)
13. Happy ending (김정은 / 최경호)
14. 화수목(Instrumental)
15. Happy ending(Instrumental)

프로듀서: 최경호
신혜림(snow-forget@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