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수가 분명 떨어지는 가창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앨범을 내고 4집 가수로 장수(!)할 수 있던 것은 그것이 '웃겼기' 때문이었다. 못 부르는 노래지만 자신은 그걸 자랑스레 떠벌렸고 자조적인 개그 소재로 사용했다. 그렇기에 사방의 조소를 도리어 호통으로 맞받아쳐도 밉지가 않았던 것이다. 이때까지 그에게 노래란 그저 웃음의 '방법'이었을 따름이다.
그런데 발라드 '바보에게... 바보가'는 양상이 다르다. 꽤나 진지하다. 원태연이 쓴 노랫말은 구구절절한 사랑 고백을 다루고 있고, 이는 박명수의 결혼소식과 맞물려 그럴싸한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그러나 '바보에게... 바보가'는 수작 발라드가 되기엔 여러모로 힘에 부친다. 무엇보다 박명수의 가창부터가 예전 '바다의 왕자'를 부를 때나 이승철 모창을 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아 좋은 곡의 기본 전제인 '듣는 즐거움'이 없다. 곡 자체도 지극히 평범한 발라드 수준에서 머물렀다. 과연 한창 이슈를 안고 있는 박명수가 아니었다면 이 곡이 지금처럼 꾸준히 전파를 타며 사랑받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윤지훈 (lightblue124@hotmail.com)
아주 멋있다거나, 남자의 로망이 들어있다거나 하지 않아도, 진심이 담긴 웨딩 송은 가슴이 뭉클한 신부와 하객들의 눈가에 눈물을 고이게 하는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박명수의 엉성한 노래와 원태연이 쓴 간지러운 노랫말 또한 그렇다. 그 어떤 기교나 거창한 미사여구도 없으니, 앞으로 잘 살아보겠다는 남자의 다짐에 정말로 믿음이 간다. 음악에서도 정직은 수많은 결점들을 상쇄시켜주는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