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IZM) 개설 6주년 기념 특집 2 “1990년 이후, 우리를 감동시킨 작곡가 TOP 20”(14위-공동19위)

by 조이슬

2007.09.01

● 공동 14위
김동률 (6표) -악보
김동률의 곡은 늘 필살의 멜로디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그의 전매특허인 클래시컬한 발라드든, 업 템포의 빠른 비트든, 혹은 재지한 발라드든 어디서든 '멜로디'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에게서 대부분이 엔니오 모리꼬네의 서정적 선율을 느끼고,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의 웅장함을 체감한다고 하지만, 그보다 그의 작법은 오히려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 쪽에 더 가깝다. 솔로 4집에 발표한 '사랑하지 않으니까요'의 앞의 건반 편곡부분은 바로 'Lately'를 떠올리게 하며 솔로 1집의 '내 오랜 친구들'과 스티비 원더의 'Ebony eyes'는 노래가 시작하기 전, 건반으로 카운터 리듬을 세는 부분부터 시작해 C에서 E7으로 진행하는 코드와 텐션까지도 동일하다.

또한, '클리셰'란 문법도 단골 메뉴이다. '클리셰'란 똑같은 코드가 계속 진행이 될 때 그 지루함을 없애기 위하여 베이스음은 그대로 놓아두고(페달 톤), 반음 혹은 한 음씩을 상행, 하행시킴으로써 좀 더 음악적으로 들릴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그 중 전람회 1집에 수록되었던 '하늘높이', 이소은 < Senorita >앨범에 실렸던 '그대이길 바래요'(작곡 김동률)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1번에서는 한 코드가 무려 4마디씩이나 걸쳐있는데 왼손 베이스를 'E'로 잡고 오른손의 코드를 F#7-F#m7-5으로 하행시키면서 팝적인 울림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2번 역시, Ab을 베이스 음으로 가지면서 Ab-Gb-F-E로 하행시키는 동일한 방식이다.

대표곡
기억의 습작(1994), 취중진담(1996) - 전람회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1997) -카니발
사랑한다는 말,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2001) -김동률


유희열 (6표)
가수 이승환은 유희열에게 '선비와 양아치의 감성이 공존하는 뮤지션'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지하듯, 그는 서울대 작곡과 출신, 그리고 국내 싱어 송 라이터들의 산실인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대상 수상이라는 골든 로드를 밟았다. 허나, 그에게는 이런 커리어를 대변해주듯 응당 나와 주어야 할 복잡한 코드워크라든지, 거대한 스트링의 전개, 혹은 나 홀로 음악에의 천착이 없다. 오히려 그의 음악은 예상 가능한 전개이며, 단순하고, 대중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멜로디여서 아주 담백하다. 아마도 위의 언급한 이승환의 표현은 어쩔 수 없이 배어나오는 클래시컬한 감성 외에도 '마지막 로맨티스트', 김장훈의 '난 남자다'와 같이 호기를 부려보는 '양아치'의 감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초기의 그의 작품인 유재하 가요제 수상곡 '달빛의 노래', 이소라의 목소리로 불려진 'Happy christmas' 등에서는 분명 재즈적인 감성과 화성이 짙게 지배했다. 허나 적어도 토이의 곡에서만큼은 이런 흐름이 눈에 띄지 않는다.

2집의 타이틀 곡인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좋은 사람'등은 모두 C 스케일의 다이아토닉 스케일(CM7, Dm7, Em7, FM7, G7, Am7, Bm7-5), 그리고 코드의 진행을 익힐 때 가장 기본이 되는 투 파이브(Ⅱm7-Ⅴ7) 진행 안에서만 활용되었다. 지극히 평범한 코드의 사용이 어떻게 멜로디를 이끌어나가느냐에 따라 이렇듯 서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 것이다. "한편에 회화를 연상시키는 멜로디와 일상의 사소한 감성을 붓 터치하듯 표현하는 작곡가"(CBS 라디오 프로듀서 강기영)

대표곡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1996), 바램(1997), 좋은 사람(2001) - 토이
조조할인(1996) - 이문세
난 남자다(2000) - 김장훈
아무말도, 아무것도...(2000) - 박정현


이적 (6표)
굳이 음악적으로만 따져 분석을 한다면, 복잡한 화성의 재즈와 발라드, 잘게 쪼개지는 리듬의 알앤비와 비교했을 때 록과 펑크(funk)의 패턴은 아주 간단하다. 몇 안 되는 코드워크도 쉬울뿐더러 이것을 계속적으로 반복시키기 때문에 결국은 이 구성에서 얼마나 캐치한 멜로디를 뽑아내는가에 승패가 달려있다. 타고난 선율감각과 리듬감으로 무장했으나, 음악은 결국 마음 가는 데로 쉽게 가야한다는 철학을 가진 그의 음악은 처음부터 그러했다. 데뷔작 패닉 1집의 히트곡들인 '왼손잡이', '아무도'를 들어보면 역시 똑같은 코드를 돌려가면서 그 위에 '나나나'와 같은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가사를 심어놓았고 패닉 3집의 히트곡 '숨을 그림 찾기'에서는 아예 동요적인 베이스의 흐름, C-D-E-F-G-A-D-G(도,레,미,파,솔,라,레,솔)이라는 상행 진행으로 그려놓았다.

그룹이 가져다주는 제한된 이미지 때문인지 '패닉'시절에는 이렇듯 쉬운 코드와 선율을 가져다 썼지만, 솔로 1집으로 들어오면서 그는 좀 더 화성학 적인 접근을 하게 된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쓸데없이 복잡하다거나 코드에 기대는 진부한 전개를 하지 않는다. 늘 애정을 품어왔던 블루스 풍의 'Rain'에서는 이제껏 그에게서 접해보지 못한 긴장감 도는 진행이 있었지만 거창한 피아노 테크닉 대신 4비트의 간소함으로 편곡했고, 소울과 모던 록의 느낌이 부드럽게 공존하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어쿠스틱의 자연스러움으로 돌아간 '다행이다'도 모두 한 가지씩을 덜어낸 소박함을 보여주었다. 한 곳에 무게를 두면 다른 하나는 내려놓을 줄 아는 그만의 여유로움으로 늘 곡의 균형감각을 잃은 적이 없다. "서사 구조가 뛰어난 엘리트 작곡가"(음악평론가 고영탁)

대표곡
왼손잡이, 아무도(1995), UFO(1996) - 패닉
롤러코스터(1997) - 카니발
Rain(1999),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하늘을 달리다(2003) - 이적


● 공동 17위
김도훈 (5표)
인기곡을 쓴다고 해서 트렌드에 대한 맹목적인 순종만을 일삼는 것도 아니면서 음악 팬들에 대한 호소력을 늘 잃지 않는, 현 가요계를 이끄는 대표적인 작곡가이다. 한 때 유망한 가수를 꿈꾸다 작사가의 길로 들어선 '최갑원'과의 콤비로 휘성, 아이비, 거미, 세븐 등의 히트곡들을 써냈다. 일례로, 미디엄 템포 발라드가 2005년 절정에 다다랐을 때, 과감히 이 트렌드를 수용, 중견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혜진'에게 선사하여 히트를 기록한 점은 단순히 곡을 쓰는 작곡가를 넘어 시대를 지배하는 트렌드를 이끌고 만들어 갈 줄 아는 작곡가임을 시사했다.

엠보트와의 작업으로 흑인 음악 분야에서 명성을 쌓았지만 사실, 그는 어느 누구보다도 말랑말랑한 팝 감성이 뛰어나며 이는 초기에서 더 잘 찾아볼 수 있다. S.E.S(에스이에스)의 'Just a feeling', 박효신의 < Soul Tree >앨범에 실린 '나처럼'은 빌 위더스(Bill Withers)의 명곡 'Just the two of us'의 코드를 그대로 빌려온 듯한 코드워크의 구성이며 이는 그가 아주 즐겨 쓰는 진행이기도하다.

'Just two of us'원래는 Ab- key로 진행되지만 비교가 쉽도록 C-key로 바꿔 코드를 살펴보면 F-E7-Am7-Gm7-C7-F로 이루어지고, 'Just a feeling', '나처럼'의 코드 역시 C7의 대리코드인 'Gb7'을 사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대로이다. 사람들은 흔히 베이스의 진행이 하행으로 흐를수록 느낌이 더욱 팝 적이고 세련되게 느낀다고 생각하는데, A에서 G, G에서 C로 건너 띄는 것 보다 대리코드인 Gb을 베이스음으로 가지면서 F로 마치는 것이 정확한 하행진행이 되기 때문에 살짝 바꿔주는 그의 센스 역시 돋보인다.

대표곡
With me(2003), 불치병(2004) -휘성
기억상실(2004), 어른 아이(2005) -거미

신재홍 (5표)
'사랑보다 깊은 상처', '너를 위해',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등의 노래들을 보면 낮은음과 높은음의 차이, 사람들이 흔히 '스케일이 넓다'라고 말하는 음역의 폭이 아주 크다. 임재범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듀엣곡 버전으로 후에 박정현이 불렀을 때, 그 키를 그대로 가져와 부른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박미경의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는 호흡 조절 자체도 어렵지만, 버스(Verse)부분과 코러스(chorus)부분이 거의 두 옥타브 가까이 차이가 난다. 그래서인지 유독 그의 곡은 임재범, 박효신, 양파, 박미경 등과 같이 스킬이 아주 좋은 가수들에게 많이 불러졌다.

또, 그만이 가진 뚜렷한 멜로디라인은 그 독특한 선율 감각 덕에 발라드와 알앤비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건너간다. 애즈원과 양파의 알앤비, 임재범과 박미경의 파워 발라드라는 두 장르 사이의 치우침 없이 어떤 상황에서건 그 서정성을 오롯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신재홍'은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완벽한 진행으로 듣는 이들을 쉼 없이 끌고 가는 고품격의 주조 능력을 가진 작곡가이다. "그만의 독특한 멜로디 라인은 세월이 지나도 그 오리지널리티가 사라지지 않는다"(SBS 라디오 프로듀서 고민석)

대표곡
그 아픔까지 사랑한거야(1989) - 조정현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1996) - 박미경
사랑보다 깊은 상처(1997), 너를 위해(2000) - 임재범
다 알아요(1999) - 양파
원하고 원망하죠(2001) - 애즈원


● 공동 19위
나원주 (4표)
뮤지션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음반인 만큼 그의 음악은 '히트곡'의 관점이 아닌 곡 안에서의 여러 편곡방식과 작법 스타일의 측면에서 들어야한다. 데이빗 포스터(David Foster)에게서 흡수한 감각적이고 웅장한 스트링 편곡을 바탕으로 조지듀크(George Duke)와 키스자렛(Keith Jarrett)의 재즈적인 감성코드, 그리고 몇몇 곡에서 잠시 내비췄던 가스펠 성향의 곡들이 바로 그가 지금껏 지향하는 음악적 목표이다.

그 중 유능한 건반 세션으로서의 그는 '보이싱' 편곡 부분에서 매우 능하다. 보이싱이란 코드를 어떻게 배열하느냐의 문제이다. 예를 들어 'c'라는 코드(도, 미, 솔)를 그 곡의 느낌과 흐름에 따라 루트음인 'c'를 기준으로 해서, 미, 솔 순서로 나열할 것인지, 아니면 솔, 미로 쌓을 것인지, 혹은 텐션으로 배열할 것인지의 문제이다. 대표곡 '나의 고백'은 시종 피아노로 풀어가는 반주이지만 촌스럽다거나 지루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바로 뛰어난 보이싱 능력 때문이다.

또한, C-key로 보자면 보통 첫 코드는 토닉인 'c'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데 그는 당연히 안정적으로 출발해야할 코드가 아닌 데에서 오는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그의 솔로 2집의 가장 팝 적인 감성이 충만했던 'Just for you'와 '기다립니다'의 독특한 느낌이 바로 이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솔로 1집의 타이틀 곡이었던 '사랑했나요'처럼 무려 5번의 스케일변화가 나오는 변화무쌍한 조옮김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스케일의 변화가 끊김이 없이 부드러울 수 있는 것은 코드가 전환될 때 미묘하게 그 스케일의 첫 음을 멜로디에 심어주는 그의 센스가 있다.

대표곡
나의 고백(1997), 니가 내리는 날(1998) -자화상
믿음(1998) -이소라
사랑했나요(2003), 그대 때문이죠(2005) -나원주


이현정 (4표) -악보
국내만 보더라도 주류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전문 작곡가는 매우 드문 편이다. 알앤비라는 장르가 조금을 생경했을 1995년부터 꾸준히 '한국형 알앤비'로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작곡가 이현정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소중한건지도 모르겠다. 그녀의 첫 번째 히트곡이기도한 이기찬의 'Please'를 시작으로 당시 신생 레이블이었던 '엠보트'와의 작업을 통해 전성기를 맞게 되는데 바로 휘성과 빅마마, 거미의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이가 바로 이현정이다.

그녀의 노래들은 무엇보다도 여성을 겨냥한 야리야리하고 섬세한 선율이 특징이다. 그녀의 음표들이 타고난 감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의외로 아주 똑같은 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성에 무리하게 기대는 것이 아닌, 똑같이 진행되는 코드와 리듬이더라도 전혀 비슷하게 들리지 않는다.

악보를 훑어보면 이 4곡은 모두 동일한 코드로 쓰였으며, 'Please'와, '그런일은'은 리듬조차 한 치에 틀림도 없이 그대로다. 다시 말하면, 그녀의 곡의 키워드는 'Fm6'이다. 위의 4곡이 스케일이 달라서, 전혀 같은 코드로 느껴지지 않지만, 위의 곡들을 모두 C-key로 돌려 생각한다면 모두 C-Fm6의 진행을 갖는다. ('안되나요'의 경우 C+5에 더 가깝지만, C+5음이 '라b'이므로 Fm6으로 표기하기로 한다)

보통 메이저 스케일에서 마이너 음을 차용할 경우 세련되긴 하지만 막힌 느낌을 주기가 쉬워 곡이 답답해져버릴 수 있다. 그래서 마이너에서 코드를 빌려올 경우, C스케일에서의 9번째 음인 '레'와 같이 열린 느낌을 줄 수 있는 음을 멜로디에 심어놓고는 하는데 바로 2번과 3번 악보에서 마이너 코드로 넘어갈 때에 정확히 '레'음을 써주는 그녀의 섬세함을 여기서 볼 수 있다.

대표곡
Please(1996) - 이기찬
그런일은(2000) - 박화요비
고백(2001) - 장나라
안되나요(2002) - 휘성
Breake away(2003) - 빅마마


※ 동일한 표를 얻었을 경우 가나다순으로 정렬했습니다.



윤지훈(lightblue124@hotmail.com)
조이슬((esbow@hanmail.net)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