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IZM) 개설 6주년 기념 특집 2 “1990년 이후, 우리를 감동시킨 작곡가 TOP 20”(7위-공동10위)

by 조이슬

2007.09.01

● 공동 7위
강현민 (8표)
"강현민식 코드진행이 느껴질 정도로 자기색깔이 확실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기타리스트, 음반 프로듀서 유병열) 작곡가들마다 감수성이 다르듯, 그들마다 즐겨 쓰는 방식과 코드워크가 분명 있다. 이것이 과하면 자기 복제라는 오명을 남기지만 타고난 감성에 기대는 정도라면 그것은 그 뮤지션만의 고유한 분위기이고 아우라이다. 그의 부동의 히트곡 '인형의 꿈', '주문을 걸어'만 보더라도 'F'다음에는 거의 어김없이 'E7코드로 진행하는 확실한 자기 진행이 있지만 여기에는 이런 이론이 지배하기 이전에 감성으로 먼저 호흡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일기예보'로 시작해 '박혜경'이라는 여성 모던 록 주자의 목소리를 거쳐 '러브홀릭'에 이르기까지 그의 전매특허는 감미로운 팝의 멜로디와 진중한 록 사운드를 담은 모던 록이었다. 어느 한 곳에도 치우치지 않은 그의 음악은 그래서 양쪽의 청감을 모두 만족시키며 현 오버그라운드의 모던 록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뮤지션으로 우뚝 서있다. "기타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투박한 가운데서 눈이 절로 감기도록 만드는 애틋한 선율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음반 프로듀서 김영식), "한국식 모던 록을 가장 잘 담아낼 줄 아는 음악쟁이(CBS 라디오 작가 소승근)

대표곡
인형의 꿈(1996) - 일기예보
It's you(1998) - 더더밴드
주문을 걸어(1999) - 박혜경


이현도 (8표)
"1990년대 한국 힙합 음악의 새 장을 열었던 마에스트로"(EBS 라디오 작가 안재필). 1990년대, 이현도라는 음악적 브레인을 가진 '듀스(Deux)'는 힙합과 랩, 스피드와 파워를 내건 사운드로 마니아까지 사로잡았다. 비트박스와 스크래치, 정통 뉴 잭 스윙, 힙합 , '미래'에서 드럼 앤 베이스라는 생경한 장르를 선보이기도 한, 누구보다 사운드의 탁월한 감각을 선보인 그의 음악은 저음과 리듬의 강조, 특히 굵직한 베이스의 볼륨감은 그만의 사운드를 창조하는데 일조한다. 이렇듯, 구본승의 '너 하나만을 위해', 유승준의 '열정', 룰라의 '3!4!' 등의 히트곡으로 정리되는 그의 곡은 어떤 작법의 방식보다 편곡과 프로그래밍에서 나타나는 이현도만의 댄서블 사운드에 있다.

디오사운드의 정체를 알린 1998년 작, '폭풍'은 기타리스트 '한상원'과의 합작으로 이루어졌는데, 그의 펑키(funky) 기타 사운드는 말할 것도 없고, 장르 특성상 단순한 반복 속에서 뽑아내는 멜로디와 긴장과 해결의 도식이 잘 표현된 작법 또한 언급해야 한다. 지속되는 한 코드 속에서 잘게 나눠진 멜로디는 그 리듬과 독특한 보컬 이펙터가 절정으로 치달으며, 코러스와 함께 도약하는 곡의 전개가 아주 뚜렷한 수작이다. '듀스 사운드'의 최대 수혜자인 언타이틀의 '유건형'을 탄생시키기도 하며 대한민국 힙합 히스토리에 하나의 선명한 발자취를 남긴 뮤지션으로 기록된다.

대표곡
약한 남자(1993), 여름 안에서(1994) - 듀스
3!4!(1996) - 룰라
말해줘(1997) - 지누션
열정(2001) - 유승준
바보같은 내게(2002) - 김범수


정석원 (8표)
"6장의 명반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MBC 라디오 프로듀서 김재희) 가수 윤종신은 그를 보고 '곡을 쓰는 순간, 믹스다운까지 그려놓은 사람'이라는 표현을 했다. 그런 그의 역량이 절정에 달했던 것이 바로 박정현의 4집 . '가창력의 가수'라는 부동의 타이틀을 가진 가수라기에 곡의 파괴력이 작다고 생각했던 그는 타이틀 곡인 '꿈에'부터 웅장하고 거대한 규모를 이끌고나간다. 기존의 히트곡들과 분명히 분리선을 치는 선율 작법과 더불어 같은 편곡을 절대 반복하지 않는 그만의 작업 스타일을 눈여겨 봐야한다.

인터뷰에서 그는 프로듀서로서 고집하는 것이 '듣는 사람은 느끼지 못할 정도의 미묘한 변화를 주는 것'이라고 대답한 바 있다. 오랫동안 불리는 히트곡들을 만들지만 분명, 한 시절 유행가로 남겨지지 않는 이유이다. 실제로 데이빗 포스터(Daive Foster)를 연상시키는 박정현 5집의 'Long goodbye'는 건반만 떼어놓고 보더라도 그 편곡 방식이 모두 다르다. 1절의 코러스로 들어가기 바로 전인 '머릿속은 멍해지네요'와 2절의 '그날들이 암담하네요'의 두 부분에서의 느낄 수 있는 섬세한 소리의 차이는 같은 구조 안이지만 바로 코드 자체를 다르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꿈에'의 코러스, '미장원에서'의 점차 상승하는 구조는 모두 한 곡 안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담아내려 한 그의 섬세한 의도이다.

대표곡
텅빈 거리에서(1990), 아주 오래된 연인들, 수필과 자동차(1992), 신인류의 사랑(1993) - 015B
꿈에, 미장원에서(2002), 앤(2003) - 박정현


● 공동 10위
김광진 (7표)
"그의 곡은 소시민의 감성을 간직한 채 지고지순의 낭만을 향한다(웹진 '음악취향Y' 필자 윤호준)" '어른들을 위한 동요', '국민가요'로 애송되던 '마법의 성'으로 그를 기억하지만, 그의 음악은 사실 발라드만으로 한정시킬 수 없을 만큼 그 스펙트럼이 참으로 넓다. 실제로 '김광진'의 이름이 가져다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늘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는 그의 말처럼 그의 곡을 앨범 단위로 듣는다면 아주 다양한 장르를 들을 수 있다.

또, 대표곡 중의 하나인 이승환의 '내게'의 구조에서 엿볼 수 있듯이 그는 아주 멜로디를 엮는데 능한 작곡가이다. 이는 곡의 동기를 변주시켜나가는 '테마'와는 다른 얘기이며 예를 들면, '그렇게 기다리던..'으로 시작하는 A파트와 A', '돌아갈 수 없는 날이..'로 시작하는 B파트와 B', '약해지지 마 흔들리지 마,,'의 C와 C'의 3파트가 모두 독립적인 '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 그릇에 담아낼 멜로디의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 한 가지, 그는 메이저와 마이너 발라드에 모두 능하다. 상기한 '내게'를 비롯해, '마법의 성', 펑키한 리듬의 '여우야' 등의 곡은 메이저로 묶이지만, 초기 이소라에게 주었던 '처음 느낌 그대로', '기억해줘', 1980년대 펑키(funky)한 고고리듬을 타는 '동경소녀', '비타민' 등은 마이너의 스케일에서 나온 음표들이다.

*단음계 - 자연단음계, 화성단음계, 가락 단음계
이 중, 자연단음계는 2,3번째 음과 5,6번 째음 사이가 반음 관계인 스케일이다. '기억해줘'는 Bm7 - Em - A등으로 진행하는 b-minor, '처음 느낌 그대로'는 F#m - C#/E# - C#mb5/E 등으로 진행하는 f#-minor이다.

대표곡
마법의 성(1994), 여우야(1995) - 더 클래식
편지(2000), 동경소녀(2002) - 김광진
그대가 이 세상에 있는 것만으로(1991) - 한동준
내게, 덩크슛(1993)- 이승환
처음 느낌 그대로(1994) - 이소라


김현철 (7표)
"비 대중적 재즈 어법을 가장 성공적으로 주류 가요에 끌어들였다"(음반기획자 이주엽). 영원한 명작 '춘천가는 기차'로 '보사노바'라는 생경한 장르도 국내에서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음을 시험했고, 이후에도 국내 가요에 '재즈'의 접근법을 과감히 도입, 풍성한 가요계를 일궈냈다. 그의 곡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자재로 조옮김을 통해 곡의 분위기를 바꾸는데 능하다는 것이다. 조옮김의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듀엣곡에서의 남,여 음역대를 맞추기 위함인데 그는 듀엣곡에서는 물론 '춘천가는 기차', '나를', '난 행복해', '고백' 등으로 분위기와 흐름에 따라 감각적으로 키(Key)를 변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런 그이기에 이런 섬세함을 주 무기로 한 듀엣곡이 사랑을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키를 변화시키는 방법에는 반음 위, 단3도 아래 위, 장3도 아래 위, 공통화음을 통한 조바꿈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E-key에서 C-key로의 이동이 자유자재로 이루어지는 '고백'정도를 제외하면 그는 '단 3도'의 이동을 통한 조바꿈을 특히나 많이 사용한다. 스네어 드럼이 등장하는 동시에 C-key로 변화시킴으로써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춘천가는 기차'가 그렇고(key C-Key A -Key C), '난 행복해('key F - key Ab), key C의 단 3도 아래인 key A, 그리고 다시 반음 위의 key인 Bb으로 이동하는 '나를' 등이 모두 이런 경우이다.

*단3도 - A와 C, 즉 라와 도의 음정관계는 3도에서 반음인 시와 도를 포함하고 있으므로, 단 3도가 된다.

대표곡
춘천가는 기차, 동네(1989), 그대안의 블루(1992)- 김현철
난 행복해(1994), 청혼(1996) - 이소라


이병우 (7표)
그룹 '어떤날'이 후배 싱어 송 라이터들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유희열은 물론, 전람회의 2집 '마중가던 길'은 학창시절 동경하던 그의 연주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쓴 곡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희은, 그가 음악을 담당한 영화 '마리 이야기ost'의 유희열과 성시경을 비롯, 그의 노래를 부른 가수들의 보컬들이 하나같이 모두 그러하듯, 무언가 읊조리듯 이야기하는 소박한 감성을 대변한다. 확실한 클라이막스와 강력한 한 방의 임팩트를 가진 유행가가 아니라 명징한 어쿠스틱 선율과 깊이를 간직한 기품을 담고 있는 것이다.

그의 노래의 가장 큰 특징은 비워냄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단아함이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는 리듬과 선율의 움직임이라는 두 가지를 완벽히 표현할 수 있는 '기타'만으로 시종 흘러가 완급 조절이 필요한 보컬, 연주 둘 모두 고도의 관록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렇듯, 클래식에서 체득한 따뜻한 온기와 팝의 감수성이 깊게 밀착한 곡은 전체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완성되는 연주곡이지만 어렵다거나 고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바로, '사랑했지만', '출발', '오후만 있던 일요일'처럼 분명한 멜로디 라인이 살아있고, '왕의 남자'의 '먼 길'등과 같은 영화음악에서는 풍성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그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이병우는 어느새 우리네 음악의 거장으로 우뚝 서있다. "주로 영화음악에서 솜씨를 드러내고 있지만, 애잔한 선율미의 포크 곡에서도 자신의 실력과 개성을 발현했다"(음악잡지 '인터내셔널 피아노'기자 윤석진)

대표곡
출발(1989) - 어떤날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1991) - 양희은
오후만 있던 일요일(1985) - 들국화
마리이야기(2002), 스캔들(2003), 왕의 남자(2005), 괴물(2006) OST


이영훈 (7표)
"그의 본령은 80년대겠지만 91년에 쓴 '옛사랑' 하나로도 90년대 존재감은 막강하다"(임진모), "한국 대중음악의 서정성과 노랫말의 시적 여운을 풍부하게 만든 작곡가"(CBS 라디오 프로듀서 강기영) 사실, '남발'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의 '이문세 리메이크 현상'은 이만한 멜로디를 더 이상 뽑아낼 수 없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한 삶의 단상들이 엮어내는 '좋은 선율'은 늘 팬들의 감수성을 대변했으며 시 같은 노랫말은 그들을 위무했다. 멋들어진 편곡과 세련된 기교 없이 시대를 지배하는 어떤 트렌드라도 돌파하는 힘이 바로 그로부터 나온다.

사실 이영훈의 음악은 가사까지 총총히 살펴보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바로 그의 노래가 한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인 탓이다. 이문세 13집에 수록된 '기억이란 사랑보다'만 보더라도 마지막 부분에 멜로디와 함께 '기억이란 사랑보다 더 슬퍼'라는 가사를 깊게 아로새기는 그 부분은 끝내 멜로디를 정점으로 이끌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담백한 멋을 그려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붉은 노을', '깊은 밤을 날아서'와 같이 기승전결 뚜렷한 곡을 쓰기도 하지만, 이 곡처럼 그 형식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그 구조를 정확히 나눌 수 없는 것도 그의 노래의 큰 특징이다. "우리들 한 시절을 위로한 멜로디. 아름다우면서도 한국적 오리지낼러티가 뛰어나다"(음반기획자 이주엽)

대표곡
사랑이 지나가면(1986), 깊은 밤을 날아서(1986), 광화문 연가(1988), 옛사랑(1991), 붉은 노을(1991) - 이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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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훈(lightblue124@hotmail.com)
조이슬((esbow@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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