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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umentaLy
사카낙션(サカナクション : Sakanaction)
2012

by 조아름

2012.02.01

사카나쿠션? 사카낙션? 영어와 일본어 표기에서 달라지는 발음 때문에 이름부터 혼란을 준다. 일본어로 생선을 뜻하는 '사카나(サカナ)'와 영어 'Action'의 일본식 발음 'アクション(아쿠숀)'을 합성해서 만들어진 단어다.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음악 시장에서 빠르게 대처해 나가겠다는 의미란다. 따지자면, '사카낙션' 쪽이라는 거다.

살아있는 금붕어 한 마리를 호기심에 끌려 맨손으로 잡았을 때를 기억한다. 몸집은 작지만 금붕어의 힘과 움직임은 무서울 만큼 날렵하고 강했다. 사카낙션의 음악을 처음 접한 이들이 적어도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싶다. 메이저 데뷔 2년 후에 곧바로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2009)에 초청되기까지 했으니 실로 빠른 성장이 아닌가.

간단하게 말하면 일렉트로니카와 록의 만남이다. 짜임새는 록인데 무늬는 일렉트로니카다.
사카낙션의 핵심이자 작사 작곡을 전담하고 있는 보컬 야마구치 이치로는 인디밴드로 긴 무명생활을 했고 밴드를 쉬는 동안엔 틈틈이 DJ로 활동했다. 그가 쌓아온 일상의 패턴이 음악에 그대로 반영되어 장르의 중심을 지정해둘 필요가 없어졌다.

< DocumentaLy > 는 다섯 번째 정규 앨범이다. 3곡의 싱글을 포함해 1년 반 만에 만들어졌다. 지금까지의 사카낙션이 그래온 것처럼 리드미컬하면서도 무게 있는 트랙이 줄지어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곡은 'アイデンティティ(Identity)'다. 2010년 여름에 발표되어 크게 히트한 싱글로 댄서블한 드러밍의 주도하에 이어지는 자조적인 가사가 재미를 준다. '아이덴티티(주체성)가 없어, 태어나지 않아.. (중략) 왜 시간이 흘러서 그걸 깨닫게 된 거지? 어떻게든 알고 싶어서 난 울고 있어' 시작과 끝을 차지하고 있는 앞 두 문장은 떼창용으로 적격이다. 'モノクロトウキョ- (Monochrome Tokyo)', '假面の街(가면의 거리)'와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聽いたせいです。(바흐의 선율을 밤에 들은 탓입니다.)'에서도 사카낙션의 섞어쓰기 & 응용의 진수가 맹렬히 드러난다. 만드는데 8개월을 소요했다는 'エンドレス(Endless)'는 이번 앨범의 리드송으로 시대와 사람의 관계에 대한 사카낙션의 사념과 태도가 실려 있다.

어떤 뮤지션이든 그러하지만, 사카낙션의 음악은 가사를 곁들일 때 면면이 더 깊게 와 닿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고유의 시문학인 '하이쿠'처럼 음운의 조화를 우선시하며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가사의 운율이 잘 살아있는 곡이 많기에 듣는 맛이 있다는 게 일본인들의 평이니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벌써가 아니라 '이제' 다섯 번째 앨범이다. 훗카이도에서 시작된 물고기의 퍼덕임이 강물에서 잦아들 것인지, 바다로 향할 것인지 현재는 알 수 없다. 허나 어떤 형태로든 소용돌이는 일고 있다.

-수록곡-
1. RL [추천]
2. アイデンティティ (Identity) 
3. モノクロトウキョ- (Monochrome Tokyo)
4. ル-キ- (Rookie) [추천]
5. アンタレスと針 (안타레스와 바늘) [추천]
6. 假面の街 (가면의 거리) [추천]
7. 流線 (유선)
8. エンドレス (Endless) [추천]
9. DocumentaRy [추천]
10. バッハの旋律を夜に聽いたせいです。(바흐의 선율을 밤에 들은 탓입니다.) 
11. years
12.ドキュメント (Document) [추천]
조아름(curtzz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