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별명은 '콴 니노말리(Quan Ninomarley)'라는데 고심 끝에 탄생했던 옛 별명 '니노 막시무스 카이저소제 쏘냐도르'만큼 그 조어법과 의미가 의심스럽다. 그래도 찬찬히 살펴보자면 마지막 단어에서 눈길이 멈춘다. 우리가 아는 그 밥 말리(Bob Marley)에서 따온 말리다. 소년이라는 뜻의 니노(nino)까지 더해 다시 보니 이제야 뜻이 어느 정도 다가온다. 소년 말리, 자기정의의 의미가 확실히 드러난다.
제대 이후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꾸준하게 레게 이미지를 구축하더니 지난해에는 < Quan Ninomarley A.K.A Haha Reggae Wave >라는 앨범을 통해 처음으로 레게를 시도했다. 스컬(Skul1)과의 공식적인 협업 역시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음반의 네 번째 트랙 '하와유?? 파인 땡큐!! (Feat. 스컬)'에서 접촉했던 것이 인연이 되었고 올해 1월 예능 프로그램의 특집 가요제에서도 함께 출연하며 교류를 이어갔다.
새로운 항로로 나아감에 있어 국내 레게 신의 독보적인 존재 스컬을 조타수로 맞이한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양책(良策)이다. 무작정 흑인음악을 따라가기 위해 어설프게 인맥으로 피쳐링 라인업을 채웠던 것과는 달리 해당 영역의 전문가를 초청함으로써 양질의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하하를 새로운 파트너로 택한 것 역시 스컬에게도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방송인과의 제휴를 통해 주가를 상승시킬 수 있음은 물론이요, 시류에 가까운 음악을 구사하며 레게를 연성화하는 최근의 음악적 행보와도 합일점을 이룰 수 있는 까닭이다. 이만하면 손해 없는 윈윈전략. 서로 밑질 것이 없는 장사다.
레게 리듬이 앨범 전체를 관통하나 그 위에 최근 유행하는 사운드를 포석하며 친숙함을 획득했다. 타이틀 트랙 '부산 바캉스'는 이를 대표하는 증거로 LMFAO식 일렉트로-합 사운드를 후렴구에 배치하며 혼합을 모색했다. 레게 펑크(reggae funk)를 감각적으로 풀어낸 '이사 가는 날'이나 발라드 라인을 배치한 'Hennessy 19' 역시 이러한 변형문법의 연장선상에 존재한다. 한편 힙합 뮤지션 지슬로우(G-Slow)를 프로듀서로 배치하고 래퍼 레전더리 포잇(The Legendary Poet)등의 지원군과 호응하는 'Big up (Feat. The Legendary Poet, RiLord, JIMI xo)'에서는 예상 외로 탁월한 하하의 랩 실력이 펼쳐지며 그 비중이 스컬에 전혀 못지않음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여러 장르를 화학적으로 결합한 것은 나쁘지 않은 시도, 다채로움을 담아내며 지루함을 없앴고 더불어 대중으로의 접근성까지 이끌어냈으니 한 번에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본연의 레게 사운드를 접어두고 다가간 방식은 분명 아쉬운 요소로 스토니 스컹크 시절의 'Ragga muffin'같은 곡을 기대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공산이 크다. 더불어 형돈이와 대준이(정형돈-데프콘), 처진 달팽이(유재석-이적)에 이어 동일한 '무한도전' 조합으로 음반을 발매했으니 시류에 편승한다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가벼움이 남기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한다. 이는 사람들의 반응과 웃음을 이끌어내야만 하는 엔터테이너와의 조합이 그어놓은 제한선일 것이다. 그렇지만 마냥 아쉽게만 볼 필요는 없다. 정통 음률도 리듬도 아닌 구색만 갖춘 레게지만 다양한 터치를 보여주며 여섯 트랙을 각양각색으로 채운 것 또한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노래가 즐겁다. 음악이 전하는 일차적인 효과가 바로 흥을 돋우는 것이지 않은가. 그 원초적인 기능에 하하와 스컬은 충실하고 있다.
-수록곡-
1. Ya man !!
2. 와이키키 브라더스
3. 부산 바캉스
4. 이사 가는 날 [추천]
5. Big up (Feat. The Legendary Poet, RiLord, JIMI xo) [추천]
6. Hennessy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