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익의 음악을 들으면 '낯선 익숙함'이라는 다소 모순된 표현이 떠오른다. 그의 목소리나 창법은 확실히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의 소리는 처음 들으면 굉장히 신선하면서도 낯설다. 그러면서도 그 낯섦의 가운데에서 비집고 올라오는 무언가의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친숙의 근원은 바로 서구적인 멜로디와 창법에 익숙해져 잊고 있던 '한국 전통의 소리'다.
한국적인 것은 창법만이 아니다. 한글 제목의 노래들로 채운 앨범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일 만큼 영어판의 아이돌그룹과 노래가 판치는 요즘, 한글로만 채워진 수록곡 목록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시적인, 아니 시 그 자체인 가사에도 눈이 간다. 정성균, 최산, 양해남, 신배승 등 시인들의 시를 가사로 삼았다. 시와 맥을 같이 하는 음악의 본질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서정적인 가사는 그의 깊이 있는 목소리와 조화를 이룬다.
또한 그는 단순히 노래만을 하는 소리꾼이 아니다. 수록곡 중 리메이크 곡 네 곡을 제외한 나머지 곡 모두를 피아니스트 임동창과 그가 공동 작곡했다. 1번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찔레꽃', 그리고 앨범 타이틀과 동명인 '하늘 가는 길'은 가사 또한 그가 직접 썼다. 46세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발매한 정식 데뷔 앨범인 만큼 그 무게는 둔중하다.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 패티김의 '빛과 그림자', 이미자의 '열아홉 순정', 신중현과 엽전들의 '봄비' 등 총 네 리메이크 곡은 그 재해석이 당대나 요즘 오디션 프로의 편곡과도 비교될 수 없는 수준을 보인다. 원곡과는 운니지차라 할 엄청난 편차가 나기 때문이다. 이유는 '장사익이 불렀기에'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앨범에서 장사익은 창작곡, 리메이크곡을 가리지 않고 한 가지 축을 유지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자신이 가장 잘 낼 수 있는 소리에 몰두하고 있다.
인간 삶의 깊이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해내는 장사익의 창법은 임동창의 피아노 연주와도 잘 어우러진다. 임동창의 피아노가 없다면 이 앨범도 없었을 것이다. 그의 소리는 결코 피아노에 묻히지 않으며, 오히려 그의 소리가 피아노 연주를 한국적으로 들리게 한다. 압권의 피아노를 만든 절창이라고 할까. 이 모든 것은 장사익의 목소리가 강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그의 '한국적'인 목소리는 단순히 타고난 게 아니다. 1980년에 그는 국악에 입문하여 태평소와 대금을 배웠다고 한다. 가수로 정식 데뷔하기 전,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의 태평소 연주를 맡았을 정도로 그는 국악 악기 연주에도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다. 확실한 국악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1집인 이 앨범에서부터 들려주는 그의 음악적 깊이는 그저 늦은 데뷔 연령에서 온 것이 아니라, 이러한 바탕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한국적인 것'이라는 표현 자체가 모호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소리는 '한국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가장 잘 맞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그의 음악은 신선하다. 새로움은 계속해서 밖으로만 눈을 돌린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익숙한 것이 가장 새로울 수 있다. 장사익의 음악은 이를 입증해 보인다.
-수록곡-
1. 찔레꽃 [추천]
2. 귀가
3. 국밥집에서
4. 꽃 [추천]
5. 섬
6. 님은 먼 곳에 [추천]
7. 하늘 가는 길
8. 빛과 그림자
9. 열아홉 순정
10. 봄비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