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Days Are Gone
하임(Haim)
2013

by 김도헌

2014.01.01

가족 밴드, 자매 밴드라는 닉네임 이전에 하임은 음악 그 자체로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앨범 커버에서 삐딱하게 앉은 그녀들이 일제히 바라보는 곳은 세련된 멜로디가 넘실댔던 과거다. 때문에 새로울 것이 없는 신인 밴드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으나, 오히려 이들은 기막힌 재해석을 통해 정체성을 확립함과 동시에 세대의 공감대까지 형성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치렀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 밴드로서 음악적 경력을 쌓아온 내공은 다른 세션맨들의 도움 없이도 기타, 베이스, 드럼, 키보드, 퍼커션 등 연주를 가능케 함으로서 운신의 폭을 넓혔다. 튼튼한 음악적 기반을 바탕으로 하여 밴드는 글램 록, 팝 메탈, 뉴웨이브부터 R&B와 힙합까지 광대한 음악 범위를 아우르며 각각 요소들을 자신들의 이름 아래 정립한다. 여기에 세련된 팝적 감각까지 더해졌으니 말 그대로 팔방미인들이라 할 수 있다. 데뷔 전 4곡만을 발표했음에도 뱀파이어 위켄드, 멈포드 앤 선즈, 플로렌스 앤 더 머신의 투어 밴드로 활동한 것은 이미 빛나는 재능이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뚫고 나왔음을 상징한다.

밴드가 지향하는 시대는 완전한 출발점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들이 공존하며 고유의 색채를 뽐냈던 1980년대다. 때문에 앨범을 두고 '1980년대 차트를 옮겨놓은 듯하다'는 평도 있었다. 글램 록에 빚을 지고 있는 'The wire', R&B의 멜로디에 펑키(Funky)한 리듬감을 심은 'If I could change your mind'와 같은 곡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익숙한 선율을 담고 있다. 특히 'Forever'는 팝 스타 자넷 잭슨의 대부분 곡들로 유명한 지미 잼과 테리 루이스 콤비의 재림을 연상케 한다.

과거에 짐을 지고 있지만 단순한 카피 밴드에 그치지 않는 것은 과거를 마냥 쫓지 않음에 있다. 하임의 음악은 과거에 대한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앨범 타이틀처럼 '지나간 날들'에 대한 회고에 가깝다. 때문에 앨범에는 'Falling'과 같은 신스 팝도 있고, 'Running if you call my name'같은 몽롱한 인디 록도 있으며 강한 비트로 무장한 'Don't save me'도 공존하는 것이다. 여기에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쓸쓸한 가사까지 더해짐으로서 앨범은 모방을 넘어 창조의 영역으로 한 단계 진일보한다.

1980년대생 밴드가 바라보는 1980년대는 단순한 배움의 장이 아니라 경험하지 못한 그리운 시대다. < Days Are Gone >은 작년 한 해 다프트 펑크, 캐피털 시티스 등이 선도했던 복고의 유행이 단순한 창의성의 부재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닌, 21세기의 자체의 공허함이 소환해낸 결과물임을 역설한다.

작년 각종 매체들이 하임에게 보낸 찬사는 우리 시대의 충실한 대변자가 또 하나 등장했음을 선포하는 개선의 종소리와 같았다.

-수록곡-
1. Falling [추천]
2. Forever
3. The wire [추천]
4. If I could change your mind [추천]
5. Honey & I [추천]
6. Don't save me
7. Days are gone
8. My song 5
9. Go slow
10. Let me go
11. Running if you call my name [추천]
12. Send me down
13. Edge
14. Falling (Duke Dumont Remix)
15. Go slow (Demo)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