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틸이라고도 읽고 솔로 프로젝트서부터 밴드를 시작해온 프론트맨 댄 스미스의 언급에 따라서 바스티유라고도 읽는다. 바스티유는 2013년 한 해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밴드들 중 하나다. 유명세를 촉발시킨 것은 싱글 'Pompeii'. 이를 기점으로 후속 싱글인 'Laura Palmer'와 이전에 내놓았던 'Bad blood', 'Flaws'가 재조명 받았고 이어서 첫 정규 음반 < Bad Blood > 역시 큰 성공을 거두며 출발에 탄력을 더했다. 이 네 싱글들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바스티유의 특징은 현악 사운드의 편곡과 합창 식의 코러스 라인이다. 곡 전반에 울려 퍼지는 웅장한 부피감과 때때로 느껴지는 콜드플레이 식의 색깔은 이러한 부분들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된다. 한 해를 이끈 상당한 양의 흡인력도 물론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밴드를 묘사하기 힘들다. 더불어 이는 싱글을 제외한 음반의 나머지 트랙들이 설명할 부분이기도 하다. 바스티유를 정의할 가장 명확한 키워드는 신스 팝이다. 코러스와 현악, 피아노가 이루는 큼지막한 사운드가 일차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기는 하다만 사실 이들의 음악을 정확히 관통하는 것은 신디사이저 소리다. 신다사이저는 다른 부분들보다도 밴드가 더 자주, 그리고 더 넓게 활용하는 요소다. 때로는 가볍게, 때로는 무겁게 다양한 질감의 사운드를 교차해 등장시키며 트랙들을 각양의 형상으로 뽑아내고 있는데, 이는 음반 대부분을 충분히 즐길만하게 하는 결정적인 지점이기도 하다. 널리 알려진 싱글들만큼이나 다른 곡들에 주목을 기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속도감이 느껴지는 'Weight of living (pt. Ⅱ)'와 육중하게 울리는 'Icarus' 등에서의 사운드 메이킹이 그래서 중요하다. 'Flaws'와 'Bad blood' 의 배경을 이루는 전자음들도 역시나 마찬가지다.
주목을 기해야한다는 말은, 이 요소들이 잘 안 보인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한때 현악 연주자 둘이 밴드에 있었을 정도로 스트링 편곡은 바스티유에게 있어 중요한 존재다. 문제는 이 특징이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그리고 어필해야하는 재능들을 상당히 가리고 있다는 점에 있다. 신디사이저로 분위기를 다양하게 유도하고는 있으나 실상은 스트링 사운드와 큼지막하게 울리는 코러스 사운드의 범람에 대부분의 트랙들이 비슷하게 전개되는 인상이다. 질리는 시점이 다가올 시에는 귀가 금방 지칠 테다. 피치카토로 멋지게 몰고 가는 'Things we lost in the fire' 정도를 제한다면 말이다. 밴드의 정체성을 진하게 가져가는 무기가 장해로도 쉽게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첫 판에서부터 테두리를 두를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서 주지해야 할 점은 실력이 출중한 밴드라는 사실이다. 많은 팬들이 열광했던 것만큼 이들의 음악은 충분히 즐길만하지만, 확실하다는 결론까지에는 조금 더 시간을 두고자 하는 의도다.
-수록곡-
1. Pompeii [추천]
2. Things we lost in the fire [추천]
3. Bad blood [추천]
4. Overjoyed
5. These streets
6. Weight of living (pt. Ⅱ) [추천]
7. Icarus
8. Oblivion
9. Flaws [추천]
10. Daniel in the den
11. Laura Palmer
12. Get home